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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듣기 좋은 ESG, 앞선 CSR·CSV와 무엇이 다를까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07.0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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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최근 몇 년전부터 유통업계에 불어닥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기는 뜨거웠다.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가 재무 성과와 더불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면서 많은 기업이 앞다퉈 ESG 경영을 도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식품, 유통회사나 뷰티, 제약사는 업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ESG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성과에 ESG 지표를 넣기도 한다. 해외 투자 기관은 ESG 경영에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투자 자체를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ESG 경영은 일반적으로 재무적인 성과만을 강조하던 경영체계와 달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경영을 말한다. 2005년 유엔에서 사용된 뒤 대기업들이 선제적으로 ESG 경영을 도입했다. 롯데그룹은 2015년 12월 ESG를 사장단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공표했고, 풀무원은 2017년 ESG 위원회를 꾸렸다.

롯데가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2021 하반기 롯데 VCM(사장단 회의)'에서 ESG 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사진=롯데지주/연합뉴스]
롯데가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2021 하반기 롯데 VCM(사장단 회의)'에서 ESG 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사진=롯데지주/연합뉴스]

창업주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기린 CJ그룹은 지속가능 경영과 상생을 목표로 전방위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친환경 소재 분야 개발에 많은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2030년까지 회사가 보유한 차량 1600대 전부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들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ESG 경영이 잘 정착된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업계 전반에 걸쳐 ESG 경영이 확산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물음표가 나온다는 점이다. ESG 유행을 탄 겉핥기식 경영 전략이 적지 않고, '착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이 기존 사회공헌 활동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도 ESG 경영을 단순히 '친환경 마케팅' 정도로 받아들이곤 한다.

ESG 바람이 국내에 불기 앞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CSV(공유가치창출)가 유행어처럼 사용됐다. 단어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혁신적인 경영으로 이어지는 방향성의 변화는 없었다는 것이 전반적 평가다. 특히 ESG가 일관성을 띠지 않아 자칫 허울 좋은 경영 전략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실제 금융연구원은 지난 5월 'ESG 투자 위험의 증가와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ESG 워싱(세탁)'에 대한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기업이 표방하는 ESG 경영이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을 발휘하느냐가 아니라 명칭 부여와 홍보, 마케팅 등에만 치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E)과 사회(G) 분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ESG 경영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G(지배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생략하는 기업이 많다. 그렇다 보니 목표 설정 이후 세부전략 수립 과 실행까지 오너와 투자자, 임직원 간 이견이 발생하기 쉽다.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기 위해 컵이나 빨대 등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면서도, 수익 창출을 위해 시즌마다 수십개의 플라스틱 MD(머천다인징)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업황과 기업 특성에 맞는 ESG 경영체계 확립과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 역량을 확보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전담팀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에선 조직 내부에서 ESG 요소가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물 밑에서 지원하는 조직이 생겨나면 ESG를 명분으로 투입되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론 국내 코스피 상장사들도 ESG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체질개선을 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잇따르는 기업의 ESG 경영 도입 선언은 그 자체만으로 매우 의미가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환경과 공존하는 기업이 돼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만큼 사업 초기 단계부터 더욱 실효성이 있고 실체적인 ESG 전략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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