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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현실 휘어잡는 가상 인플루언서, 그 명과 암은?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1.03.0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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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3040세대라면 1990년대말 큰 인기를 끌었던 국내 1호 사이버 가수 ‘아담’을 기억할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잘생긴 외모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1998년 두 장의 음반을 내고 한껏 주목을 받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사망설·군입대설 등 각종 설이 난무했는데,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입을 몇 번 움직이는 데 드는 비용이 억 단위로 들어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20여년이 지난 현재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3D(차원)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진짜 사람에 가까운 가상의 인물을 구현해내는 게 가능해졌다. 디지털 세상에만 존재하는 가상 인간이 예전에는 가수 활동에 치중됐다면 이제는 모델, 유튜버, 뮤지션 등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실제 인물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실 세계를 휘어잡는 '버추얼(가상) 인플루언서'가 요즘같은 비대면 일상과 경제에서 더욱 영향력을 넓히며 주목받는다.

LG전자가 'CES 2021'에서 소개한 가상 인플루언서 '김래아'. [사진=LG전자 제공]

더욱이 삼성, LG, CJ 등 대기업들이 자사의 프로젝트를 알릴 가상 인플루언서를 이미 선보였거나 공개를 앞두고 있어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가상 인플루언서가 말 그대로 진짜가 아닌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에 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오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실제 인플루언서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 비화했던 ‘뒷광고’ 논란이 가상 인플루언서를 통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1일 가상인간 정보사이트 ‘버추얼휴먼스’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활동하는 가상인간이 144명에 달한다. 올해 초에만 22명이 새로 등장할 정도로 열풍이 불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완성도가 떨어져 동작이 다소 어색했던 과거와는 달리 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가상 인간은 실제 인간으로 착각될 정도로 구현되고 있다. 이들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SNS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월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가상 인플루언서 ‘김래아’를 소개했다. 이 행사의 프레스 콘퍼런스 진행을 맡은 김래아는 쇼 도입부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냈다. LG전자는 앞으로 김래아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음악 앨범을 발매하는 등 MZ세대 마케팅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모델 아이린(오른쪽)과의 화보 촬영 현장에서 셀피를 촬영한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 [사진=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제공]

실제 모델과 화보를 촬영한 가상 인플루언서도 있다. 지난해 말 탄생한 국내 최초의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는 지난달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촬영 너무 즐거웠어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모델 아이린과 찍은 셀피를 업로드했다.

로지의 소속사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관계자는 “실제 모델과 가상 모델이 함께 촬영한 것은 이번이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실제 사람과 나란히 있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가상 인간이 실제 사람과 함께 가수 활동을 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걸그룹 ‘에스파’는 한국·중국·일본인 멤버 4명과 이들을 똑 닮은 가상의 아바타 ‘아이(AE)’ 4명으로 구성됐다. 데뷔 전부터 현실의 멤버와 가상의 아이가 서로 소통하는 설정으로 주목받았고, 데뷔곡이 ‘빌보드 글로벌 100’(미국 제외)에 진입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 스타랩스와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인공인간 ‘네온’을 공개할 예정이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인공 인간 AI 기술 공동 협력과 인공 인간 기반 미디어 사업 협력을 약속했다. 스타랩스는 실제와 같은 인공 인간의 자연스러운 형상과 행동을 실시간, 반응형으로 제공하는 ‘코어 R3’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네온은 개인화된 뉴스를 전달해주는 AI 앵커나 제품을 추천해주는 쇼핑 호스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는 네온을 활용해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 선제 대응할 계획이다. 그 첫 프로젝트로 가상 인플루언서를 선정,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함께 만들 심산이다.

네온의 기업용 서비스 모델 중에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제작을 활용해 만들어진 가상의 기상캐스터 이미지컷. [사진=삼성전자 제공]
네온의 기업용 서비스 모델 중에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제작을 활용해 만들어진 가상의 기상캐스터 이미지컷.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처럼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이 급성장하는 이유는 마케팅 활동이 절실한 소비재 브랜드에 매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집에 머물 수밖에 없지만, 가상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고 인간을 빼닮았으면서도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상 인플루언서는 디지털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 홍보 방식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SNS가 익숙한 젊은 세대에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런 마케팅을 펼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최근 딥페이크 범죄가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가상의 캐릭터가 음란물 요소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딥페이크란 AI 기술을 활용해 특정인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다른 화면에 덧입혀 디지털 영상을 위조하는 기술을 뜻한다.

AI 알고리즘 기술이 진화되면서 합성 수준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AI 연구소 센서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텔레그램에서 전 세계 10만여명의 여성이 이른바 ‘딥페이크봇’에 걸려 자신의 얼굴이 다른 사람의 몸과 합성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이성엽 교수는 “딥페이크와 관련해서 소비자들이 혼동되면 공정거래법 등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마땅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여기에 맞는 규제는 관계당국이 논의 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출시 한 달도 안돼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던 AI 챗봇 ‘이루다’ 사례처럼 가상 인플루언서가 편향된 발언을 한다거나 특정 사상 위주의 게시물을 올려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는 AI 알고리즘의 공정성·투명성 이슈로 접근할 수 있다”며 “가상 인플루언서가 학습하는 프로그램이 특정 성향을 담고 있다면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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