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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시간 많이 걸리네요"...금소법 시행 첫날, 은행도 고객도 혼돈의 시간

  • Editor. 김지훈 기자
  • 입력 2021.03.2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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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지훈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날 시중은행 풍경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일대 시중은행들을 찾아본 결과, 은행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이 활성화된 것을 감안하면 대기하는 고객의 수가 적지는 않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을 방문한 직장인 고객이 불어나면서 몇 곳은 창구 대기 인원으로 은행 안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상담을 받기 위해서 창구를 오가는 고객은 평소와 달리 정체된 느낌을 받았고 기다리다가 은행을 나서는 고객들도 있었다.

시중은행은 금소법 시행으로 익숙했던 업무방식의 변화에 아직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은행 직원들의 부담도 커져 한동안 영업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혼란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집중 교육에 나설 예정이다. 

25일 금융 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 위법 계약 해지권 등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금소법이 시행됐다. 시행 첫날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달라진 은행의 업무방식에 많이 혼란스러워했다.

25일 금소법이 시행됐다. [사진=연합뉴스]

은행문을 나서는 중년의 한 여성 고객은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라고 말을 뗀 후 "통장 하나 만들러 왔는데 40~50분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집으로 간다"며 "창구를 오가는 손님들이 은행원 앞에 앉아서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금소법이 만든 풍경이다. 법 시행 첫날이라 바뀐 상품 판매 프로세스 등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 가입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기존에는 적금 상품을 고르고 난 뒤 직원이 '거래신청서'에 형광펜으로 표시해 준 부분만 작성하고 서명하면 끝났던 1단계 가입 절차는 금소법 시행 후 3단계로 늘어났다. 가입권유 확인서, 은행거래 신청서, 예금성상품 계약서를 모두 작성해야 상품 가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후에는 직원이 중요사항으로 표시된 예금자보호 여부, 이자율, 이용 제한사항 등의 정보를 하나씩 읽어주며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다. 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며 계약해지 관련 내용과 민원 처리 등의 절차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을 들어야 마무리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소라면 10분 안에 처리할 일이 30~40분이 걸린다"며 "설명 후 이해를 못한 고객이 있으면 그 과정을 반복해 이해했다는 동의를 받은 후 가입절차가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다 보니 손님들의 대기 시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금펀드 등 상품 가입 시에 녹취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충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를 싫어하는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거나 종종 녹음 시스템이 말썽을 피워 녹음이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 것이다. 

서울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최모(37)씨는 "가족·친구 사이에도 녹취를 한다고 하면 위축이 되는데 갑자기 은행에서 녹취를 한다고 해 많이 당황했다"며 "고객의 입장에서 불편하고 찜찜하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현장에서 녹취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고객과 직원들이 있다"고 밝혔다.

금소법 시행 후 은행뿐만 아니라 고객도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각사 제공]

시행령 확정이 늦어진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은행 각 부서에서는 변경된 법을 검토하고 직원들에게 매뉴얼을 제공하는데 갑작스럽게 일들이 진행되다 보니 변동 사항이 쏟아지면서 완벽하게 숙지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금소법 시행 후 은행지점과 본점 간의 업무에서도 혼선을 겪고 있었다. 지점 직원들은 법 가이드라인이 디테일하지 않은 부분은 유권 해석을 하게 되는데 자체 해석이 어려워 본점 담당자와 통화를 하면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하거나 통화량이 많아 연결이 되지 않고 있어 업무 차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금소법 중 '과징금 과태료 부과' 부분이 신경 쓰인다는 은행 직원들이 많았다. 실수 하나라도 하면 판매직원의 책임이 가중되다 보니 나서서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사의 경우 거래처에 가서 단체 신규 유치를 하기도 하는데 기존방식으로는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영업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소법 시행 후 미약한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은행들도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직원 교육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명확하게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부분부터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며 "녹취시스템 보완과 상품별 가이드라인 제공 등 불편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대처하고 있으며 직원들 교육에 가장 힘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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