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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이재익 PD 방송 하차, 여당이 반길 일일까?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2.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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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SBS PD가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의 공방으로 비화하는 바람에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

전말은 이렇다. 이 PD는 지난 4일 SBS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하면서 DJ DOC의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를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한동안 자신의 목소리로 가사 일부분을 읊조렸다. 그가 직접 노래한 내용은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부분이었다.

이 PD는 이어 “가사가 의미심장합니다. 이런 사람은 절대 뽑으면 안 돼요. 누구라고 얘기하진 않았어요”라는 등의 멘트를 덧붙였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그런 사람 뽑으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안 되겠죠? 누구라고 얘기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이 방송 없어져요”라고 말했다.

6개 언론단체는 8일 '대선캠프 언론겁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한 압력과 겁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6개 언론단체는 8일 '대선캠프 언론겁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한 압력과 겁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일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6일 이 PD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로 인해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했다. 그는 블로그 글에서 “주말 사이 이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민주당 쪽 항의가 들어왔다.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회사의 조치를 받아 내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논란이 확산돼 있었던 8일 그는 다시 한 번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SBS의 공식 입장문을 보고’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이 글에서 이재익 PD는 “그날 방송은 공정, 객관하고 상관없다”고 전제한 뒤 “나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막 대하는 사람이 대통령 되어선 안 된다는 일반론이 어딜 봐서 편향적인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이어 자신은 다른 사람들은 서슬 퍼렇게 수사하라고 호통치면서 자기 가족은 감싸는 사람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그것이 저에겐 가장 큰 축복이자 언론자유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이 글은 이 PD가 자신의 하차를 언론자유 침해의 결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이나 해당 방송사 노동조합 등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야당뿐 아니라 SBS 노동조합에서도 이번 사건을 “반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일”로 규정한 뒤 성토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SBS본부는 성명을 통해 “매일 정오 청취자를 찾아가던 진행자가 민주당의 항의 한마디에 교체됐다”며 이번 일은 명백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 침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해당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여야 구분 없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왔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재익 PD도 일이 터진 뒤 처음엔 자신의 방송 진행에 항의해온 정당이 야당인줄 알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럴 정도로 자신은 국민의힘 등 야당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왔다는 것이었다.

한국PD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편향성이 문제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판단을 기다려 보는 게 순서”라며 “SBS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부당한 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SBS는 이 PD에 대한 조치가 시사 프로그램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자사의 대원칙을 훼손했기 때문에 취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이 PD의 방송 하차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공지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언론자유 침해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 측도 방송사에 항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항의는 정당한 것이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지난 7일 언론브리핑을 진행하면서 “특정 후보를 찍어라 말라 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선대위가 방송국에 항의하는 건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우상호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항의를 한 것은 맞지만 프로그램을 없애라든가 이런 구체적 요구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독재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비민주적이고 무시무시한 폭압이 느껴져 소름이 돋는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멍청한 탄압”이라고 일갈했다.

이번 논란은 일차적으로는 이재익 PD의 발언이 과연 선거법이나 방송법 등 실정법에 위배되는지와 연결돼 있다. 문제의 멘트를 두고는 양론이 맞설 수 있다. 부정한 사람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일반론적인 의미였다고 해석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특정인을 사실상 지목해 지지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정치적 편향성을 두고도 양론이 맞서고 있다.

이 PD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본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프로그램 변경을 촉구했다가 벌금형을 확정받은 일을 상기시키며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이정현 당시 수석도 프로그램을 두어라 말아라 한 적이 없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동시에 방송인 김어준 씨의 정치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은 모두 이 PD의 행위에 대한 각자의 주관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지적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는 권력을 쥔 여당이 섣불리 방송사에 항의를 했다는 것과 여당의 항의 직후 방송사가 이 PD를 곧바로 하차시켰다는 것 두 가지다.

이 문제를 비교적 무난히 해결할 수 있었던 길은 PD연합회의 지적대로 제3의 객관적 기관을 통해 먼저 시비를 가리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순리에 맞게 단계별로 일을 풀어갔더라면 논란이 이처럼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이준석 대표의 지적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건을 쾌도난마식으로 처리한 SBS에도 잘못이 있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비이락일지언정 SBS의 이번 조치는 민주당의 압력에 의한 것이란 세간의 의심을 털어내기 어렵게 돼버렸다. 그 같은 의심은 언론탄압이란 주장을 유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입장을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발행인 최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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