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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법정으로 가는 남양유업 매각...'선결 조건'이 불발 원인?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09.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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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모펀드 운영사 한앤컴퍼니(한앤코)의 약정 위반을 이유로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매각 절차가 중단됐다. '불가리스 사태'로 불거진 남양유업 경영쇄신은 결국 법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양측이 책임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계약이 불발된 원인에 쏠린다. 

한앤코는 1일 입장문을 통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한 것과 관련해 "계약은 계속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홍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는 이날 오전 "한앤코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며 "이번 매각 관련 분쟁 후 경영권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입구의 간판 [사진=남양유업 제공]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입구의 간판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홍 회장의 주장에 한앤코는 사전 합의된 사항에 대한 입장 번복, 비밀유지의무 위반, 불평등한 계약, 남양유업 주인 행세 및 부당한 경영 간섭 주장 등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합의사항은 서면으로 남아 있다. 오히려 그와 정반대의 내용에 대한 자료들만 넘치므로 법원에서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승소를 자신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파문이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홍 회장은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사임 의사를 밝힌 홍 회장은 한앤코와 남양유업 주식과 경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 회장이 지난 7월 30일 열릴 예정이었던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하며 '노쇼(No-Show)' 논란이 일었다.  한앤코는 임시주주총회 당일에 매도인이 입장을 뒤집어 매수인과의 협의는 물론 합리적 이유도 없이 임시주주총회를 6주간이나 연기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지부진하던 남양유업 경영쇄신은 소송전으로 인해 혼돈 양상이 됐다. 홍 회장은 분쟁 수습 후 남양유업 재매각을 약속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한앤코가 제기한 홍원식 회장 외 1인에 대한 전자등록주식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주식을 처분할 수 없게 됐다. 

홍 회장은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번 법정 다툼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인지를 놓고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IB(투자은행)업계는 홍 회장이 임시주총을 6주 후로 임의 연기하고 거래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것과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불이행하려는 것을 근거로 한앤코 측에 유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소송문제에 엮이면 남양유업 지분 매입대금이 묶이게 되는 만큼 한앤코가 전체 거래대금의 10~20%가량의 배상금을 받고 상황을 종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지급하며, 매도인의 단순 변심에 따른 계약 해지 시에는 계약금 몰취 혹은 계약금의 두 배를 지급한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연합뉴스]

홍 회장이 매매계약을 망설이는 이유는 선결 조건과 매각 금액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홍 회장이 한앤코에 매각하기로 한 지분(53.08%)의 가격은 총 3107억원이다. 이는 남양유업이 보유한 유형자산의 순장부가액(3693억원)보다 적은 액수다. 이를 두고 '헐값 매각'과 함께 '파킹거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수가액 책정에 대해 한앤코는 "3107억원의 인수가격(100% 지분 기준 약 5904억원)의 인수가(100%기준)는 근 10년간 지속된 매출축소와 연속 6분기 동안의 영업손실 (약 1000억원) 국면을 탈피하여 남양유업의 브랜드 가치 및 영업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투자소요를 고려한 것"이라며 "기업가치로 환산하면 남양유업의 5년 평균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대비 약 12배 수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지난 4월 보직 해임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씨가 지난 5월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했고, 차남 홍범석 상무도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해 출근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에 대한 지위 보장과 백미당 사업분할 등이 계약 선결 조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주주 일가의 비도덕적 행태와 불매운동 이슈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은 남양유업 노동조합과 대리점주들은 조속한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다. 매각 결렬로 홍 회장이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고, 법정 공방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추가 매수자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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