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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계빚 잡는다던 금융당국, 갈팡질팡 대출규제에 서민만 흔들어놨다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1.10.2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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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최근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이제 고용이 충분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여 다음달부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이퍼링에 이은 기준금리 인상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르면 다음달 다시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국면이 어느덧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보니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가 모두 정상화 과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그널을 꾸준히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장용준 기자
장용준 기자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방침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비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말 취임 이후 꾸준히 대출 증가율 6%대 총량규제를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저금리 기조로 돌아선 뒤 1800조원 규모로 급증한 가계부채가 추후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에 이은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의 리스크를 키울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선제적 대책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했는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실제로 당국이 이달 들어 전세대출을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지목하자, 시중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신규대출 중단과 우대금리 축소 등에 나섰다. 

이는 실수요자랄 수 있는 서민들에게는 전세대출이 전면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동시에 전세 수요의 반전세화 혹은 월세화를 가속화하고, 서울 시민들의 경우 수도권 외곽으로의 이동이 불가피해지면서 급기야 “우리들이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대출 규제 좋습니다. 그런데 제발 실수요자를 구분하고 규제를 해주시길 바랍니다”와 같은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는 사태까지 번졌다.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규제를 불러온 금융당국의 정책은 이사 성수기에 전세대출을 따내기 위해 발로 뛰던 서민들의 희망을 꺾어버린 '최악의 수'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이같은 서민들의 원성에 정부가 단번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 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당부하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같은날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일부 시중은행들은 중단했던 전세대출을 재개한 것이다.

얼핏 보면 서민들의 발목을 잡던 문제가 해소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오는 연말까지만 운영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당장 내년이 되면 이 문제는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부착된 대출상품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스스로 정한 6% 총량 제한을 적용한 정책 원칙을 스스로 깼고, 금융권 역시 자체적인 가계부채 관리 강화 시스템 구축과 작동이 요원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서민들은 언제 또 갈팡질팡하는 정책과 금융시스템에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불신을 안게 됐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총량이라는 게 물가상승률이나 금리가 좋았던 30년 전에 적용되던 제도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지점별로 대출 한도를 두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달 내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는 이를 통해 언제나처럼 강력한 규제를 강조하겠지만, 또 이번 사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시장과 서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확고하고도 적확한 사전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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