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4-12 11:40 (월)
본질에 집중하자는 LG, 미국 여론전에 힘주는 SK…'배터리 분쟁' 2라운드
본질에 집중하자는 LG, 미국 여론전에 힘주는 SK…'배터리 분쟁' 2라운드
  • 이세영 기자
  • 승인 2021.03.2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배상금을 둘러싼 양사 간 입장차는 여전히 커 보인다.

양사는 ITC의 결정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며 주주총회에서까지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이 “ITC가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했다”고 밝히자, LG에너지솔루션은 최종판결문까지 첨부하며 “SK이노베이션의 불법 행위를 정확하게 명시했다”고 주장하며 더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고 양사가 판결문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가려지는 심의 시한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측의 신경전이 2라운드로 치닫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태의 본질에 집중하자는 입장이고, SK이노베이션은 회사 수뇌부가 미국 현지에서 부지런히 여론전을 펼치는 등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제공]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양사는 ITC가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해 지난달 최종 결정을 내린 이후 협상을 이어갔지만 배상금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사는 이달 초 배상금 협상을 위해 한 차례 만났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3~4조원, SK이노베이션 측은 1조원 수준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지난달 ITC 결정을 두고 양측이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가 지난달 내린 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이 LG의 핵심 인력을 빼내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 공식화됐다는 입장이지만, SK이노베이션은 증거훼손 등 ITC 증거개시 절차상의 문제로 '파울패'한 것이지, 영업비밀 침해 여부는 다투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입장차는 지난 25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열린 양사 주주총회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5일 열린 주총에서 “국제무역 규범에서 존중받는 ITC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글로벌 분쟁 경험 미숙으로 일어난 일로 여기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며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 피해 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26일 주총에서 “ITC가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시각차를 보였다. 그러면서 “미국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게 하는 경쟁사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당사의 배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발화 사고가 나지 않는 등 안정성과 품질 면에서 고객들로부터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고 잇단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저격했다.

미국 출장 중인 김준 사장을 대신해 주총의장을 맡은 이명영 이사가 26일 열린 제14기 SK이노베이션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주총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양사가 판결문을 직접 확인해보자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장문에서 “아직까지 ITC 결정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까지 오도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양사가 소모적 논쟁을 거두고 판결문에 적시된 영업비밀 리스트 관련 증거자료를 직접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ITC는 지난달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인력을 빼가는 방식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면서, 리튬이온배터리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미국 대통령은 ITC 결정을 살펴보고 60일 안에 공익성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벼랑에 몰린 SK이노베이션은 최후 카드인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을 이끌어내기 위해 현지 여론전을 펼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은 다음달 11일까지인데,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쟁과 관련한 법적 조언을 받기 위해 최근 샐리 예이츠 전 미국 법무부 부장관을 미국 사업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예이츠 전 부장관은 ‘친 바이든’ 성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법무부 차관을 지냈다. 또한 트럼프 정부에서는 부장관으로 임명됐다가 백악관과 갈등이 빚어지면서 열흘 만에 해임됐다. 지난해 대선 때는 바이든 지지 연설을 했고,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같은 경력을 가진 인물이 백악관 등 대정부 활동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예이츠 고문의 고향이 미국 애틀랜타라는 점에 주목하는데, SK 배터리 공장은 애틀랜타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125㎞ 거리에 있다.

예이츠 고문은 공개 활동도 시작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 금지 명령을 내린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ITC 결정이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이 만들어낼 수 있는 2600개 일자리를 위협하고, 전기차 확대를 통한 기후변화 대처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의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2라운드로 치닫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2라운드로 치닫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를 역임한 '외교통'으로 알려져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도 지난 2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구체적인 출장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 투자를 강조하며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C의 최종 판결로 LG와 SK의 배터리 사태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지만, 양사는 여전히 날선 공방을 펼치고 있다. 양사의 '배터리 분쟁'이 2라운드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2주 후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