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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커리큘럼] 건강한 가족으로 거듭나기 위해②

  • Editor. 박다온 객원기자
  • 입력 2022.01.17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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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다온 객원기자]  # 불행한 부모 밑에서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들
 

“부모 때문에 내가 망가지는 게 느껴진다. 안 맞는 가족은 무조건 따로 사는 게 답. 부모한테 사랑받는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자기들끼리 제발 안 싸우고 지냈으면 좋겠어. 싸우는 소리 때문에 죽고 싶다”(이건너무한거****).

그리고 그 아래 또 다른 공감의 댓글들이 달렸다. “진짜 그럴 거면 차라리 이혼했으면 좋겠음. 굳이 그렇게까지 싸우면서 같이 살겠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그 이유가 우리 때문이래? 이렇게 살면 우리가 행복할거라 생각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로*).

이런 상황은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온다.

[사진 = 쇼윈도 여왕의집 방송화면 캡처]
[사진 = 쇼윈도 여왕의집 방송화면 캡처]

요즘 채널A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쇼윈도:여왕의 집’에는 아버지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 딸이 엄마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장면이 나온다. 딸이 울며 아빠에 대한 배신감을 표하자 엄마는 이미 알고 있었다며 자식들만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참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딸은 “엄마 바보야? 엄마가 불행한데, 엄마 마음이 지옥인데 내가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겠어? 난 엄마가 행복해야 행복할 수 있어”라고 답한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이런 현상을 ‘투사적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투사는 개인의 태도나 특성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그 원인을 돌리는 심리적 현상이다. 정신분석이론에서는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과 같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돌림으로써 부정하려는 방어기제를 의미한다. 그는 부모가 자신의 생활에 의의가 없다고 느낄 때 자식들을 통해 의미를 느끼는 것도 투사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또 에리히 프롬은 “어버이들이 흔히 벌이는 논쟁은 화목한 가정이 주는 행복을 자식들에게서 빼앗지 않기 위해 헤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더 자세하게 검토하면 ‘화목한 가정’ 안에 감도는 긴장이, 불행의 분위기가 공공연한 결별보다도 자식들에게 더 해롭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공공연한 결별은 적어도 자식들에게, 인간은 용감한 결정에 의해 참을 수 없는 상황을 종결할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고 꼬집었다.

이를 뒷받침해줄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4월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인경 연구위원은 ‘양부모가족에서 한부모가족으로의 가족 유형 변화와 아동의 발달’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한부모가족 아동이 양부모 가족 아동보다 주의집중 척도에서 14.4%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아동이 고질적인 부모 갈등에서 벗어나 애정을 지닌 보호자와 살게 되면서 정서문제가 개선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한부모가 된 가족이 양부모를 유지한 가족보다 아동 학대가 8.8% 적었다.

김 연구위원은 “부모가 심각하고 반복적인 갈등을 겪더라도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좋다는 통념과 다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 속 딸의 말처럼 부모가 ‘자식을 위해 참는다’는 말이 생각만큼 자녀에게 득이 되지 않을뿐더러 ‘내가 있어 부모가 불행하다’는 죄책감을 안겨준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 많은 사람들이 가족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유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가족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창순 대표는 영상을 통해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관계가 가족이지만 가족이라고 해서 생각하는 것과 생활 습관이 다 같지 않다. 또 가족은 끊을 수가 없다. 독립을 한다고 해도 안 만나도 불편한 관계”라며 “가족만큼 기대치가 많은 관계가 없고, 이 관계에서는 예의를 지키지 않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관계”라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심리상담센터 등에서 가족상담을 하는 배선영 심리상담사는 “가족문제를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보웬*의 이론에 따라 문제에 접근했다. 그는 “불화가 많은 가족은 구성원의 자아분화*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다. 분화 수준이 높은 사람의 경우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나’를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분화 수준이 낮은 사람은 불안이 많고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조율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주로 ‘왜 나처럼 혹은 왜 내 말대로 안해?’와 같은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분화수준이 높으려면 어린 시절 돌봄을 잘 받고, 발달 주기에 맞는 과업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어려웠던 아이가 성인이 되고 분화수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부모가 되면 전수되며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 미리캔버스]
[사진 = 미리캔버스]

이런 가정 내 불화가 부모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배선영 상담사는 이에 대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부모가 중요한 건 맞지만, 같은 환경에서 자라더라도 어떤 사람은 크게 상처를 받고, 어떤 사람은 괜찮은 아이로 자란다”며 “어렸을 때는 자기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부모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좋은 멘토를 만나거나 선생님을 만나면서 결핍된 부분이 채워지고 발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관계는 시스템적 관점에서 상호작용한다. 가족구성원 한 명이 외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정에서 표현할 때 가족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보통 가족 문제는 한 사람만을 명확히 지목하기가 쉽지 않다.
 

# 건강한 가족이 되기 위한 방법
 

그렇다면 건강한 가족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이화여자대학교 김석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집단주의 문화에서 가족관계의 맥락을 살펴보기 위한 '한국가족관계평가척도'를 개발했고 검증하기 위해 국내 271가족(총651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가족 지지 △가족 갈등 △가족 친밀감이 건강한 가족 관계의 중요한 요소로 조사됐다. 또 가족의 지지와 친밀감은 우울감과는 부정적인 연관성이 있고, 가족 갈등은 우울감과 깊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와 친밀감이 높을수록, 갈등이 낮을수록 가족 구성원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건강한 가족관계란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가족 구성원들이 잘 대처하고 적응해나가도록 서로를 지지하고, 정서적 유대감이 있는 관계”라며 “한국사회에서 가족 지지와 가족 갈등 그리고 가족 친밀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가족 지지는 ‘우리 가족은 나를 지지한다’, ‘사랑받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가족은 내 말을 들어준다’ 등의 내용이다. △가족 갈등은 ‘가족에게서 소외된 기분을 느낀다’, ‘우리 가족은 나를 짜증나게 한다’, ‘가족끼리 의견 일치가 안 될 때 모욕적인 말과 행동으로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가족 친밀감은 ‘우리 가족은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서로 의논한다’ 등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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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웬 - 1913.1.31. ~ 1990.10.9. 미국 정신과 의사로 조지타운대학교 정신의학부 교수면서, 가족치료의 선구자이자 체계적 치료의 창시자. 보웬은 미국 가족치료학회 창설자로서 1978년부터 1982년까지 초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 자아 분화 - 개인적 차원에서는 사고와 감정을 분리시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타인과의 관계 면에서는 상대방의 영향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지와 신념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취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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