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박병선 별세, 숭고한 정신 길이길이!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1.11.24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병선 박사 별세, 그 유언에 담긴 메시지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적 진실을 밝히는 데 평생을 바친 박병선 박사가 별세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타국에서 우리 문화재의 반환을 위해 헌신한 박병선 박사 별세 소식에 많은 이들이 침통함을 감출 수 없었다.

외교통상부는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의 발표로 재불 사학자인 박병선 박사가 지난 22일 오후 10시쯤 별세했다고 밝혔다. 직지의 역사적 가치를 몸소 증명하고 프랑스에 빼앗긴 외규장각 도서를 고국의 품으로 되찾아오는데 전념했던 그녀의 한 평생.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직지대모’ 박병선 박사는 그렇게 자신의 뜻 깊은 삶을 마무리했다.

 

 

1923년에 태어나 서울 진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재원이었던 박병선 박사는 1955년 전쟁 이후 최초의 유학 비자를 받아 프랑스로 떠났다. 이후 프랑스의 소르본 대학에서 한국의 민속을 연구하고 프랑스 고등교육원에서 연구 활동에 전념해 역사학·종교학의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1976년부터 프랑스의 국립 도서관의 사서로 근무하게 된 박병선 박사는 그때부터 본격적인 우리 문화재 찾기에 힘쓰기 시작한다. 

이는 유학을 떠나기 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간 우리의 문화재들을 찾는 것에 힘써 달라”는 스승 이병도의 요청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를 찾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전혀 주목 받지 못하는 귀퉁이에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인쇄술에 대해 연구하고 직접 감자와 지우개를 통해 활자체를 만들어 비교하는 등 갖은 노력 끝에 1972년 직지가 1455년에 나온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빠른 1377년에 만들어진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 이로써 2001년 비로소 직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고 박병선 박사는 ‘직지의 대모’로 불리게 됐다.

그녀의 우리 문화재 발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어 박병선 박사는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강화도에 두 달간 머무르면서 조금씩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 찾기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1979년 파리 국립도서관 베르사유 별관에 외규장각 의궤가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로 인해 ‘비밀 누설’이라는 구실로 그녀는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해고된다. 프랑스 국적을 가진 그녀를 향해 ‘반역자’라고 손가락질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프랑스 국민들까지 생겨났다. 한국 정부 역시 프랑스 정부와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그녀를 외면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박병선 박사는 매일 외규장각 도서를 열람해 개인적으로 목차를 정리하는 등 국내로의 반환을 위해 힘을 기울였고 후에 서울대 규장각의 반환 요구,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 등으로 결국 외규장각은 그리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박병선 박사는 이러한 공헌을 인정받아 2007년 국민훈장 동백상을, 지난 9월에는 국민훈장 모란상을 수여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그녀는 프랑스 외교부에서 한국 독립운동 관련 문서를 찾아내는가 하면 한국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50년 넘게 수집해 무려 1만 5000쪽 분량의 문서와 2000상자가 넘는 한국 자료를 보관하기도 했다. 평생을 우리 문화재 살리기에 힘쓴 탓에 말년에는 프랑스 정부의 연금으로 어렵게 생활해야 했던 박병선 박사는 지난해 1월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 계속해서 투병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라는 저서를 집필해 왔던 그녀는 ‘완벽 반환’이 아닌 ‘일시 대여’의 형식인 외규장각 의궤의 문제를 마무리해 달라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실로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의 문화유산을 위해 헌신한 박병선 박사야말로 위대한 애국자가 아닐 수 없다. 이수정기자 /사진=MBC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