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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화두 던진 바일스, '왕관의 무게' 대신 자신을 지켜낸 마지막 미소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1.08.0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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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보다는 '용감한 포기'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웃었다. 동메달에 입맞춤하는 체조여제의 얼굴에는 마음고생을 날려버린 후련한 미소가 번졌다.

지난달 27일 단체전 첫 경기 후 돌연 "내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남은 5경기를 포기했던 2016 리우올림픽 4관왕 시몬 바일스(24·미국)가 엿새 만에 평균대 위에 올라 후회없는 마지막 연기를 펼쳤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다 정신이 피폐해진 그는 몸과 마음을 추스린 끝에 값진 동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바일스는 3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끝난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평균대 결선에서 14.000점을 기록, 관천천(14.633점), 탕시징(14.233점·이상 중국)에 이어 참가 선수 8명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평균대 동메달을 들어보이는 바일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평균대 동메달을 들어보이는 바일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경기 전 한쪽 다리를 떠는 시몬 바일스는 결연한 표정을 지은 후 폭 평균대에 올랐다. 앉은 채 한쪽 다리를 쭉 뻗고 세 바퀴를 도는 동작도 큰 실수 없이 소화했다. 두 바퀴를 비틀며 돌아서 떨어지는 바일스만의 기술 대신 마지막 두 바퀴를 돌아 안정적으로 착지했고 부담을 털어낸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동메달을 결정지은 뒤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바일스의 7번째 올림픽 메달.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금메달 4개와 평균대에서 동메달 1개를 따냈지만 도쿄 대회에서는 단체전 은메달, 평균대 동메달을 획득했다. 메이저무대인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에서 수집한 그의 메달 개수를 32개로 늘어났다.

비록 도쿄의 수성은 이렇게 실패했지만 바일스가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전에 던진 '정신 건강' 화두의 울림은 컸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기분’이라며 수성에 대한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한 그는 첫 경기인 단체전 뒤 개인종합과 도마, 이단평행봉, 마루운동을 기권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나의 몸과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승자만은 기억하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강인한 정신력, 집중, 집념, 끈기 등으로 점철돼온 화두들 만큼이나 선수들을 짓눌러온 고통과 불안, 두려움 등의 '불편한 진실'을 세상 밖으로 꺼낸 그에게 위로와 격려가 쏟아졌다. 다른 경쟁자들의 기회를 앗아가는 나약한 포기라는 비판보다는 위태로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연스런 '멈춰세움'이라는 공감이 확산한 것이다.

단체전 첫 경기 후 돌연 남은 경기들을 포기했던 미국의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가 엿새만에 평균대에 나서 동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진=AP/연합뉴스]

기권 선언 다음날 바일스는 평균대에서 한 바퀴 반을 돌고 떨어지는 영상을 SNS에 올리며 '트위스티스(Twisties)'라는 정신적 문제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트위스티스는 공중에서 공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하늘과 땅을 구분 못해 매트리스 위로 떨어지는 영상을 올린 바일스는 "천장과 바닥을 구별할 수 없다"며 "기술을 시도하면 몸이 굳어버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나는 괜찮고 고맙다"며 동료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그렇게 바일스는 다시 평균대 위에 몸을 맡겼고 다시 날아올랐다. 공중에서 길을 잃지 않았고 자신을 지키면서도 이겨낸 '인간적인 승리'였다. 바일스는 힘든 순간들을 맞았지만 마지막 경기인 평균대에서 훌훌 털어내며 고단한 도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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