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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논란 모델' 지우기...불어난 손해 어쩌나
유통가 '논란 모델' 지우기...불어난 손해 어쩌나
  • 김혜원 기자
  • 승인 2021.03.0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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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유통업계가 학교 폭력 및 인성 논란에 휩싸인 광고 모델 지우기에 나섰다. 당사자가 과거 학폭 등 가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뿐 아니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각종 의혹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 출연 중인 배우 지수가 학교 폭력 사실을 인정하자 그가 2017년부터 모델로 활동해온 속옷 브랜드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그의 영상을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브랜드 측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브랜드 가치가 손상되지 않길 바란다"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운영 중인 모든 채널에서 발 빠르게 지수의 모습을 지웠다.

배우 김동희가 모델중인 엘리트 교복 입장문 [사진=엘리트 인스타그램 캡쳐]
배우 김동희가 모델중인 엘리트 교복 입장문 [사진=엘리트 인스타그램 캡처]

연예인과 기획사가 학폭 의혹을 부인한 사례에 대해서도 퇴출이 이어지고 있다. JTBC '스카이캐슬'과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김동희는 엘리트 광고모델로 활동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사진 삭제 조치 등을 당했다.

엘리트는 공식 SNS를 통해 "이번 논란 직후 모델 소속사로부터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는 입장과 수사중에 있다는 설명을 듣고 진실이 밝혀지길 주시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학생을 대표하는 교복 브랜드로서 해당 모델에 관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며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기존 모델 이미지 게시물은 삭제 처리하고 향후 모든 공식 홍보물에서도 배제하기로 했다"고 삭제 이유를 밝혔다.

전 멤버 왕따설에 이어 학폭 의혹이 제기된 걸그룹 에이프릴 멤버 이나은을 모델로 발탁한 삼진제약, 좋은데이, 동서식품, 지나킴, 제이에스티나 등도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다.

동서식품은 이나은이 모델로 활동 중인 포스토 오곡코코볼바, 콘프라이트바 광고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삼진제약은 게보린 소프트 공식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고 유튜브 채널 속 '나은 브이로그' 콘텐츠를 비공개로 돌렸다. 제이에스티나 역시 모든 광고를 삭제했다.

이나은이 과거 2년 동안 모델로 활동한 코스메틱 브랜드 페리페라는 이나은의 인스타그램을 언팔로 조치를 하고 광고용 이미지도 모두 제거했다. 

걸그룹 에이프릴 멤버 이나은이 모델로 활동 중인 삼진제약(게보린 소프트)과 동서식품(포스트 콘푸라이트바) 광고 [사진=각 사 유튜브 캡쳐]
걸그룹 에이프릴 멤버 이나은이 모델로 활동 중인 삼진제약(게보린 소프트)과 동서식품(포스트 콘푸라이트바) 광고. [사진=각 사 유튜브 캡처]

일부 브랜드는 양측 입장이 엇갈린 상황인 만큼 진행 경과를 조금 더 지켜볼 예정이라며, 광고 중단은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진위와 상관없이 선제적 차원에서 신속 대응에 나선 것은 학폭이 중대한 사안인 만큼 소비자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불매운동을 목적으로 '학폭 논란 연예인 광고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기까지 하다.

갑작스러운 사태로 기업들이 입는 손해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브랜드 관계자는 "전국 지점에 해당 연예인이 들어간 선간판, 포스터, 배너, 쇼핑백 등이 제공된 상태"라며 "브랜드사의 연출물은 계약관계에 따라 임의수정이 어려우므로 각 매장별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모델 운영만 전면 중단한 상태기 때문에 계약 해지가 확정될 경우, 기존에 지급한 홍보 물품을 회수 및 폐기해야 한다.

남은 계약 기간과 위약금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광고 계약 시 모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광고를 중단한 기업들은 위약금과 관련해 소속사와 논의 중이나 현실적으로 손해 배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학교 폭력 특성상 법적 처벌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인기 연예인들의 과거 행적 논란에 부담을 느낀 유통가에선 '거리두기'가 빨라지고 또 넓어지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소비자 항의와 기업 이미지 추락을 굳이 감내할 이유가 없는 만큼 이번 이슈와 관련된 다른 기업들 또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일각에선 모델의 인성 관련 이슈가 위험요소 1순위로 떠오른 만큼 기존 홍보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