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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도시정비사업 수주경쟁에 주요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 딜레마 가중
[포커스] 도시정비사업 수주경쟁에 주요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 딜레마 가중
  • 장용준 기자
  • 승인 2021.07.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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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건설사들의 일감이 줄어들면서 주요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도시정비사업 수주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정비사업장 수주에 들어가면서 기존 자사 브랜드에 입지와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판단이 서면 경쟁력을 강화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거는가 하면, ‘특화 브랜드’까지 새롭게 제안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브랜드 경쟁이 사업성과 입지 등에 좌우되다 보니 정비사업 조합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의 딜레마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주요건설사들이 정비사업장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에 따른 갈등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DL이앤씨가 신규 브랜드 ‘드레브372’를 제안하자, 경쟁구도를 그린 롯데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제안하면서 팽팽한 수주경쟁에 들어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건설사가 이미 자사의 대표 브랜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브랜드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안한 것이 향후 다른 정비사업장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근 들어 조합의 힘이 더 강해지다 보니 하이엔드 브랜드라는 경쟁력을 더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도시정비사업 조합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코로나19와 부동산 규제의 영향으로 주요 건설사들의 기존 해외사업이 위축되고, 국내 정비사업도 일감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정비사업 조합의 시공사 해지 사례도 늘고 있다. 이달 초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로 선정했던 DL이앤씨와의 계약 해지를 결정했는데, 그 주요 사유 가운데 하나가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의 적용 여부였다.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던 흑석9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제공]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던 흑석9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제공]

앞서 지난달에는 롯데건설이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과 설계 변경과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 등을 놓고 갈등 끝에 시공사 지위를 박탈당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같은 시공사 해지 사례는 더 잦아질 수 있다"며 "건설사는 정비사업장이 수많은 일감 중에 하나이지만 조합원들에게는 평생 한 채를 가지게 되는 가장 큰 재산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의 한 정비사업 조합원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만든 것이 일감에 목말랐던 건설사의 입장 탓이었기에 이것이 적용되는 일부 사업장을 바라보는 대다수 정비사업 조합의 시선은 자연스레 우리도 더 좋은 환경과 더 비싼 집에 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이같은 분위기가 조합원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이 건설사와 조합 간의 갈등이 잦아지는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합의 시공사 해지가 너무 쉽게 결정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1000세대가 넘는 매머드급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들 가운데 다수의 입장을 대변한다 해도 내부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며 "시공권을 박탈당한 건설사와의 법적 분쟁이 필연적으로 이어져 결국 양측이 모두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