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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LG·SK 극적합의에 K-배터리 '구사일생'…남은 과제는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1.04.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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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남기고 전격 합의에 이른 것은 미국 정부의 중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를 이뤄낸 양사는 소송 과정에서 빼앗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회복해야 하는 공동 과제를 안게 됐다. 당면 과제인 ‘K-배터리’의 신뢰를 회복해야함은 물론이다.

전문가는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 상 앞으로 업체별 품질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고 판세도 달라질 공산이 크다며 중국 업체들에 내준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모아야한다고 조언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양측의 합의안을 승인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배상금으로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을 지급하는 것이 합의안의 골자다. 애초 LG는 3조원대, SK는 1조원을 주장했으나 중간선인 2조원으로 결정했다. 양사가 서로를 겨냥해 진행 중인 모든 분쟁과 소송도 이날부로 종료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대립을 멈추기로 최종 합의했다. [그래픽=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지식재산권 분쟁으로는 사상 최대인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지불하기로 한 것은 지난 2월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에 승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ITC가 내렸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10년 수입금지 조치는 해제됐고,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미국에서의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폭스바겐·포드 등 고객사에 배터리 공급 차질을 빚을 경우 예상되는 손해배상은 물론, 3조원을 투입한 조지아주 공장 건설 중단에 따른 비용 손실과 설비 이전 부담에서도 벗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의 주장이 옳았다’는 명분을 얻음과 동시에 2조원이라는 막대한 합의금까지 챙겼다. 이에 미국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손잡고 2조7000억원을 들여 35GWh의 ‘얼티엄셀즈’를 짓고 있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실탄’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 회사 측은 2025년까지 총 5조원을 투입, 연 145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양사가 2년여 간의 진통 끝에 합의에 이르렀지만,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우선 시선이 가는 대목은 중국 업체들에 빼앗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는 것.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 CATL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지난해(24%)보다 7% 이상 뛰어오른 31.7%로 1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중국 업체인 BYD는 2.8%에 머무른 점유율을 최근 7%까지 끌어올리며 4위까지 도약했다.

반면 2위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3.5%에서 19.2%로 떨어져 1위 CATL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 역시 지난해 6%대에서 올해 5%로 낮아지며 중국 업체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전문가는 업종 특성상 전기차 배터리의 초격차를 이루기는 힘들지라도,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모아 대처한다면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미래차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전기차 배터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기술적인 발전의 한계가 있는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업체 간 품질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어떤 자동차에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따라 판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을 제치고 앞서나갈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하다. 토종 업체들이 힘을 모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마음을 돌려야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LG와 SK가 한창 대립한 지난달 15일 폭스바겐은 전기차 사업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각형 배터리로 전환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LG와 SK가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었기에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국내 배터리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된 만큼, 폭스바겐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LG-SK 배터리 분쟁 일지. [그래픽=연합뉴스]

오일선 소장은 “LG와 SK가 극적인 합의를 이룬 만큼, 상황이 급반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미뤄봤을 때 향후 폭스바겐이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선 양사를 2년간 짓누르던 걸림돌이 제거됨으로써 K-배터리의 글로벌 경쟁력 훼손 가능성이 차단됐다고 보고 있다.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 계속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의로 토종 배터리 업체들이 선점한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업체들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굳건한 토대를 마련했다”며 “중국 업체들은 미국에 진출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유럽 회사들은 역내의 신설될 공장들을 안정화시키는 데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최소 2025년까지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국내 업체들에 우선적인 지위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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