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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왕, 튀어야 뜬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1.11.2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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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하고 자빠졌네!”

흠칫 놀랄만한 욕지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 뱉는가 했더니 이번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물건까지 마구 집어 던진다. 조선왕조 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이 말이다.

SBS 수목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한석규가 연기하는 세종대왕은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왕의 모습을 탈피했다. 5천년 역사를 통해 가장 훌륭한 문화유산인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드라마 속에서는 똥지게를 짊어지고 궁녀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99%의 백성들을 위해 스스로를 낮춘다. 한마디로 왕에게서 인간의 냄새가 난다는 얘기다.

 

기존 사극들에서 왕이라는 존재는 민중과 계급적으로 명확히 구분된 인물로 감히 눈을 들어 마주볼 수조차 없는 ‘지엄하신 존재’로 묘사되어 왔다.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속의 세종대왕은 다르다. 한글 창제에 반대하는 대신들을 향해 “지랄하고 자빠졌네!”를 카리스마 넘치게 뱉어주는가 하면 껄껄하는 너털웃음 속에 ‘이런 우라질’을 독백처럼 내뱉는다.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왕권 중심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아버지 이방원. 그에 맞서 백성들과 함께 호흡하기를 원하는 드라마 속의 세종대왕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들에게 왕이기 이전에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렇듯 파격적인 왕의 모습에 드라마를 시청하는 많은 이들이 “에이 설마 그랬을까?”라는 생각보다 “정말 그랬을 거 같아”라는 믿음을 심어주게 되는 것이 ‘뿌리깊은 나무’가 수목드라마의 왕좌를 굳건히 지키며 인기몰이를 하게 되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대왕을 지켜보면서 MBC 드라마 ‘동이’의 숙종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세종대왕이 걸쭉하게 욕을 구사하는 덕에 ‘욕세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면 ‘동이’의 숙종은 전혀 왕답지 않은 허술함으로 ‘허당숙종’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성격은 엄연히 다르지만 어쨌든 허당숙종 역시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왕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글이면 글, 무예면 무예 못하는 것이 없던 기존의 왕들과 비교해 허당숙종의 무예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어쩔 수 없이 배웠다고는 하지만 실전에서의 응용력은 빵점 수준이다. 게다가 악당들을 피해 동이와 도망을 치는 장면에서도 “난 그렇게 빨리 뛰지 못 한다”며 투덜대기까지 한다. 허당숙종의 인간적인 매력은 담을 넘는 동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허리를 내어주는 장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비록 ‘고작’ 허리 좀 밟혔다고 후에 요통을 호소하긴 하지만 이 또한 지금껏 보지 못한 왕의 신선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노비 출신인 동이와 알콩달콩 사랑놀이를 즐기는 허당숙종이나 썰렁한 농담으로 궁녀들을 놀리는 것을 즐기고 똥지게를 진 채 껄렁한 말투로 “제길 내가 우습게 보이냐”며 불평하는 욕세종의 모습은 신분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백성의 시선으로 몸을 낮춘 성군의 형상화된 표현이다. 이렇게 대중들이 드라마 속 왕들의 혁신적인 변신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당시 가능했을 법한 세종의 인간적인 고뇌 등을 파격적으로 그린 점에 시청자들이 놀라는 한편 연민을 가지게 된다”면서 “시대적인 혼란과 정신적 지도자의 부재가 현대인들이 드라마 속의 왕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진단한다. 즉 현 시국과 맞물려 많은 이들이 ‘우리도 저런 지도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것이 스스로를 지옥 속에 빠뜨리면서 백성을 평안한 세상에 살게 하고자 한 세종대왕의 모습과 맞물려 그와 같은 새로운 통치자의 출현을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 왕의 달라진 모습에 반기를 드는 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적인 왕들의 출연에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는 사실 여부를 떠나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는 지도자가 아닌 친근한 이웃으로서의 지도자가 되길 바라는 열망의 투영일 것이다. 너무나 매력적인 세종대왕이 드라마 속의 인물이라는 사실이 애석하기 그지없다. 김유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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