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Z세대 소비 심리 잡은 더현대 서울, 그 핵심과 방향성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3.02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포털 사이트에 ‘더현대 서울’을 검색하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가 올린 블로그와 포스트가 주를 이룬다. 그마저도 상품과 서비스 후기가 아니라 ‘데이트’, ‘놀거리’, ‘인증샷’ 등 보통 백화점과 거리가 먼 키워드가 대부분이다. 더현대 서울은 파격적인 공간 및 매장, 브랜드 구성으로 주 고객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며 MZ세대 놀이터가 됐고, 그 결과 국내 백화점 개점 첫해 매출 기준 신기록을 달성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2월 개점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점이 1년간 매출 8005억원을 달성하며 당초 매출 목표인 6300억원을 30% 이상 초과 달성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이 기간 더현대 서울을 다녀간 고객은 약 3000만명이다. 성인 4명 중 3명이 방문한 셈이다.

더현대 서울 외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더현대 서울 외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더현대 서울 호실적 배경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를 백화점으로 돌아오게 한 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더현대 서울 매출 중 20~30대 고객 비중은 50.3%로 다른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20~30대 비중 24.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구매 고객 수 역시 20대와 30대가 각각 19.3%, 38.9%를 차지했다. 여의도는 쇼핑 황금 시간대인 주말 공동화 현상으로 지금껏 쇼핑 불모지로 불렸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서 1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는 고객 매출 중 75%가 30대 이하 고객에서 나온 점을 고려하면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층들이 거리에 상관없이 더현대 서울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MZ세대는 쇼핑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SNS를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부상했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시장 환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른 사람들보다도 조금이나마 힙(hip)한 유행을 좇는데 주력하는 세대다. 유통업계에서도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마케팅도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할 정도다.

이들은 명품 소비에도 거침이 없다. 소수 VIP 위주의 명품 소비층에서 일반 MZ세대 등 고객층이 확대하면서 명품 구매 현상이 두드러진다. 백화점 빅3(롯데, 신세계, 현대)는 모두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했는데, 명품 소비와 끈끈한 연관이 있다. 백화점별 20·30세대 명품 매출 비중은 롯데백화점 45.4%, 신세계백화점 50.5%, 현대백화점 48.7%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불황으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보복 소비로 보상 심리를 느끼기도 한다. 평소에는 잘 사지 않았던 값비싼 명품을 사며 ‘플렉스(과시하다, 지르다)’하며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것도 하나의 현상이다.

또 MZ세대는 백화점을 더 이상 물건 사는 곳만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휴식을 취하고 지인과 사진을 찍는 등 일종의 ‘플레이 그라운드’로 진화하며 자기 시간을 쓰는 공간이 된 것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MZ세대 소비자들이 현장에 오는 이유에 집중했다. 정 회장은 더현대 서울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세세한 사항을 보고받지 않겠다. 임원들도 한발 물러서 젊은 직원들 도전을 존중하라”고 제안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 역시 “지하 2층 MZ존을 내가 모르는 브랜드로 채워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붙잡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방향성 설정을 위한 발상의 전환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 업계 최초로 무인매장 ‘언커먼 스토어’를 선보이는 등 독창적인 콘텐츠에 집중했고, 지하 2층을 MZ세대를 겨냥한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로 꾸몄다. H&M그룹 최상위 SPA 브랜드인 ‘아르켓(ARKET)’의 아시아 첫 매장을 비롯해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인 ‘BGZT(번개장터) 랩’과 명품 시계 리셀 스토어 ‘용정콜렉션’, 온라인 유명 남성 패션 브랜드 ‘쿠어(Coor)’ 등 국내 백화점서 보기 힘든 매장을 입점시켰다.

또 현대백화점은 VIP 혜택으로 영앤리치 MZ세대를 끌어당겼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20·30세대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에 30대 이하 VIP 고객을 대상으로 만든 ‘클럽 YP라운지’다. 현대백화점 카드로 30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이나 기부 우수자, 봉사활동 우수자가 그 대상이 되고, 가입을 신청한 다음 날부터 발레파킹, 명품 구매 시 6개월 무이자 등 각종 VIP 혜택이 주어진다.

공간 자체도 힙하게 바꿨다. 기존 백화점과 다른 파격적인 공간 디자인을 스며들게 했다. 오픈 당시 국내 최초로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적용하며 전체 영업 면적(8만9100㎡) 절반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며 고객 편의성을 높였고, 백화점 불문율이었던 창문과 시계 설치가 오히려 고객 체류 시간을 연장하는 효과를 냈다.

더현대 서울은 향후 1조 클럽을 향해서 달려간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서울의 대표 라이프스타일 랜드마크로 키우는 동시에, 백화점 업계 최단기간 매출 1조원 달성에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MZ세대를 겨냥한 힙한 브랜드 입점에 집중하고 있으며 주변 상권 개발에 따른 잠재 고객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지난해 정 회장이 내세운 현대백화점그룹 ‘비전 2030’에도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오는 2030년 매출 4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핵심으로, 유통 및 패선, 식품, 리빙 등 주력 사업 분야서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전략적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은 명품 라인업도 보강한다. MZ세대 명품 소비를 겨냥한 전략이다. 더현대 서울은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없이 매출 고공 행진을 이어갔으나, 향후 고매출 달성을 위해선 향후 고가 명품 유치가 관건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티파니와 생로랑, 톰브라운 등이 문을 연 후, 오는 7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MZ세대를 위한 특별한 마케팅이나 명품 브랜드 유치에 대해 확실한 계획은 잡고 있지 않다”면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입점 협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백화점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더현대 서울을 국내 대표 백화점으로 만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매출과 화제성 면에서 더현대 서울 경쟁력은 입증됐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MZ세대를 잡으며 백화점 고정관념을 깬 그들이 더현대 서울을 국내 대표 백화점으로 육성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