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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 지살, 검색어의 불편한 진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1.11.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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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 지살 vs 박예진 자살.

포털 검색어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챙기는 사람이라면 지난 23일 오전 한 포털에 올라온 ‘박예진 지살’이라는 키워드에 화들짝 놀랄만하다. 물론 그들은 박예진 지살을 박예진 자살로 잘못 읽은 이들이다. 한데 박예진 지살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상당 시간 랭크 돼 있는 것을 보거나 그 이후 누리꾼들의 다양한 반응을 지켜보면 박예진 지살을 박예진 자살로 오해한 이들이 한둘이 아닌 무수히 많았음을 알게 해준다.

 


사실 박예진 지살 건처럼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로 인한 오해와 착각은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이번에야 일정부분 정확히 읽지 못한 누리꾼들의 오해 때문이라고 강변할 수 있지만 분명 거기에는 충분한 설명이 들어가지 않는 압축된 검색어로 인한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기도 하다. 가령 박예진 지살 검색어에 박예진 영화 지살, 박예진 지살 캐스팅, 박예진 지살 후란왕비역 등 한 단어만 더 추가했더라도 이번 촌극은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만일 박예진 지살 대신 거기에 영화나 캐스팅 등 한 단어가 추가 됐더라면 오해는 줄었을 것이며 그에 따라 이번처럼 박예진 지살이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결국 박예진 지살은 오해와 착각으로 큰 인기몰이에 성공한 셈이다.

어쨌든 박예진 자살로 오인해 무수한 이들이 클릭한 박예진 지살(止殺)은 13세기 초 유럽과 아시아 전역을 정벌한 칭기즈칸과 원정군의 살생을 멈추게 하려고 70세 노구를 이끌고 2년이 넘는 긴 여정을 견딘 구처기(丘處機)의 활약상을 담는 한·중·일 3D 무협영화 프로젝트다. 영화 지살에서 박예진은 극중 칭기즈칸의 황후인 '후란왕비'를 연기한다. 중국의 왕핑(王坪)이 메가폰을 잡고 중국의 위사오친(28) 리샤오란(35), 일본의 나카이즈미 히데오(35)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내년 가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박예진은 배역을 위해 승마와 무술, 내몽고어 연습에 한창이라고 한다. 아무튼 영화 지살은 박예진 지살 검색어로 인해 손 안대고 코 푸는 공짜 홍보를 맘껏 한 셈이 됐다.

이번 박예진 지살 해프닝과 비슷한 일이 간혹 있긴 하나 포털 인기 검색어는 대중들에게 편리한 구석이 없지 않다. 지금 현재 이 순간 무엇이 핫 이슈인지 알려주는 주요 창구로서 다른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핫이슈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주어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빛이 있다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먼저 박예진 지살 해프닝처럼 검색어가 매우 짧은 탓에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지난 2월 ‘미녀들의 수다’로 유명한 방송인 에바 포비엘의 경우 ‘에바 이혼’이 실시간 검색어로 뜨면서 애꿎은 이혼설에 휘말려야 했다. 사실은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 에바 롱고리아가 이혼 직후 10세 연하 남자친구와 밀회를 즐기고 있다는 외신이 알려지면서 ‘에바 이혼’이 검색어로 뜬 것인데 애매한 이가 곤욕을 치른 셈이다. 짧고 마치 암호같은 검색어로 인한 오해는 무수히 많다. 박예진 지살 처럼 엉뚱한 것을 상상했다가 정작 키워드를 눌러보고는 황당함의 실소를 터뜨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검색어의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중의 주목을 끌어야 검색어로 살아남을 수 있으므로 언어의 선정성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망언과 폭탄선언, 폭풍다이어트, 폭로, 비밀공개 등의 자극적인 단어가 올라오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박예진 지살 또한 미필적 고의는 아니었을까? 또 언어의 선정성외에 검색어 내용과 주제의 선정성도 무시 할 수 없다. 대중들의 가장 큰 관심 분야인 엔터테인먼트 소식과 함께 유명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 등 가십거리가 턱하니 인기검색어 순위를 장악하는 경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실 요즘 청소년들은 신문보다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한다면 포털의 한쪽으로 편향된 인기검색어는 독자들의 편식을 자연스레 유도할 수 있기도 하다. 정보 소비의 편식은 정보의 민주화에 역행하는 등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많은 이들은 포털 인기 검색어 창구는 유익한 정보들의 관문이길 바란다. 이를 알고 있다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박예진 지살 해프닝은 포털의 인기 검색어 에 대한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우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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