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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노숙자, '인생은 나그네길!'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1.09.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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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부자가 노숙을 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이른바 ‘50억 노숙자’ 사건은 지난 달 말 드러난 일로, 한 노숙자가 경찰에 누군가 자신의 가방을 훔쳐갔다며 신고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알려지게 되었다. 그 가방에 들어있던 것은 일천만 원에 이르는 금품. 이렇듯 50억 노숙자가 돈을 싸들고 다니며 노숙을 하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에서일까.

지난 22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50억 노숙자 A씨(52)는 약 1년여 전부터 인천시내에 있는 지하철역, 공원과 회관 등을 전전하며 노숙자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50억 노숙자가 가방을 잃어버리던 지난달 말일 이른 아침, 50억 노숙자는 술을 마신 후 한 빌딩의 야외 층계에서 자신의 가방을 벤 채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보니 가방은 오간데 없었고, 이에 놀란 그는 경찰서 문을 노크했다.   

 

 

50억 노숙자의 가방을 훔쳐간 이는 근방을 배회하던 또 다른 노숙자 B씨(51)로, 최근 경찰에게 붙잡혀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가방이 50억 노숙자 A씨에게서 2~3m 떨어진 곳에 뒹굴고 있어 주인 없는 것 인줄 알고 가져갔으며, 그 역시 가방을 열어보고 현금 500만원과 금시계가 들어있자 당황했다는 것. 노숙자 B씨는 훔친 돈 중 100만원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가방을 찾은 후 경찰은 이번에는 가방의 주인인 A씨를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혹시 그가 장물이나 훔친 돈을 들고 다닌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있었다. 조사과정에서 A씨가 50억 자산가로 드러난 것이다. 그가 가방에 넣고 다니던 금시계는 본인의 것이 맞으며, 현금 500만원 역시 그가 매달 이자로 받는 돈 중 일부임이 밝혀진 것이다.

‘50억 노숙자’ A씨는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사업을 했던 적도 있다”며 자신의 내력을 밝혔다. 선친에게 물려받은 토지 보상금 가운데 은행에 30억 원 정도를 예치하고 매달 1400만원의 은행이자를 받고 있다. 사업은 망했으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아내와 자식은 없다. 50대 노숙자가 이런 생활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세상 사는 것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집과 호텔이 답답해서”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50억 노숙자가 김삿갓처럼 유랑이 좋아 떠돌아 다닌 것 같다”면서 “주변사람들이 그에게 하도 손을 벌리는 바람에 노숙 생활을 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끝낸 경찰은 50억 노숙자에게 돈이 든 가방 대신 현금카드를 쓸 것을 친절하게(?) 권해 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50억 노숙자의 이런 기막힌 사연을 들은 누리꾼들은 “정말 영화같은 삶이네.” “돈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인가.”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22일 50억 노숙자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널리 퍼져나가자 이에 A씨가 경찰 측에 항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노숙을 계속 해야 하는데, 경찰이 자신의 사연을 언론에 알리면서 불안해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경찰 측은 지방청에 올라간 업무보고가 언론에 공개되어 알려지게 된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50억 노숙자의 이야기는 다소 황당무계한 사건이었지만, 이 역시도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방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신적 행복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박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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