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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쇼트트랙 여자계주 정상 교대와 맞바꾼 태극 은빛미소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2.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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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릴레이는 어느 동계 종목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경기다. 휙휙 돌아가는 코너닝과 아슬아슬한 몸싸움 속에 4명의 주자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등을 밀어주며 추격과 추월을 이어가는 계주 레이스는 쇼트트랙 강국의 전체 위상을 판가름하는 대표적인 경연무대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는 1988년 올림픽 정식종목 도입 이후 한 번도 정상을 놓친 적이 없는 한국 여자 양궁만큼이나 동계올림피아드에서 팀코리아의 효자종목이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부터 2010년만 빼고는 4년 전 평창 올림픽까지 6차례나 금빛 질주를 이어왔다.

그래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네덜란드의 도전과 한국의 응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멤버들이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멤버들이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 올림픽 롱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최다 금메달(46개)을 따낸 빙상강국 네덜란드가 평창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쇼트트랙 금메달과 은, 동메달을 2개씩을 따내면서 반란을 일으켰고, 이번에도 쉬자너 스휠팅이 여자 1000m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이같이 쇼트트랙까지 영역을 넓힌 오렌지 파워와 올림픽 쇼트트랙 최다 금메달(24개)에 빛나는 세계최강 한국의 자존심 대결은 이번 대회 빙상종목의 하이라이트였다.

명승부 끝에 결과는 정상 교대였다.

최민정과 김아랑, 이유빈, 서휘민이 호흡을 맞춘 한국 대표팀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릴레이 결승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결승선 세 바퀴를 남기고 김아랑이 인코스를 노려 중국을 따돌렸고, 마지막 주자 최민정이 두 바퀴를 남기고 캐나다마저 제쳤지만 네덜란드까지 추월하기엔 막판 힘과 시간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태극 스케이터들의 얼굴에서 실망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은빛 미소만이 빛났다.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금, 동메달을 따낸 네덜란드, 중국선수들과 끌어안고 단체로 셀카까지 찍으며 활짝 웃었다.

많은 악재를 딛고 팀워크로 일궈낸 값진 메달이었기에 최선을 다한 명승부에 만족해 하는 표정이었다. 3연속 정상을 지켜내야 한다는 중압감과 싸웠다기보다는 스스로들 한바퀴 한바퀴 추월하면서 후회 없는 역주를 펼쳤다는 데 대한 자긍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여자쇼트트랙 계주 멤버. [그래픽=연합뉴스]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여자쇼트트랙 계주 멤버. [그래픽=연합뉴스]

2014, 2018년 계주 우승 주역인 심석희가 평창 올림픽 당시 최민정, 김아랑을 험담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유출되고 1000m에서는 심석희가 고의로 최민정과 충돌한 게 아닌지 의심케 하는 내용도 있어 논란을 낳았던 악재부터 에이스 최민정의 부상, 늦어진 대표선수 최종 확정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팀 분위기에서 세계정상권의 질주 본능을 지켜냈기에 그렇다.

대회 직전 국가대표 2개월 자격정지가 확정돼 심석희가 빠졌지만 팀워크는 더욱 단단해졌고 그 팀워크로 추월에 추월을 이어갈 수 있었다. 4년 전 결승서 아웃코스 추월로 한 바퀴를 더 돌고 넘어지고 나서 레이스 뒤 끝내 울음을 떠뜨렸던 맏언니 김아랑도 별명 ‘미소천사’처럼 이번엔 동생 주자들과 환한 웃음으로 진한 포옹을 나눴다.

특히 최민정은 잃었던 미소를 되찾았다. 4년 전 스휠팅이 네덜란드 쇼트트랙사에 첫 금빛 이정표를 세운 그 종목 1000m에서 이번엔 0.052초로 뒤져 은메달에 그친 뒤 폭풍 오열을 쏟았지만 이날은 웃음을 되찾았다. 

1000m에서 결승선을 통과할 때 스휠팅이 어깨를 잡아채는 동작에 금메달을 놓쳐 억울했을 것이라는 팬들의 지적이 있었지만, 무릎에 발목까지 다친 올겨울의 시련과 마음고생을 털어버린 것에 대한 감정이 복받쳐 올라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고 했던 최민정이다.

최민정을 믹스트존에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최선을 다해 얻은 (계주 은메달) 결과여서 후회가 없다. 팀원들과 메달을 함께 딴 게 기쁘다”며 “1000m 때는 너무 많이 울었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주변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다. 앞으로는 많이 웃겠다"고 약속했다.

네덜란드 쇼트트랙 여자 계주 대표선수들이 13일 베이징 올림픽 여자 계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하늘을 향해 인사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쇼트트랙 여자 계주 대표선수들이 13일 베이징 올림픽 여자 계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하늘을 향해 인사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의 기쁨도 남달랐다.

평창 대회 계주 A파이널에서 한국과 이탈리아가 1,2위를 차지하고 중국과 캐나다가 실격을 당하면서 B파이널에서 올림픽기록이자 세계기록으로 수위를 달린 네덜란드가 행운의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엔 한국과 중국을 제치고 최고 실력으로 수확한 금메달의 의미는 더욱 깊다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핵심 전력을 잃은 상황에서 정상을 자리바꿈한 금메달에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불의의 병으로 하늘나라로 떠난 계주 동료 라라 판 라위번을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통해서다.

그는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여자 계주 동메달의 주역으로 2020년 7월 프랑스에서 훈련 도중 갑자기 쓰러져 하루 뒤 숨을 거뒀다. 2019년 세계선수권 500m를 제패하며 베이징의 금빛 꿈을 키우다 자가면역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네덜란드 계주멤버들은 시상식서 일제히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며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인사를 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제 여자 쇼트트랙은 팀워크로 아픔을 치유하고 웃음을 되찾은 최민정이 2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1500m 승부만 남았다. 또 다시 오렌지 스케이터들과 삼세판으로 맞붙을 수도 있다. 최민정이 더 환환 웃음꽃을 피우고 금의환향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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