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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시중은행 복장 자율화시대, 격식 벗고 혁신을 입다

  • Editor. 김지훈 기자
  • 입력 2021.05.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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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지훈 기자] 이달 들어 NH농협은행도 유니폼 폐지를 선언하면서 5대 시중은행이 근무 복장 자율화 시대를 맞게 됐다. 유니폼의 전통적 효용성에 대해한 옹호론도 남아있지만, 은행 내에서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직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격식과 획일성에 갇힌 유니폼의 폐지를 추진해왔다. 금융권의 보수적인 문화를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유니폼의 폐지가 곧 혁신의 아이콘이란 말과 동일시된 시대로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2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달 초부터 유니폼을 없애고 근무 복장을 자율화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직원들은 앞으로 기존 유니폼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을 입을 수 있다. 지금까지 농협은행의 5급 이하 여성 직원은 유니폼을, 남성 직원과 4급 이하 여성 직원은 정장을 각각 착용해왔다.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오는 9월까지는 유니폼과 자율복을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 본점 직원들이 자율복 차림으로 근무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직원 투표에서 유니폼 착용을 선호한 인원이 많았기 때문에 유니폼 폐지를 미뤄왔다"며 "현재 직원들 반응이 매우 좋으며, 복장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농협은행까지 유니폼을 없애면서 5대 시중은행의 복장 자율화가 완료됐다. 유니폼을 가장 먼저 없앤 곳은 KB국민은행으로 2018년 9월 시행에 들어가 자유 복장을 하되 원하면 유니폼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2019년 5월에는 유니폼을 완전 폐지했고, 한 달 뒤 신한은행도 유니폼 프리를 선언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지난해 유니폼을 없앴다.

시중은행의 유니폼 폐지에 대해서는 고객이나 은행 모두 의견이 갈렸다.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고객 박모(38)씨는 "유니폼 입은 사람은 직급이나 전문성이 낮아 보인다"며 "점점 수평적 조직 문화로 가는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아 보이고, 구성원 모두가 유니폼을 입는 것이 아니기에 계급을 나누는 느낌이 강하다. 유니폼 폐지는 고객 입장에서도 반갑다"고 말했다.

반면 시중은행 한곳과 오랫동안 거래 중인 중년 고객 A씨는 "은행에 들어서면 휘황찬란한 느낌을 받는다"며 "내가 백화점에 들어온 것인지, 은행에 들어온 것인지 헷갈리고 진중한 느낌이 많이 떨어져 설명을 들어도 신뢰도가 예전만 못해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5대 시중은행의 근무복장 자율화가 완료됐다. [사진=각 사 제공] 

은행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나뉘고 있다.

복장 자율화가 시행 중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복장 자율화 전에는 사무실 내 위화감이 있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며 "출근해서 유니폼을 갈아입는 것이 귀찮았는데 바로 일을 할 수 있어서 좋고, 무엇보다 계절에 맞게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세탁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영업점과 외부활동이 많은 일부 부서에서는 옷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때론 이 옷을 입어도 되는지 고민할 때도 있으며, 품위 유지에도 비용을 많이 지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차별이 생기고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경쟁적으로 옷을 입는 느낌도 받는다"고 말했다.

몸빼바지로 시작한 은행 여성 직원의 유니폼은 전후 여성의 사회적 진출의 상징 중 하나로 인식되었고, 1970년대 미색이나 연청색 등으로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1980년대에는 경제 고도성장기에 맞춰 빨간색과 푸른색의 화려한 디자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1990년대 금융전문가로서의 신뢰성을 강조하기 위해 고상한 색상과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주로 은행 CI를 반영했다. 그 시대의 특성을 대변하며 변화해온 은행원 유니폼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 시중은행에서 은퇴한 이모(66)씨는 "풍족하지 못했던 1970년대 은행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은행 유니폼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며 "유니폼은 하나의 패션이 되었고 의사가운과 같은 신뢰를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니폼이 사라진다는 것은 시대 흐름상 어쩔 수 없겠지만 많이 아쉽고 그립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들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앞다퉈 다방면에서 혁신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에 따라 자유로운 복장 붐도 일어났다.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혁신을 펼치기 위해 유연한 기업문화가 조성돼야 하는데 획일적이고 격식을 강조하는 인상을 남기는 유니폼을 고수하고서는 기존의 보수적인 은행권 문화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단순히 옷을 자유롭게 입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인 은행으로 탈바꿈하는 결실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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