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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보는 여행 쉽네... 경기도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5년간 공사 마치고 2022년 3월 1일 유료개장

  • Editor. 이서준 기자
  • 입력 2022.03.0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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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그 카메라로 보면 저기 건물 글씨 알아볼 수 있어요?”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응시하던 한 관광객이 건물 담벼락에 걸린 문구의 내용을 몹시 궁금해 한다. 보나마나 주체사상 어쩌고저쩌고 씌어 있을 테지만, 글씨가 하도 크고 붉어서 시선을 끈다.

망원경이 설치된 곳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내 조강전망대.

강 건너편은 북한 개성시 판문구역(옛 황해북도 개풍군) 임한리다. 안내도에 해물선전마을로 표시돼 있다. 2~4층 건물들이 제법 모양새 좋게 늘어서 있는, 동네 같지 않은 동네다.

애기봉 조강전망대 루프탑에 설치된 무료망원경으로 관광객들이 한강 너머 북한을 구경하고 있다.
애기봉 조강전망대 루프탑에 설치된 무료망원경으로 관광객들이 한강 너머 북한을 구경하고 있다.

 

 

집들이 2021년 12월 새로 단장됐지만 낡아 보이기는 마찬가지. 애기봉에서 거리는 약 1.4km 정도다.

애기봉은 우리나라에서 북한 사람들이 농사짓는 풍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전망 명소다.

해발고도는 약 154m. 얌전한 강물과 너른 전답, 새로 단장한 마을, 뒤쪽에 우뚝 솟은 개성 송악산까지 조망되는 풍광은 한 폭의 수묵화 같다.

특히 한강의 시원스럽고 깔끔한 풍경은 나들이객의 답답증을 단박에 덜어내 주는 주인공이다.

북한의 농촌마을. 뒤편으로 희미하게 송악산까지 보인다.
북한의 농촌마을. 뒤편으로 희미하게 송악산까지 보인다.

 

정선 아우라지에서 흘러온 남한강과 금강산 끝자락 어딘가에서 시작된 북한강은 양평 두물머리에서 하나가 된다.

서울을 관통한 한강은 파주 오두산전망대 앞에서 임진강을 받아들이고 좌회전해 애기봉 곁을 지나자마자 예성강까지 흡수하며 강화도 북쪽 해로를 따라 서해로 나간다.

김포 인근의 한강을 조강(祖江)이라고 한다. 할아버지강,원조강,바다가 시작되는 강을 의미한다. 이 지역 주민들이 한강에 크게 의지하고 살아왔음을 드러내는 말이다.

조강은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는 기수역(汽水域)이다. 염도가 해수보다는 낮고 담수보다는 높아서 강과 바다를 회유하는 어종인 숭어,망둥어,농어,황복,뱀장어 등이 서식한다.

조강 유역은 한국전쟁 이후 70년 세월 동안 일반인 출입이 차단돼 재두루미,저어새,개리 등 철새들이 둥지를 트는 생태의 보고가 됐다.

조강은 조선시대에 충청도,전라도,경상도 등 삼남지역에서 생산한 물품이 세곡선에 의해 한양으로 운반되는 주요 통로였다.

애기봉 출렁다리.
애기봉 출렁다리.

 

남북 사이 긴장이 없어지고 강녕포,조강포,마근포 등 당시 유명했던 나루터 자리에서 자유로이 콧바람을 쐬거나 캠핑을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애기봉은 1978년에 설치됐던 전망대를 뜯어내고 큰 공사에 들어간 지 5년 만에 평화생태공원 이름표를 달고 관광객을 맞고 있다.

주차장에 다다르면 애기봉의 역사와 문화, 한강유역에 서식하는 희귀동식물과 푸른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실내 설치작품들을 전시한 2층 구조 전시관이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만월대, 개성 남대문, 선죽교 등 개성역사유적지구 내 고려황성 유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VR체험관도 있다.

뒤쪽은 출렁다리와 나무데크길이 조성돼 있다. 내년에 완공될 1.5km 길이의 생태탐방로다.

애기봉 표지석과 조강전망대 건물.
애기봉 표지석과 조강전망대 건물.

 

조강전망대에는 실내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세미나 등을 열 수 있는 평화교육관, 카페와 기념품가게 등이 들어서 있고 루프탑에 무료망원경들이 늘어서 있다.

금으로 도금된 ‘평화의 종’도 여행자들의 시선을 확 끈다. DMZ의 녹슨 철조망, 6·25 전사자 유해 발굴 때 나온 탄피, 지금은 없어진 애기봉 성탄 점등탑 등을 녹여 만든 고철 재생작품이며, 상부 구조물은 UN 글씨다.

지금은 시기가 겨울 끄트머리라서 꽃샘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든다. 머잖아 날이 풀려 봄꽃이 하나둘씩 보이면 애기봉은 가볼만한 곳으로 분위기가 한결 훈훈해질 터.

사방으로 탁 트인 애기봉에서 손에 잡힐 듯 시야에 와 닿는 북녘땅을 바라보노라면 전설에 등장하는 평양감사와 기생의 순정인지 불륜인지 모를 애정 스토리까지 떠오른다.

평화 전시실에 마련된 빛 작품.
평화 전시실에 마련된 빛 작품.

 

피란 때 미처 강을 건너오지 못한 평양감사를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실향민들의 아픔과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자리에서 화류계 여인 이야기가 좀 생뚱맞긴 하지만, 6.25 전쟁 전 좀 더 인간적이었을 북한지역의 일상을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으니 그저 웃어넘기고 말 일이다.

먼 훗날 통일 되어 강 건너 마을에 카페와 맛집이 들어섰을 상상을 해보면 애기봉을 찾는 재미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서울 근교 나들이 장소 중 애기봉은 지리적 시간적으로 북한을 바라보며 짧은 여행을 즐기기에 한없이 매력적인 곳으로 꼽힌다.

▶여행 정보

2002년 3월 1일부터 사전 예약제, 입장료 3,000원, 하루 5차례, 각 회 100명 이내 입장. 예약객이 정원에 미달할 경우에만 현장 발권 가능. 예약은 애기봉생태평화공원 웹사이트에서.

주차장은 지하까지 마련돼 있으며 무료. 애기봉은 군사 지역 안에 위치하므로 검문소에서 주민등록증 등으로 신원을 확인받고 차량으로만 이동할 수 있고, 오후 5시까지 공원에 머무를 수 있다.  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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