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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세계는 고철 확보 전쟁 중,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2.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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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전 세계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바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국 철강생산기업 뉴코(Nucor)는 고철업체 그로스맨아이언앤스틸과 가든스트리트아이언앤메탈 두 곳을 인수했다. 북미 최대 평판압연철강기업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eveland-Cliffs) 역시 고철업체 페어러스프로세싱앤트레이드를 인수했다. 해당 인수로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미시간주, 오하이오주 등에 걸쳐 22개의 고철 공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북미 최대 철강생산기업 중 하나인 스틸다이나믹스(Steel Dynamics)와 미국 진출 호주 철강기업 노스스타블루스코프(North Star Bluescope)도 각각 2020년과 2021년에 고철업체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고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전 세계적으로 고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이처럼 세계적인 철강기업들이 고철업체 인수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무얼까? 답은 점차 강화되는 국제 환경규제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철강 생산 방식은 고온의 고로(용광로)를 이용하는 방식과 전기를 이용하는 전기로 방식으로 구분된다. 고로에는 주원료로 철광석이, 전기로에는 주원료로 고철이 사용된다.

그런데 고철을 전기로에서 용해하는 철강 생산 방식은, 고로에서 철광석을 용해하는 방식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25% 수준으로 확연히 감소한다. 이것이 바로 세계적인 철강기업들이 고철 확보 경쟁에 뛰어든 이유다. 미국 철강업계의 경우 2000년대 초 전체 생산공정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전기로 생산을 2020년 70%까지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산업은 오래전부터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국내만 하더라도 2019년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를 살펴보면, 1차철강제조업의 탄소 배출량은 1억2300만tCO₂eq(이산화탄소환산톤)으로, 제조업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5.7%를 차지했다. 최근 이상 기후 문제가 심각해지자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이 온실가스 주범 산업에 칼을 빼 들었는데, 그 대상에는 어김없이 철강산업이 포함됐다.

일례로 2021년 5월, 6개 글로벌 은행인 시티, 골드만삭스, ING, 소시에테제네랄, 스탠다드차터드, 유니크레딧은 철강업계의 탈탄소화를 위한 공동 행동 표준을 정하고자 워킹그룹(Steel Climate-Aligned Finance Working Group)을 구성했다. 이 워킹그룹은 각 은행의 금속·채광 팀의 고위 인사로 구성됐으며, 기존의 탈탄소화 이니셔티브와 협력해 종합적인 기후대응금융협약의 범위, 배출 경로, 방법론, 지배구조 등을 구축하기로 협의했다.

당시 이들 은행은 철강산업에 상당한 액수의 자금을 대출해준 상위 은행들로서, 갈수록 심화되는 환경규제에 대비해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향후 또다시 철강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필요할 가이드라인 및 모범 사례도 수립해야만 했다.

국내 고철 가격 추이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국내 고철 가격 추이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처럼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규제와 그에 따른 고철 수요 급증은 국내 철강업계의 발등에도 불씨를 떨어뜨렸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오름세를 보인 고철 가격은 하반기를 거치며 가파르게 치솟았고, 설상가상으로 세계적인 고철 수요 폭증으로 품귀 현상이 예상되자 중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수출 중단, 고율의 관세 부과 등 수출 제한에 나섰다. 그 결과, 2021년 하반기 기준 국내 수입되는 고철 가격은 톤당 6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고철 수입 평균 가격이 톤당 623달러였던 2008년 이후 처음이었다.

한국철강협회가 발간한 올해 1월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철강기업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5월부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전로의 15%였던 고철 사용 비중을 20%로 늘렸으며, 중기적으로는 이를 30%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2027년까지 전기로 2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어 고철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고철 수입량 [사진=한국철강협회 2022년 1월 철강보에서 캡쳐]
우리나라의 고철 수입량 [사진=한국철강협회 2022년 1월 철강보에서 캡쳐]

현재 우리나라 고철 자급률은 85% 수준으로, 부족한 나머지 물량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체 수입량 중 67.8%를 일본에서, 러시아와 미국에서 각각 12.9%, 14.5%를 수입했다. 그러나 현재 일본 철강업계에서도 전기로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어 고철 수요가 증가할 예정이며, 러시아는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고철 관세를 4배 이상 올리면서 반출을 제한하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높은 수출관세를 부과하며 사실상 수출을 금지해 왔고, 앞서 언급했듯 미국에서조차 고철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철강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제한 요구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수입 여건이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철강업계에서는 기존 500만~600만 톤이었던 고철 수입량이 향후 1200만~1300만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치솟는 고철 가격 등 수입 환경 악화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철의 수급 균형을 위한 노력은 개별 제강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정부와 제강사, 유통업계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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