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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새 피겨제왕 첸 못잖게 차준환 도약이 아름다운 이유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2.1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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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올림픽은 약자를 동정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경쟁이 공정하기만 하다면 실력 그 자체만으로 4년 준비 끝에 살아남은 강자를 향한 헌사다. 다른 시각에선 실패를 딛고 4년 뒤 강자로 일어서는 권토중래의 도전을 기대하는 동기유발이기도 하다.

시행착오 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도약이라면 모두 승자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피겨스케이팅에서는 그런 시련 뒤 도약을 이룬 두 스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국의 ‘점프 머신’ 네이선 첸은 10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끝난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총점 332.60점으로 새로운 ‘피겨 제왕’에 올랐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최초로 쿼드러플(4회전) 점프 6개 중 5개를 성공시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평창 링크에선 주위의 기대와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잇따른 점프 실패로 올림픽 데뷔무대를 5위로 마쳤다.

이번엔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일본 하뉴 유즈루가 4바퀴 반을 회전하는 전인미답의 쿼드러플 악셀 점프에 실패해 4위로 내려앉으면서 챔피언이 바뀐 것이다. 

하뉴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꽁꽁 모습을 숨기면서 세계 최초의 점프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다 정작 포디엄에도 오르지 못했다. 반면 첸은 예일대 학업 등으로 생활의 폭을 넓히면서 중압감을 이겨내는 나름의 방식을 찾아 올림피아드 경연을 즐기면서 농익은 금빛 연기를 펼쳐냈다.

차준환이 10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의 음악에 맞춰 연기를 마친 뒤 링크를 나오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준환이 10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의 음악에 맞춰 연기를 마친 뒤 링크를 나오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남자 피겨사를 새롭게 써온 차준환의 도전은 새 피겨킹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메달만 못 땄을 뿐이지 첸과 닮은꼴 도약이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 99.51점을 기록한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개인 최고점인 182.87점을 올리며 총점 282.38점으로 5위에 올랐다. 하뉴와는 총점차가 0.83점밖에 나지 않았다.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우승을 달성하면서 작성한 한국 남자 싱글 공인 최고점(273.22점)도 넘어섰다.

한국 선수가 280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고, 올림픽 무대에서 톱5에 진입한 것도 ‘피겨 퀸’ 김연아(2010년 금·2014년 은메달) 이후 최초의 쾌거다.

‘남자 김연아’로 불리며 김연아를 키운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던 차준환. 4년 전 17세로 올림픽에 데뷔했지만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역대 최고 순위인 15위를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주변의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부담감도 커졌고 준비과정도 무리가 따랐다. 경쟁자들이 너도나도 쿼드러플 점프 전쟁에 뛰어드니 그 역시 4회전 점프 훈련에 집중하다 수도 없이 넘어졌고 고관절까지 다쳤다. 스케이팅 장비까지 말썽을 피우면서 스트레스가 높아졌으니 최악의 컨디션으로 '절반의 실패'를 받아들여야 했다.

차준환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무리하게 남을 따라하기보다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최고의 연기를 펼치는 데 집중했다.

베이징발 연합뉴스에 따르면 차준환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목표로 세웠던 개인 최고점과 톱10의 성적을 모두 이뤄 기쁘다"며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그 경험을 발판삼아 이번 올림픽을 잘 준비할 수 있었다. 특히 불안감과 긴장감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 첫 번째 점프 과제인 4회전 점프,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시도하다 크게 넘어졌지만 이내 평상심을 찾아 자신이 만족할 연기를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차준환은 "생각보다 심하게 넘어져서 당황했는데, 빨리 머릿속에서 잊고 다음 점프 요소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스케이팅 남자 싱글 순위. [그래픽=연합뉴스]
베이징올림픽 스케이팅 남자 싱글 순위. [그래픽=연합뉴스]

그는 “평창올림픽에선 경험을 쌓았고, 베이징올림픽에선 목표를 이뤘다"며 "(함께 출전한) 이시형과 다음 올림픽 땐 꼭 3장의 출전권을 따내자고 이야기 나눴는데, 그땐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애제자인 하뉴 대신 차준환의 코치로 등록한 오서 코치는 "4대륙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차준환을 보는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올림픽의 성과를 뒤로 한 채 이제 차준환은 세계선수권 입상권에 도전한다. 지난해 3월 열린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를 기록,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톱10에 진입하면서 한국 남자 올림픽 출전 쿼터를 2장으로 늘렸던 그가 다시 ‘포스트올림픽’ 업그레이드에 시동을 걸게 되는 것이다.

차준환은 ”오늘 경기로 희망을 발견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며 "앞으로 더 강한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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