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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속 화장품 리필 시대 '성큼'...실효성 물음표에 기업의 대답은?

  • Editor. 김민주 기자
  • 입력 2021.09.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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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민주 기자] 지난해 여러 뷰티기업이 '제로웨이스트숍'을 목표로 화장품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였으나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최근 현행법상 화장품 리필 스테이션에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를 둬야 한다는 조항이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하면서 화장품 리필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생산부터 소비까지 친환경적인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리필 스테이션이 영세한 규모이고, 자사 지정 용기에만 리필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실질적인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리필 매장을 이용하기 위해 각 브랜드가 제작하는 플라스틱 용기를 새롭게 소비하는 것은 '친환경 순환'에 맞지 않는 만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규제 실증특례(규제 샌드박스) 승인으로 화장품 리필 매장은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없이 매장 운영이 가능해졌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제품과 기술의 시장 출시를 위해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제도다. 앞서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제4차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알맹상점과 이니스프리 등 2개사가 신청한 ‘조제관리사 없는 화장품 리필 판매장’ 사업모델에 대한 규제 실증 특례사업이 심의·의결됐다.

아모레퍼시픽 아모레스토어 광교점 리필스테이션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 아모레스토어 광교점 리필 스테이션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이에 따라 알맹상점의 서울역점·망원점, 보탬상점, 카페이공, 이니스프리 직영점 3곳 등 총 7곳은 시범사업대상으로 선정돼 앞으로 2년간 운영된다. 이들 매장에는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대신 대한화장품협회가 진행하는 화장품 관리 교육·훈련을 받은 직원이 배치된다.

규제 특례를 받은 품목은 샴푸, 린스, 바디클렌져, 액체비누 등 4가지다. 식약처는 △화장품 리필 내용물의 품질·안전관리 △화장품 리필 판매장 위생관리 △리필 제품의 표시 등 방법 △소비자 안내·설명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 화장품 리필 매장 직원이 이를 숙지해 소비자 소분·리필 판매를 지원하고 매장 내 품질 위생관리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여러 뷰티 기업이 화장품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아로마티카와 알맹상점이 오픈한 리필 스테이션을 시작으로 10월 아모레퍼시픽은 샴푸·바디워시 제품 등을 소분해 쓸 수 있는 아모레스토어 리필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 5월에는 LG생활건강이 ‘빌려쓰는 지구’ 리필 스테이션의 문을 열었다.  

제로웨이스트숍인 리필 스테이션은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행법상 샴푸나 린스 등을 소분 판매하려면 매장 내에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가 상주해야 한다. 조제관리사 자격취득자에 대한 고용부담으로 리필 매장 확산에 제약이 따랐다.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시험은 지난해 처음 도입돼 연 2회 시행되는데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치러진 3회 시험 합격률이 7.2%로 낮은 편이다. 기업들은 조제관리사 자격취득자를 상주시키며 매장을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 이달 기준 전국에 리필 전문 매장은 13개로 영세한 수준이다.

그런만큼 이번 규제 완화 조치가 리필 스테이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범사업대상으로 선정된 이니스프리는 강남점, 건대점과 신규오픈 매장에 리필 스테이션을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이니스프리는 이들 매장에서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교육받은 직원으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현재 운영 중인 아모레스토어 광교점의 리필 스테이션 판매 방식이 이니스프리 리필 스테이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모레스토어 광교점에서 소비자는 500ml(500원),  800g(6000원)으로 지정된 재활용 용기를 구매해 제조 후 100일 된 제품 내용물을 최소 10mL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같은 용량의 본품 대비 50%가량 저렴하다.

LG생활건강 빌려쓰는지구 리필스테이션에서 직원이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 빌려쓰는지구 리필 스테이션에서 직원이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일부 소비자들은 기업이 판매 중인 전용 용기만 사용해야 하면 결국 친환경 소비를 위해 새로운 플라스틱 용기가 생산된다고 지적한다. 샴푸, 액체비누, 바디워시 등 다양한 품목을 여러 리필 스테이션에서 구매할 경우 브랜드별로 지정 리필용기를 사야한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제조 시설이 아닌 매장 환경에서 내용물을 충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님께 안전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리필 스테이션 전용 용기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용기를 사용할 때 살균이 안 돼 있을 경우 미생물 번식 가능성이 있으며, 용기 구조 등에 따라 이물질이 유입된 것을 확인하기 어려워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용기 제한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리스테이 용기는 재사용에 적합한 용기로 3단 분리 가능한 디스펜서로 바디쪽 입구를 넓게 개발해 세척시 더 편리하고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육안으로 오염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다"며 "리사이클 용기의 경우 100%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든 용기로 일반 용기 사용 대비 플라스틱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친환경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장치로 "공병을 가져오지 않거나 번거로워하시는 고객들에게는 100원 상당의 리필 파우치팩을 제공하고 있으며, 개인용기 사용에 대한 부분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리필 매장 확대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도 적극 리필 매장 확대에 나섰다. 영국 브랜드 더바디샵은 올해까지 지구촌 500개 매장에 리필 스테이션을 오픈하고, 프랑스 브랜드 록시땅은 27개국에서 리필 스테이션 60개를 구축할 예정이다.

업계는 유럽과 미국의 경우 화장품 소분 판매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어 리필 매장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국내에서도 리필 매장이 확대되면 뷰티 제품 소비에 따른 플라스틱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 추정치에 따르면 리필 스테이션 한 곳에서 하루 20건의 리필 제품을 판매하면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1095kg를 절감할 수 있다. 이번 규제특례심의위 또한 화장품 리필 매장이 한 곳당 연간 110kg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실증 특례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으로 문을 열 시범매장의 성과가 향후 리필 스테이션 운영 방침과 매장 확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전체 화장품 리필 매장 운영은 현행법(조제관리사 상주)에 따라 운영되고 있지만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2년 후 전체 매장 운영방침에 대해 적절하게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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