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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장 신뢰 해치는 부정이슈 공격...동업자 정신 어디로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10.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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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경쟁사에 대한 악의적 소문이나 허위 사실을 유포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그릇된 마케팅 '전략'이다. 오죽하면 기자들 사이에선 기삿거리가 필요하면 동종업계 경쟁사에 문의하라는 웃지 못할 농담이 있을 정도다.

김혜원 기자
김혜원 기자

강력한 부정 이슈는 승승장구하는 기업도 주저앉히기 충분하다. 실제 들불처럼 세를 키우던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악의적 보도 하나로 '폐업 도미노'를 겪었다. 그렇다 보니 여러 기업이 온라인상에서 경쟁사에 대한 악의적 여론을 조직적으로 퍼나르거나 분쟁 이슈를 자료로까지 만들어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는 상황이다.

올해도 유통업계 곳곳에서 부정 이슈를 활용한 공격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회사가 실제 잘못한 행동에 대한 지적이라면 당연히 책임감 있는 자세로 이를 설명하고,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없는 사실을 지어내거나, 프레임을 짜서 공세를 펼치는 것은 경쟁사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유명 레깅스 회사 대표의 남편인 사내이사가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운전기사로 일했다는 A씨가 그 이사로부터 "룸살롱에 가서 일하는 여성들 몰카를 찍어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다. "룸살롱에서 경쟁사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사진을 찍어라. 그 레깅스업체의 성 상품화 문제를 기사화해 업체를 망하게 하겠다. 이건 회사 일이다"고 불법촬영을 강요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사는 불법촬영은 직원의 독단행동이라 반박했지만 레깅스를 주력 제품으로 미는 에슬레저 업체들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감를 표하고 있다.

진실공방 사태로 번져가는 이번 논란과 무관하다고 밝힌 에슬레저 브랜드 관계자는 A씨의 주장이 맞다면 "유흥업소에서 레깅스를 착용한다는 점을 앞세워 레깅스의 성 상품화를 알리고 특정 업체를 망하게 만들겠다는 생각 자체가 업계에 대한 무례"라며 "2030 여성을 주요 소비층으로 하는 브랜드가 운동복을 여성 혐오적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레깅스 전문 디자이너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개인의 의류 착용을 회사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의상 자체에 성적 프레임을 씌웠기 때문이다.

레깅스를 입고 운동 중인 사람들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언스플래쉬]
레깅스를 입고 운동 중인 사람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출처=언스플래시]

레깅스가 성매매 업소와 나란히 언급되자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레깅스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터에 레깅스를 유통하는 업체가 레깅스를 성적으로 소비하고 나섰다는 의구심을 좀처럼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논란이 불거진 시점에서 업계 전반의 신뢰가 깎여 나가고 있다. 

부정이슈 공격의 결과는 수많은 법원 판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창립 반세기가 넘은 전통의 유업체나 빠른 사세 확장으로 기업공개에 도전해온 헬스케어업체 등 쟁쟁한 기업들도 경쟁사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체면을 구겼다. 

맘카페 등 온라인상에서 경쟁사에 대한 악의적 여론을 조직적으로 퍼뜨린 유명 유아용매트업체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업체는 광고대행사와 손잡고 경쟁사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민원을 넣었고, 이 때문에 친환경 인증에 대해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기술원은 국정감사에서 결정 과정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관련 직원을 전보 처리했지만 피해 업체의 손해는 돌이킬 수 없이 커진 뒤였다.

악의적인 부정이슈 공격은 피해 회사의 매출 감소와 브랜드 이미지 추락, 행정·법정 소송 비용 소모 등 온갖 피해를 유발한다. 업체가 지난한 진실규명 과정을 버틸 '체력'이 있는 곳이라면 혹여 모를까, 영세한 기업 상당수는 억울함을 호소해도 진실공방 과정에서 도산하게 된다.

이후 진실이 밝혀지면 부정이슈를 유포한 기업 또한 '비겁하다'는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고, 낙인이 오랫동안 남아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날로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기업의 음험한 의도나 교묘한 조작에 미혹되지 않을 만큼 현명해졌다. 공정 경쟁이 시대정신이다. 시장 파이를 키워나가는 동업자로서 보다 상식적이고 상도덕을 지키는 마케팅 본연의 전략으로 승부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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