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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 찬스로 '요소수 대란' 넘긴 정부...위기 컨트롤타워 책임 다해야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1.11.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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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생전 요소수가 귀한 줄도 모르다가 요즘에서야 그게 없으면 당장에 차가 멈추고 생업도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란 걸 알았어요." 

지난 17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50대 화물차 운전자 A씨는 부산까지 운반해야 할 화물을 가득 싣고도 요소수가 부족해 운행이 안될 수 있어 경인고속도로 진입 전 요소수가 입고된 주유소를 찾아 일곱 군데를 헤매다 겨우겨우 구해 위기를 넘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국 어느 주유소에서나 이같은 ‘요소수 대란’에 디젤(경유) 연료를 넣고 운행해야 하는 대형 화물차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장면이 방송으로 전해진다. 생전 요소수가 뭔지도 모르던 일반 국민들마저도 이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못지않게 대화 소재로 입에 올리게 됐다.

장용준 기자
장용준 기자

이같이 상황이 악화되자 지난 11일 정부는 요소수 대란 피해가 국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요소와 요소수 수급 안정화를 위해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차량용 요소수는 연말까지 주유소에서만 구입할 수 있고, 최대 구매량도 승용차는 10ℓ, 화물·승합차는 30ℓ로 각각 제한된다. 또 구입한 요소수는 재판매와 중고거래 플랫폼 거래가 금지된다.

이같은 정부의 대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결코 곱지만은 않다. 또 ‘규제 카드’로 뒤늦게 상황을 수습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요소수 대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11일 중국은 그동안 별도 검사 없이 수출하던 요소와 칼륨 비료 등의 수출 전 검사 의무화를 공고하고, 나흘 뒤 시행에 들어갔다. 말 그대로 속전속결 조치였지만 우리 정부의 대처는 안일했다.  

요소가 디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요소수의 원료다. 요소수는 화물차·버스 등에 의무 장착하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 미세먼지 등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소하는 디젤차의 필수품이다. 이같은 사실을 모든 국민들이 알게 되고, 디젤 연료를 넣는 차량으로 생업을 유지하는 운전자들이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던 요소수 대란은 3주에 걸쳐 지속됐다.

하지만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본격 대응한 것은 이달 초. 대중국 외교라인이 멈춰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만큼의 늑장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어찌됐든 당장 이달 말부터 요소수 생산 위기가 찾아와 연말이면 시중에서도 물량이 부족해질 것이라 정부는 필수 물량에 대해서 요소 수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 산업용 요소 2700톤을 들여왔다고 밝혔다. 호주와 베트남에서도 요소수와 요소를 긴급하게 들여왔다. 

전국적으로 요소수 대란이 빚어진 가운데, 지난 4일 광주 광산구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요소수 대란이 빚어진 가운데, 지난 4일 광주 광산구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정부는 중국이 요소 수출을 금지한 이유가 호주와의 석탄 분쟁으로 석탄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사태를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닐까 하는 비판의 시선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요소 수입량의 97%가 중국산이라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중국과의 교섭이나 공급선 다변화를 위한 외교라인을 일찍이 가동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구원투수가 된 건 또 다시 기업이었다.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확보한 요소수 1254톤, 요소 1100톤은 LX그룹의 LX인터내셔널 상사맨들이 발로 뛴 결과물이다. 호주 블루 녹스에서 8만ℓ, 멕시코 자르 크루즈로에서 10만ℓ의 요소수를 확보한 건 포스코그룹의 포스코인터내셔널이었다. 롯데그룹도 국내에서 요소수를 가장 많이 생산해온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6개국에서 총 1만9000톤 규모의 요소를 마련해 왔다.

정부가 요소수 대란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동안 기업들은 현장에서 발로 뛰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마저도 자신들의 공적으로 여기는 듯한 분위기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요소수 대란에 대해 “조금 더 일찍 예견하고 준비해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이번에 늦었지만 지난주부터 굉장히 빨리 움직여 단기간에 대응 잘 해왔다”고 말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는 국가적 위기에서 조정자가 돼야 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기업이 자발적으로 발로 뛰어 위기를 돌파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위기대응 매뉴얼 만들기에 고심해야 할 정부의 입장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자원이 빈약해 일부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공급망 위기의 시발점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국제 유가 상승과 더불어 원자재 가격이 뛰어오르고, 물류대란까지 예고되는 가운데 공급망 병목현상까지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는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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