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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기업 100명 중 여성은 20명…급여도 남성의 70% 미만
30대기업 100명 중 여성은 20명…급여도 남성의 70% 미만
  • 이세영 기자
  • 승인 2021.03.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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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국내 주요 30대(大) 기업의 남녀별 고용 비율이 20년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원 100명 중 남성 직원이 80명일 때 여성은 20명에 그쳐, 대기업도 성비에 따른 고용 불균형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여성 직원이 받는 연간 평균 보수는 20년이 흘렀지만 남성 대비 70% 미만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CXO연구소는 8일 ‘국내 주요 30개 대기업의 1999년 대비 2019년 남녀 성비 및 평균 보수 변동 현황 분석’을 발표하며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은 매출 상위 상장사 중 1999년과 2019년 남녀 직원 성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대기업 30곳으로 제한했다고 한국CXO연구소는 설명했다. 합병과 인수 등의 변화가 있던 기업도 조사 범위에 포함시켰고, 남녀별 직원 수 및 평균 보수 등은 각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남녀 고용 성비. [그래픽=한국CXO연구소 제공]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9년 당시 조사 대상 30대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37만362명, 2019년에는 54만5087명으로 20년 사이에 고용이 17만명(47.2%) 이상 늘었다. 이중 남자 직원은 31만4765명에서 43만6210명으로 12만1445명(38.6%) 증가할 때, 여자 직원은 5만5597명에서 10만8877명으로 5만3280명(95.8%) 늘어났다. 성별 고용 증가율만 놓고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조사 대상 30대 기업의 남녀별 고용 격차는 1999년만 해도 85:15 수준이었다. 직원 100명 중 여직원은 15명 정도에 불과한 것. 이로부터 20년이 흐른 2019년 남녀 성비는 80:20으로 달라졌다. 여성 직원 비율이 높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직원 100명 중 20명 정도 선에 그쳤다. 국내 대기업에서 남성 직원 선호도가 여전히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조사 대상 30대 기업의 20년간 여직원 고용은 회사별로도 편차가 컸다. 1999년 대비 2019년에 여직원 수가 1000명 넘게 늘어난 회사는 30곳 중 9곳이었다.

이 중에서 삼성전자가 9894명(1999년)에서 2만7334명(2019년)으로 20년 새 1만7440명으로 여성 인력을 가장 많이 충원했다. 삼성전자는 1999년과 2019년 모두 국내 기업 중 여성 고용 인력 규모가 가장 컸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도 1만4704명(1999년 2693명→2019년 2만7334명)이나 여직원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이외에 대한항공(4505명), 한국전력(4147명), LG디스플레이(3258명), 아시아나항공(2257명) 등도 20년 새 여직원을 2000명 이상 늘렸다. 이들 기업은 평균 매년 100명 이상의 여성 인력을 뽑아 여성 일자리 창출에 앞장선 기업군에 포함됐다.

반면 KT는 1999년 당시 8355명이던 여직원이 2019년에는 4080명으로 20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이외 삼성전기 888명(3621명→2733명), 현대건설 494명(1128명→634명)도 100명 이상 여직원 수가 감소하며 여성 인력 고용 시계가 거꾸로 움직였다.

여직원 고용 비율 상위 5개 기업. [그래픽=한국CXO연구소 제공]

전체 직원 중 여성 직원 비율 증감 현황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달랐다. LG디스플레이는 1999년 때만 해도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이 34.6%였다. 그런데 20년이 흐른 2019년에는 16.1%로 여성 인력 비율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 13.7%p(1999년 37.5%→2019년 23.9%), 삼성물산 8.1%p(28.9%→20.8%), 삼성SDI 6.7%p(20.7%→14%), SK하이닉스 6.4%p(42.7%→36.3%) 순으로 남직원 대비 여직원 비율이 20년 전보다 후퇴했다. 이중 삼성물산은 20년 새 제일모직 등과의 합병 이슈가 있었고,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산업을 인수하며 주인이 바뀌었다. 합병과 인수 과정 등을 거치며 오히려 여직원 비율은 이전보다 더 하락한 셈이다.

반면 한전은 1999년 당시만 해도 여성 비중은 전체 직원의 2.3% 수준에 그쳤지만, 2019년에는 20.9%로 20년 새 18.6%p나 증가했다. 대한항공 16.7%p(25.6%→42.3%), HMM 14.2%p(7.1%→21.3%), 롯데케미칼 10.8%p(2%→12.8%), DL 10.4%p(2.4%→12.8%) 수준으로 여성 인력 비중 확대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30대 기업 중 2019년 기준 여성 고용 비율이 50%를 넘는 곳은 롯데쇼핑(68.8%)과 아시아나항공(52.7%) 두 곳이었다. 20년 전인 1999년에는 롯데쇼핑이 59.4%로 30대 기업 중 유일하게 여직원 비중이 50%를 넘었다.

그렇다면 여직원의 임금 수준은 20년 새 어떻게 달라졌을까. 조사 대상 30대 기업 남직원의 1인당 평균 연간 보수를 100%라고 할 때 여직원 급여 수준은 1999년 65.8%에서 2019년 66.7% 수준으로 소폭 높아졌다. 여직원 임금 수준은 세월이 흐르면서 좋아지긴 했지만 20년 전이나 최근이나 남직원 임금의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1999년 당시만 해도 조사 대상 30개 대기업 중 남직원 대비 여직원 임금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모비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회사 남성 직원이 평균 2000만원을 받을 때 여성 직원은 1800만원 수준이었다. 남성과 여성 직원의 보수는 100:90 수준으로 거의 대등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88.5), 현대건설(85.4), KT(84), 고려아연(80.4), 대한항공(80) 등은 여직원 보수 비율이 80%를 상회했다.

여성 보수 비율. [그래픽=한국CXO연구소 제공]

이와 달리 20년이 지난 2019년에는 여직원 임금이 남직원의 80% 이상 유지하는 곳은 6곳에서 2곳으로 감소했다. KT가 100:86.2 수준으로 그나마 가장 높았다. 이 회사는 2019년에 남자 직원이 평균 87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7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에서 사명을 바꾼 기아도 100:82.8로 여직원 보수가 80%를 넘었다. 남직원 평균 급여가 8700만원일 때 여직원은 7200만원 수준을 유지했다.

1999년 대비 2019년에 남성 직원에게 준 급여 대비 여성에게 지급한 보수 비율이 크게 높아진 기업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꼽혔다. 이 회사는 인수 이전인 1999년 현대전자산업 당시에는 여직원 보수 비율이 남성의 53% 수준이었지만 SK그룹으로 편입된 2019년에는 72.2%으로 크게 뛰었다. 20년 새 여직원 보수 비율이 20%p 가까이 상승한 셈. SK하이닉스의 경우 20년 전보다 남성대비 여성 고용 비율은 다소 낮았지만, 여직원 급여 대우는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어 기아 18.7%p(1999년 64.1%→2019년 82.8%), 한전 14.3%p(62.8%→77.1%), 현대차 13.7%p(64.6%→78.4%) 등도 20년 전보다 여성 연간 보수 비율이 높아진 그룹군에 자리했다.

이와 별도로 조사 대상 3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제출하는 회사 10곳의 여성 육아휴직 후 복귀 비율을 조사해보니 평균 94%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사용해 회사로 다시 복귀하는 비율이 100명 중 94명 이상 됐다는 의미다.

살펴보니 에쓰오일은 여직원의 육아휴직 후 복귀율이 100%나 됐고, 한전(99.3%), SK하이닉스(98.4%), LG디스플레이(96.4%), 기아(95.1%), 삼성전자(93.7%), 대한항공(93%) 순으로 높았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번 조사에 대해 “최근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조직 운영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중요해지다 보니 남성 대비 여성 인력 비중과 급여 수준에 대한 부분도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며 “기업 경영진들은 효율성을 극대화 하면서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여성의 고용 비율과 임원 증가, 임금 수준을 남성 대비 어느 정도 비율로 맞춰 나갈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특히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에서는 여성의 인적 자원은 매우 중요해져서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회사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여건을 형성해주는지가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