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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결정권 없다'는 빙그레의 공염불?...아이스크림업계 '가격담합 철퇴' 위기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11.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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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빙그레·롯데·해태 등 아이스크림 업체가 제품 할인율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아이스크림값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며 '가격 결정권이 없다'고 공정거래위원회를 설득한 빙그레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빙과업체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시장구조가 아니라는 기업들의 주장이 담합으로 파훼되면서 억대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점쳐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빙그레,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지주, 해태아이스크림, 해태제과 등 6개의 국내 아이스크림 제조업체가 3년여간 제품 할인율과 가격인상폭을 합의하는 등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포착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다음달 15일 전원회의를 열어 아이스크림업체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빙그레에서 만든 아이스크림 라인업 [사진=빙그레 페이스북 캡처]
빙그레에서 만든 아이스크림 라인업 [사진=빙그레 페이스북 캡처]

공정위는 2019년 아이스크림 업체의 담합 정황이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이후 현장조사를 거쳐 지난 7월 제재 의견을 담아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업체들은 2016~2019년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하며 제품별 할인율을 미리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품별 할인폭을 줄여 영업이익률을 높이려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거래상대방 제한 행위도 적발됐다. 아이스크림 업체들은 경쟁 사업자의 거래처를 침범하지 않기로 약정하고서 특정 유통 업체에만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또 공장 직원들의 대규모 아이스크림 구매 입찰에서도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들러리'사를 정하는 등 입찰담합 사실도 확인됐다. 롯데제과와 빙그레, 롯데푸드, 해태아이스크림 등 4곳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7%에 이른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과점 형태의 시장을 악용해 가격 결정권을 부당하게 활용한다고 지적해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기 위한 기업결합심사를 받으면서 아이스크림 인상 및 가격 담합 우려를 반박한 빙그레의 주장도 억설이 됐다. 가격 결정권이 없으니 담합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겠다는 얘기가 공염불이 된 셈이다. 빙그레가 지난해 해태제과로부터 해태아이스크림을 1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할 당시 공정위는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단일 사업자가 새롭게 등장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빙그레, 롯데제과, 해태 [사진=각 사 제공]
빙그레, 롯데제과, 해태제과 CI [사진=각 사 제공]

이에 빙그레 측은 롯데푸드와 롯데제과가 건재한 상황에서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더라도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리거나 제품 출고량을 자의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빙과업체가 가격 결정권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위 또한 합병이 미치는 시장 영향 등을 심사한 결과 두 기업이 결합해도 1위 업체는 롯데인 만큼 빙과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빙그레가 단독으로 가격 교란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6개 국내 아이스크림 제조업체가 손잡고 3년여간 제품 할인율과 가격인상폭을 합의해온 혐의로 제재를 받게 된 만큼 시장 신뢰 하락은 불가피하다. 빙그레가 만들어 판매하는 메로나·비비빅과 롯데제과의 스크류바·수박바, 해태아이스크림의 바밤바·누가바 등 인기 제품이 모두 포함되자 제재를 촉구하는 소비자와 점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은 소비자 피해와 직결되는 만큼 억대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폭리를 취했다면 공정거래법상 엄중하게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2007년 해태제과식품과 빙그레, 롯데제과, 롯데삼강 등 빙과류 제조업체 4곳이 아이스크림콘 값을 담합한 혐의로 총 46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기업들은 "담합을 한 적이 없으며 공정위 발표는 짜맞추기식 발표일 뿐"이라며 행정소송으로 대응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담합행위가 인정돼 시정조치가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선 이번 가격 담합에 따른 제재가 지난번과 비슷한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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