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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지병? 압착사 고통은..." 첫 산재청문회서 포스코 최정우에 여야 십자포화...'노동자 탓' 현대중 한영석도 뭇매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1.02.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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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를 연 가운데 포스코·현대중공업 등 9개 기업 대표들이 뭇매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허리 지병을 이유로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가 결국 출석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여야는 "허리 아픈 것도 불편한데 롤러에 압착돼서 죽으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럽겠나"란 질타로 포문을 열었다. 산재 사망이 잦았던 9개 기업 전문경영인(CEO)들은 모두 고개 숙여 사과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포스코·GS건설 등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 대표들을 증인으로 불러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산재 청문회는 국정감사가 아님에도 기업 대표가 국회 증인으로 불려 나온 데다 보수 야당 국민의힘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뜨거웠다.

제조업 부문에선 △포스코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건설 부문에선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택배 부문에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의 CEO가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허리 지병 최정우 회장, "산재 사망 노동자 고통 생각하라" 질타

이날 여야 합의 속에 치러진 청문회에서 첫 집중포화 대상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앞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지난 17일 허리 지병을 이유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다시 번복해 출석했다.

여야는 청문회에 앞서 자료 요청 단계에서 이미 포스코가 제출한 위험성 평가보고서의 부실을 지적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무리 기업에 자율적 책임을 주고 맡겨놓은 보고서라지만 엉터리로 작성해 놓고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조작을 지시했다"라면서 "그렇게 조작된 보고서를 국회 청문회에서 보고하려 했다는 것이 포스코의 윤리의식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이어 "사람이 죽어 근로감독이 나오는데 포스코는 근로현장의 안전시설 개선은 못할 망정 보고서 조작이나 지시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청문회를 통해 인명경시 살인기업 포스코의 실태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첫 질의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최 회장에게 안전 대책 등을 질의하면서 "최정우 회장님, 요추부 염좌상 진단서를 제출하셨던데 (이같은 진단서는) 보험사기꾼이나 내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주식회사 포스코 대표이사께서 내실만한 진단서는 아니라고 보는데 많이 괴로운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 회장은 "평소에 디스크를 앓고 있는데 무리하면 앉아있기 힘들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허리 아픈 것도 불편한데 롤러에 압착돼서 죽으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럽겠나"고 질타했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기업대표들이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우무현 GS건설 대표이사(앞줄왼쪽),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앞줄왼쪽 두번째),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앞줄왼쪽 네번째),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앞줄왼쪽 여섯번째), 조셉 네이든 쿠팡풀민먼트서비스 대표이사(뒷줄왼쪽),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뒷줄왼쪽 세번째부터),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정호영 LG디스플레아 대표이사,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22일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9개 기업 CEO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우무현 GS건설 대표이사(앞줄왼쪽),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앞줄왼쪽 두번째),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앞줄왼쪽 네번째),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앞줄왼쪽 여섯번째), 조셉 네이든 쿠팡풀민먼트서비스 대표이사(뒷줄왼쪽),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뒷줄왼쪽 세번째부터),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정호영 LG디스플레아 대표이사,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은 "우선 먼저 매년 안전사고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린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이 자리에서 유족분들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을 목표로 시설 투자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의원들 말씀을 듣고 안전 최우선 경영에 반영해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최 회장이 진단서를 첨부해 국회 청문회에 불참하겠다는 통보를 하는 것을 보고 참 어이가 없었다"며 "최근 3년간 포스코 산재현황을 보라, 머리가 끼어 사망하고 4명이 질식사하고 로프에 끼어서 사망하고. 회장이 취임하고 난 후의 사고”라며 “손톱 밑에 가시만 들어가도 아프다고 아우성인데 근로자들 목이 메어서 말이 안 나온다. 책임을 가지고 유가족과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질타했다.

이에 최 회장이 "맞다. 제 생각이 짧았다. 죄송하다"고 말하자 임 의원은 "생각이 짧은 것이 아니고 인성"이라고 강조했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도 "회장이 생각하는 포스코 산업재해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며 "매번 사과와 대책 발표만 하는데 직접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사과와 대책이 유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정우 회장은 "노후 시설과 관리 감독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하청 노동자 사망도 "그 부분까지 관리가 미치지 못한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가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가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 답변으로 뭇매

최 회장에 이어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도 집중포화를 벗어나지 못했다.

박덕흠 무소속 의원이 다른 기업에 비해 산재가 많은 것 같다고 질의하자 한 대표가 "중대사고가 많이 발생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면 실질적으로 불안전한 상태와 작업자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난다. 불안전한 상태는 안전 투자를 해서 바꿀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는 말로 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듯한 답변을 하면서부터다. 

이에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 때문에 산재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이런 청문회를 왜 하냐"는 말로 단호하게 질책했다. 이수진 의원도 "작업자들이 지침을 지키지 않는다는 식의 말씀을 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피해 가지 못하실 것 같다"는 말로 답변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오후까지 질타가 이어지자 한 대표는 "대답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불안전한 작업이 안 일어날 수 있도록 작업 표준을 바꾸고, 비정형화돼 있는 작업을 정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사고가 잦았던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는 경북 칠곡 물류센터 근무 후 숨진 고(故) 장덕준 씨와 관련 "저 역시 고인과 나이가 같은 딸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인의 부모님께서 얼마나 깊은 상처를 느끼셨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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