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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원회 "언론중재법 개정안, 언론자유 위축 우려...신중 검토 필요"
인권위원회 "언론중재법 개정안, 언론자유 위축 우려...신중 검토 필요"
  • 최민기 기자
  • 승인 2021.09.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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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신설조항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이를 입법함에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권위는 17일 결정문을 내고 "언론 보도에 대한 규제 강화는 필연적으로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표현의 자유 제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기본권 제한에 요구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명확성의 원칙 등이 엄격하게 준수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신중 검토'를 강조했다. 

인권위는 지난 13일 제16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이 안건을 비공개로 논의한 뒤 이같은 의견을 이날 국회의장에게 제시했다. 

송두환 신임 인권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6차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두환 신임 인권위원장이 13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6차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나 중대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들어갔는데, 이중 열람차단 청구권과 고의·중과실 추정 등 조항이 핵심 독소조항으로 지적되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인권위는 개정안에서 규정한 허위·조작 보도 개념이나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은 개념이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인권위는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이 다른 비판적 내용을 전달하는 언론 보도나 범죄·부패·기업비리 등을 조사하려는 탐사보도까지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언론 보도에 대한 위축 효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허위·조작 보도 개념에 △허위성 △의도성 △정치·경제적 이익 취득 목적 △검증된 사실로 오인하도록 하는 조작행위 등의 요건을 더하고, 이를 구체적 명시해 언론 보도에 대한 위축 효과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요건이 들어있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고, 피해자의 입증 책임이 과도해지지 않게 당사자 간 증명 책임을 적절하게 조절하도록 하는 별도 조항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포털 뉴스서비스 사업자도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넣는 것은 매개자인 뉴스서비스 사업자를 뉴스생산자와 같은 취급해 필요 이상의 책임을 지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명예와 같은 인격권은 그 속성상 권리의 침해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으며, 이러한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되는 경우 개별적 사안마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익형량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며 "인터넷 뉴스사업자들이 공급받고 유통하는 모든 뉴스에 대해 이러한 불법성을 사전에 인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했다.

또 뉴스를 공급하는 포털을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뉴스들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 6일 송두환 위원장 취임 이후 열린 첫 전원위원회다. 본래 인권위는 안건 의결 과정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당일 회의에서 재적 위원 10명 중 과반이 비공개 의견을 내면서 회의를 비공개로 바꿨다. 

인권위는 "헌법 및 자유권규약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고 언론의 공적 책임과 조화롭게 보장될 수 있도록, 언론중재법이 신중한 검토를 통해 개정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