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MC 강호동, 한나라당으로?
탈세의혹으로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 칩거 중인 강호동에겐 다소 생뚱맞은(?)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에서 강호동을 영입대상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물망에 올렸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만일 강호동이 원래 정치에 뜻이 있다면 모르겠으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조용히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는 강호동으로선 몹시 마뜩찮은 일일 수 있다. ‘한나라당 강호동’ 또는 ‘정치인 강호동’이라는 조합이 공연히 수면 위로 떠올라 도마에 오르게 되면 여러 구설에 시달릴 수 있는 까닭이다.
이미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그저 연기만 살짝 피웠는데도 ‘한나라당 강호동 영입할까?’라는 뉴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사실 강호동은 한나라당 영입 대상 인물 가운데서도 중심이 되는 인물이 아니다. 강호동은 나승연 전 평창 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과 서울대 김난도(소비자학과) 교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란 책을 낸 장승수 변호사 등과 함께 거론됐으나 대중의 인지도가 워낙 크다보니 세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강호동이 한나라당 영입 대상 인물로 떠오른 것은 정치권의 현재 고민과 크게 맞물려 있다. 지난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하는 등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은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한 세대교체가 시급한 가운데 새 인물 영입이 절실해졌다. 국민과의 소통, 특히 2030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강호동은 나승연 전 대변인, 김난도 교수, 장승수 변호사와 함께 거론 된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야권의 통합후보와 맞서려면 2040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새 인물 발굴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줄 뿐아니라 국민과 소통에 능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여러 인물을 추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강호동도 떠올랐다.
한나라당 영입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나승연 전 대변인은 지난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멋진 프레젠테이션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단단히 한 몫 한 인물이다. 김난도 교수는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로, 젊은 층의 멘토로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란 책을 낸 장승수 변호사는 일용 노동자 출신으로 1996년 서울대 법대에 수석 합격한 인물이어서 한나라당의 ‘귀족당’ 이미지를 바꿔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강호동의 경우 국민MC로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어 당의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이로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강호동 영입 후보 거론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한나라당의 발전을 위해선 강호동 등 유명인들의 적극 영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당의 정강 정책이나 정체성을 검토해 볼 생각은 않고 일부 인사를 바꾼다고 해서 되겠느냐는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2030 세대가 진정으로 간절히 원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강호동 등 이런 유명인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희로애락에 귀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고 일침을 가한다. 심각한 위기를 느낀 탓이든 어쨌든 한나라당의 체질개선을 위한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우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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