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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기회 엿보는 유통가...생존 전략은 '피보팅'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10.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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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사업 아이템의 전환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유통기업의 '피보팅'(Pivoting) 행보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유통시장이 전례없이 빠르고 넓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 모델만으론 성장을 보장받을 수 없다 보니 작게는 타깃 전환에서 크게는 사업영역 전환을 발빠르게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창립 52년을 맞은 hy는 발효유전문기업에서 종합유통기업으로 새 출발을 선포했다. 전국 단위의 배송망과 프로바이오틱스 연구기술력을 앞세워 균주 B2B(기업간거래) 사업에 진출했다. 

hy가 사명까지 바꾸며 혁신에 나선 것은 지난 몇 년간 정체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hy의 영업이익은 2018년 299억원, 2019년 274억원, 지난해 143억원으로 매년 하향 곡선을 그렸다. 과거 한국야쿠르트의 아날로그 시스템으로는 급변하는 디지털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진단이 많았다. 이에 hy는 대대적인 혁신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기존 식음료 영역에 한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유통 전문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꾀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김병진 hy 대표이사,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사진=hy 제공]
hy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전략적 물류체계 구축을 위해 손잡았다. [사진=hy 제공]

hy는 유통전문기업으로서 자사 핵심 역량인 '냉장 배송 네트워크'에 물류 기능을 더한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에 집중했다. 배송조직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IT기술을 접목했다. 또 다른 강점은 1만1000명 규모의 프레시 매니저(FM)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배송인력과 근거리 물류거점, 배송 모빌리티를 활용해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 트렌드는 물론 코로나19 같은 전대미문의 팬데믹(글로벌 대유행) 등 급속도로 변하는 외부 환경에 따라 기존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피보팅이다. 기존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과거 성공 방정식이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에 신규 타깃이나 시장에 맞춰 사업 방향을 리셋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로 IT업계에서 이뤄져왔던 피보팅은 코로나19 여파로 카페, 호텔 등 대면 서비스를 펼치는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면세업과 숙박업을 전개하는 호텔신라는 숙박 외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엔 2030 소비자 사이에서 유행인 '리추얼 라이프'(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규칙적인 습관)를 겨냥해 '웰니스' 상품을 선보였다. ‘어번 웰니스(Urban Wellness)’는 운동과 식단, 건강한 취미를 혜택으로 모아 MZ세대가 추구하는 건강한 삶을 실천해 볼 수 있는 상품이다. 서울신라호텔 야외 조각 공원에서는 '리드믹 요가'와 '티 세리머니'라는 야외 활동을 새롭게 진행한다.

서울신라호텔 '어번 웰니스' 패키지 퍼스널 트레이닝 [사진=신라호텔 제공]
서울신라호텔 '어번 웰니스' 패키지 퍼스널 트레이닝 [사진=신라호텔 제공]

호텔이 가진 부가적 서비스를 활용한 문턱 낮추기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 생존을 위해 시작한 라이브커머스가 호응을 얻자 판매채널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신라호텔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했다. 비대면·프리미엄 선물세트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선물세트 전용 보양식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기업들도 사업 영역 확대에 여념이 없다. 온라인 신선식품 장보기앱 마켓컬리의 운영사인 컬리는 국내 증시로 방향을 틀어 29일 주간사 선정으로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 절차에 들어간다. 마켓컬리는 지난 4월부터 호텔과 리조트 숙박권을 시작으로 뷰티, 가전제품까지 판매하는 등 영역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 제품에서 비식품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늘리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을 선도해온 신선식품만으로는 역시 IPO 주간사 선정을 마친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쓱)닷컴, 신선식품 유통업체 오아시스마켓 등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존 사업 방식을 뒤돌아보고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유통기업들의 경영전략이 향후 시장 판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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