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부부를 기억하시나요?
SBS플러스의 이혼위기에 처한 부부의 관계 회복 과정을 리얼하게 담은 프로그램 '미워도 다시 한 번'에 출연해 큰 관심을 모았던 투명인간 부부가 또다시 화제에 올랐다.
2기의 투명인간 부부가 1기의 연상연하부부, 리틀맘 부부와 함께 중간평가를 받는 3기 부부들을 응원하기 위해 출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번 중간평가에 참여한 투명인간 부부는 “우리도 같은 아픔이 있었지만 솔루션을 잘 받다보면 자연스럽게 사이가 좋아 질수 있을 것”이라며 3기 부부들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1기와 2기 부부까지 참여하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중간평가는 25일 금요일 밤 12시 방송된다.
투명인간 부부는 부부가 함께 살지만 서로 투명인간처럼 무관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방송에서 결혼자체를 취소하고 싶은 남편 라병찬씨(29)와 산사람 취급 못 받는 아내 김민희씨(28), 투명인간 부부의 사연은 시청자들에게 큰 안타까움을 전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남편은 아내에게 얼마나 벌어온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며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는 남편의 영업직 고충을 이해하기는커녕 무시하는 아내가 밉기만 하다. 그리고 투명인간 부부는 한 공간에서 살지만 서로 본 척도 하지 않는다. 결혼 3년차이지만 2년째 섹스리스 부부로 살고 있다. 우연히 마주치는 시선조차 돌리는 남편은 부부관계를 거부했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싫으니 다른 남자랑 자라.”는 모욕적 폭언도 퍼부었다. 멱살잡이까지 서슴지 않는 남편의 폭언과 폭력으로 아내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투명인간 부부의 위기 속에 공포를 느끼는 아이의 씻을 수 없는 상처다.
그러나 투명인간부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의 부부들에게 주어진 화해와 성장의 기회를 갖고 '춤'을 매개로 진행된 솔루션 이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2년째 스킨십 단절에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기본적인 대화조차 나누지 않던 부부는 요즘 매일 밤, 아이까지 세 식구가 함께 잠을 청한다. 안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던 아빠가 이제는 항상 곁에서 안아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딸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갔다.
당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것조차 힘들어할 만큼 따로 떨어져 살아온 '투명인간 부부'의 관계 개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쏟아지는 비난과 따가운 시선도 그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관계를 망치는 가장 큰 적은 무관심'이라는 말처럼 투명인간 부부는 그동안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변하면서 개선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최면 등 여러 솔루션을 통해 그동안 꺼내놓지 못했던 내면의 상처 등을 이야기함으로써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으며 부부관계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제는 서로 마주보면 웃는다는 투명인간 부부, 그들의 모습에서 이 시대의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서글픈 부부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최윤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