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김민주 기자] 백화점 업계가 명품 수요 고객층 잡기에 승부수를 던지는 가운데 롯데백화점 정준호 신임 대표가 전국 점포 점장들에게 이색 주문을 한 것에 업계의 시선을 끈다. 정 대표는 "주 1회 경쟁사를 들러 벤치마킹하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히든카드이자 보수적인 롯데 유통의 구원 카드로 영입한 정 대표가 위기의 롯데백화점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을 모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준호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는 지난 2일 전국 백화점·아울렛·쇼핑몰 점포 점장 대상 화상회의에 참석, 팀장과 매니저에게 타사를 1주일에 1번 이상 방문해서 벤치마킹 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롯데는 대외적으로 세련미가 없다', '점장 매출이 다가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환경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롯데의 군대식, 위계적 조직 문화에 대한 개선 의지를 보였다.
정 대표의 분석대로 롯데백화점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럭셔리'와 다소 거리가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롯데백화점은 올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럭셔리화·대형화 트렌드 대응에 미흡했던 것을 인정하며 명품군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 올 3분기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경쟁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15%가량씩 매출 신장을 보인 데 비해 롯데백화점은 5.9%의 매출증가에 그쳤다. 경쟁사에 비해 명품매출 비중이 낮은 영향이다.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이 각각 11개, 16개의 점포를 보유한 것에 반해 롯데백화점은 전국 32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상대적으로 명품 유치에 한계가 있어 '큰 손 고객'이 부족한 실정이다.
순혈주의와 보수적 인사 성향이 강한 롯데그룹에서 백화점 구원투수로 발탁된 정 대표는 강도 높은 조직 쇄신과 혁신으로 롯데백화점 실적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에 공채로 입사해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 본부장,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사업담당을 거치며 20년 이상 신세계그룹에 근무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해외사업 근무 당시 아르마니 등 30여개가 넘는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유치한 바 있다.
롯데지에프알에서는 샬롯 틸버리 등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보여줘 신동빈 회장의 '믿을맨'으로 불린다.
신임 수장을 맞이한 롯데백화점은 현재 강남 분당 주요 점포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으며, 명동 본점에 에르메스를 포함한 명품 브랜드 인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만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정 신임 대표의 '벤치마킹' 관련 지시는 목적성을 둔 구체적인 업무 지시라기보다는 정례화된 점장간 만남 과정에서 나눈 일상적 대화 속 일부분"이라며 회사 차원의 벤치마킹 지시라기보다는 업무 태도 변화를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