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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가상공간 속의 또 다른 나…'메타버스'에 주목하는 ICT·게임업계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1.04.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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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에서는 사적으로 5명 이상이 모일 수 없다. 하지만 가상공간에서는 수만명이 모여 축제를 열거나 플래시몹을 진행할 수도 있다. 각각의 이용자들을 캐릭터화한 ‘아바타’를 통해서다.

이 아바타가 존재하는 3차원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고 한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 기존에 많이 사용하던 가상현실(VR)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웹과 인터넷 등의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흡수된 형태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과학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

SK텔레콤 모델이 '점프 버추얼 밋업'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메타버스 채용설명회에 참여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최근 1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자,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시장 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35년 3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메타버스 시장이 팽창하면서, 국내외 ICT·게임업계가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성장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접하며 여러 개의 가상세계를 오가는 ‘메타버스 네이티브’ 세대, 이들을 아우르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종합 ICT기업으로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텔레콤은 순천향대학교와 손잡고 지난달 초 메타버스 공간에서 새 학기 입학식을 여는 가상현실 속 캠퍼스를 소개했다. SK텔레콤의 가상현실 플랫폼인 점프VR 내 ‘소셜월드’에 순천향대 본교 대운동장을 구현한 뒤 대학 총장과 신입생들이 아바타로 참여해 상견례를 나눈 것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를 열기가 어려워져 가상현실에서 입학식을 연 것인데, 업계에서는 게임을 통해 알려진 메타버스가 교육·의료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이 나왔다.

SK텔레콤은 또 오는 12~13일 자사 메타버스 서비스인 ‘점프 버추얼 밋업’을 활용해 취업준비생들의 편의와 안전을 고려한 신개념 채용설명회를 진행한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개설된 가상의 설명회장에는 구직자들과 SK텔레콤 실무자들이 아바타 형태로 참여한다. 시간 및 공간적 제약으로 지역별 설명회를 찾을 수 없었던 취업준비생들이 참여할 수 있고, 다수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데 따른 방역 문제도 없어 심리적 부담감도 낮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비대면 환경에서도 지원자들의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다각도로 파악하기 위해 고민했다”며 “아바타 형태로 소통하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부담 없이 자유롭게 본인의 생각과 궁금증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네이버의 3D 아바타 앱 '제페토'를 활용해 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제페토를 통해 열린 총회 참석자들의 아바타. [사진=한국모바일게임협회 제공]

IT업계에선 네이버의 계열사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앱 ‘제페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 가입자가 2억명(해외 접속이 90%)에 달하는 제페토는 얼굴 인식과 증강현실(AR), 3D(3차원)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아바타로 소셜 활동을 할 수 있게 한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향후 글로벌 신규 투자를 전개할 사업으로 이커머스와 더불어 메타버스를 점찍어 둔 상태다.

최근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가 모두 네이버제트 제3자 배정 유상증자(170억원 규모)에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메타버스를 접목할 요소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들 기업은 제페토에 이어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소속 가수의 3D 아바타를 생성해 활동하고 있다. 제페토 내에서 진행된 블랙핑크 가상 사인회에는 무려 4600만명 넘는 이용자가 몰렸다.

게임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고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으로, ‘차세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친구들과 콘서트 관람, 테마파크 방문, 다른 이용자가 제작한 게임 플레이 등 다양한 사회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로블록스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수혜를 본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집계한 2020년 한 해 동안의 일일 평균 접속자수는 전년 대비 85% 급증한 3520만명을 기록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역시 1억6000만명까지 늘어났다.

로블록스가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점은 ‘로벅스’라는 가상화폐를 통해 경제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가상화폐인 로벅스를 구입하거나 로벅스 프리미엄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한다. 즉, 아직까지 광고가 주요 수입원인 다른 플랫폼에 비해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하게 구축된 셈이다.

로벅스로 각종 아이템이나 감정표현을 구매할 수 있는데, 반대로 본인이 만든 게임의 게임패스가 판매되거나 패션 아이템이 판매되면 로벅스를 벌 수 있다. 현재 100로벅스가 1.2달러 정도인데, 개발자는 100로벅스 당 35센트의 수익배분을 받는다. 회사에 따르면 로블록스에서의 생산 활동을 통해 125만명의 크리에이터가 지난해 3억3000만달러를 벌었으며, 이 중 1200명의 톱 크리에이터는 1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놀면서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젊은 세대가 열광할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모바일게임 기업 컴투스가 최근 시각특수효과(VFX) 전문 업체 ‘위지웍스튜디오’에 450억원대의 투자를 결정했는데, 메타버스 분야에서의 협업까지 계산한 행보로 풀이된다. 중견게임사 위메이드와 블록체인 기반 게임업체인 플레이댑 등도 앞서 메타버스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컴투스 CI와 위지웍스튜디오 CI. [사진=컴투스 제공]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생활의 보편화와 맞물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사례에 비춰 메타버스가 반짝 성공에 그칠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의 게임 개발사인 린든랩은 2003년 ‘세컨드라이프’라는 3D 가상세계 서비스를 선보여 열풍을 일으켰는데,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로 인기가 식어버렸다.

전문가는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기술력과 이를 소비하는 플랫폼 및 콘텐츠가 탄탄해야 메타버스를 이용한 산업이 롱런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VR을 반복해서 사용할 만한 매력적인 콘텐츠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예를 들어 게임회사는 이용자들에게 ‘업데이트’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재미있는 것을 던져주는데, 메타버스는 그게 없다. 메타버스가 하나의 살아있는 유니버스, 소사이어티로서 지속 가능할지가 현재로선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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