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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요즘 아이들은 김범수 백지영을 모른다고요?(下)

  • Editor. 정태겸 객원기자
  • 입력 2022.05.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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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정태겸 객원 기자] # 김범수, 백지영을 아시나요?

“나 알아보는 거 네가 처음이다.”<동영상 ‘아줌마가 사연이 많아서 한 곡만 부르고 갈게’ (Feat. 백지영)>

“노래는 유명하구나, 그런데 제 이름을 모른다거나 얼굴을 모르거나 그런 학생들은 꽤 있다.”

“진짜 죄송한데요, 대다수 같아요.”<동영상 ‘범수야, 너 노래 잘 한다’(Feat. 김범수)>

2020년과 2021년 유튜브 채널의 ‘ODG 노래방’이라는 주제의 콘텐츠에서 나온 내용이다. ODG 노래방은 가수들이 노래방에 초대된 아역배우 및 일반 학생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콘텐츠를 보고 있노라면 10대 학생들 대부분은 한때 ‘국민가수’라고까지 불렸던 김범수와 백지영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미디어의 탈중앙화로 인해 콘텐츠의 심층화된 개별 소비가 가져온 재밌고 놀라운 현상 중 하나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진화와 발달 그리고 플랫폼의 다각화로 인해 과거에는 진입 장벽이 높았던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이 누구에게나 가능해졌다. 미디어 홍수 시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며 이 시대에 사는 우리는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로 인해 우리들의 시야는 더 깊어졌지만 좁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범수야, 너 노래 잘 한다’(Feat. 김범수) 화면 캡처]
[사진=‘범수야, 너 노래 잘 한다’(Feat. 김범수) 화면 캡처]

■ 미디어란 무엇인가?

“미디어는 메시지다.”

캐나다 문화비평가 마셜 매클루언(1911~1980)이 1964년에 쓴 ‘미디어의 이해’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말이다. 메시지란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매클루언은 매체, 즉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라고 말한다. 이 말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보다 미디어의 특성이 우리 사회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양 축은 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미디어란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무언가를 전달하는 ‘매개체’나 ‘매체’를 말한다. 매개체나 매체로는 TV를 비롯해 신문, 잡지, 책, 스마트폰 같은 물리적 요인부터 영화, 소설, 시, 기사와 같은 형식적 요인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 과거로 돌아가면 동굴 벽면의 벽화도 하나의 미디어인 셈이다.

그리고 이 같은 미디어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컨테이너(용기) ▲콘텐츠(내용) ▲콘텍스트(맥락)가 있다. 컨테이너는 내용물이 담겨 있는 용기를, 콘텐츠는 컨테이너에 담겨 있는 내용물을, 콘텍스트는 용기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배경(시대적, 문화적)을 뜻한다. 즉, 종이 책을 예로 들면 손에 잡히는 책모양이 컨테이너고,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된 내용물이 콘텐츠며,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콘텍스트다.

과거에는 신문이나 지상파 방송과 같은 레거시 미디어가 미디어 산업의 대부분을 지배했다. 레거시 미디어 시대에는 방송이나 신문과 같이 엄격히 제한된 컨테이너로 콘텐츠가 제공됐기에 미디어의 진입장벽이 높고, 콘텐츠는 레거시 미디어들의 귀속물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뉴미디어 시대가 성큼 다가서며 레거시 미디어의 지배력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콘텐츠 시장의 질서는 완전히 바뀌기 시작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 뉴미디어시대의 명과 암

뉴미디어(New media)는 20세기 후반부터 통용된 매체 연구 용어로서 영화, 그림, 음악, 언어, 문자 등의 전통적인 전달 매체에 컴퓨터와 통신 기술, 스마트 모바일 기기, 인터넷 등이 갖는 높은 상호작용성이 더해져 만들어진 새로운 개념의 매체를 가리킨다.

대표적인 예로 문자 다중 방송, 인터넷 방송, OTT 등이 있다. 뉴미디어를 통하면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를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고,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의 자유로운 피드백을 허용하여 높은 상호 작용성을 갖는다. 또한 다수의 참여를 통해 특정 콘텐츠에 대한 창발적인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뉴미디어는 전통적인 매체와 달리 디지털화된 콘텐츠를 가지며 빠른 시간 내 많은 양의 콘텐츠가 생성될 수 있다는 특징도 갖는다.

그리고 이로 인한 문제점도 발생했다. 미디어의 두 축 중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콘텐츠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콘텐츠는 지극히 ‘취향’의 영역이고, 내 취향의 콘텐츠가 넘쳐나 다른 취향을 굳이 찾아보거나 이해할 필요가 사라진다. 그리고 이는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과의 소통단절 또한 가져왔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 새로 정의된 콘텐츠, 더욱 중요해지는 퀄리티

과거 콘텐츠는 우리가 시간을 써서 소비하는 저작물을 일컬어왔다. 책이나 영화 TV프로그램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가능해지며 변화가 생겼다. TV프로그램을 컴퓨터를 통해 시청하고 저장도 할 수 있게 됐고, 음악은 곡이 수록된 CD를 구매하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얼마든지 들을 수 있게 됐다. 또한 개인들도 얼마든지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콘텐츠를 담는 컨테이너가 변하며, 콘텐츠도 새롭게 정의되기 시작했다.

오가닉미디어랩 공동대표 윤지영 박사는 자신의 저서 ‘오가닉 미디어’에서 ‘컨테이너의 변화는 콘텐츠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고, 이를 콘텐츠의 해체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이 콘텐츠 해체 현상에는 ▲각 컨테이너가 제공하는 구조에 종속되어 수많은 유형의 콘텐츠가 조각난 형태로 생산되는 것으로 스토리텔링 방식의 변화가 발생하고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들이 각각의 컨테이너에 얽매이지 않고, 이번에는 서로 연결되고 진화 발전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콘텐츠 범위도 크게 넓어졌다. SNS에 올린 신문기사 링크 하나, 유튜브 동영상 하나, 댓글 하나, 사진 하나가 모두 콘텐츠가 됐다. 특정한 형식과 기승전결, 스토리를 갖출 것도 없이 미디어 컨테이너에 따라 낱낱이 해체되고 언제든지 재구성될 수 있는 콘텐츠가 된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콘텐츠 정의부터 형태, 모양까지 다변화되며 무한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매일 300만개의 콘텐츠가 페이스북에서 공유되고, 23만장의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며, 1분마다 72시간 분량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진 ‘시간’은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콘텐츠의 퀄리티가 더 중요해진다.

윤지영 박사는 “콘텐츠를 ‘작품’으로 보지 않고 상호작용을 위한 ‘거리’이자 ‘매개체’로 본다면 콘텐츠 비즈니스는 이제 시작”이라며 “저작물의 공유가 만드는 파생 가치에 더 주목해야 한다. ‘복사할 수 있는 권리(Copyrights)’ 대신 ‘공유될만한 가치’를 사용자가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 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 미디어와 콘텐츠의 미래는?

벽화에서 종이, 책, 신문, TV, PC와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콘텐츠를 담은 컨테이너는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그리고 이에 맞춰 콘텐츠 형태 또한 지속적으로 변해왔다. 영상이 없던 시절에는 종이나 책, 신문과 같은 텍스트나 이미지 콘텐츠가 소비됐고, TV가 보급된 이후에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들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이 콘텐츠의 길이는 30분 이상의 호흡을 가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콘텐츠 길이가 짧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튜브 영상의 평균 길이는 대부분 10분 내외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강연회 TED는 연설시간을 18분으로 제한했다. 과학자들이 청중이 ‘딴짓(Turn out)’을 하기 전에 얼마나 오래 주목할 수 있는지 분석한 결과, 그 범위가 10~18분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TED의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은 “18분은 업무 중 잠시 쉬는 커피브레이크 시간과 비슷하며, 진지하게 들을 수 있는 온라인에서 최적화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버 대도서관은 자신의 저서 ‘유튜브의 신’에서 5~10분 길이의 영상을 제작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제는 콘텐츠 길이가 분 단위에서 초 단위까지 줄어드는 모양새다. 틱톡으로 대변되는 1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들이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콘텐츠 길이의 변화는 소비자들이 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과거 콘텐츠는 지극히 공급자 관점에서 제공된 반면, 지금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한 콘텐츠는, 더 많이 공유되고 메시지가 퍼져나간다.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이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윤지영 박사는 “각각의 조각난 콘텐츠들이 모여서 하나의 스토리만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공유와 연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로 재구성되거나 혹은 콘텐츠 자체에 ‘라이프사이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콘텐츠의 존재 이유가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관계에 근거하고 있다면, 사용성 관점으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콘텐츠는 컨테이너에 따라 변화하고, 소비자 선호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나중에는 메타버스 접속기기와 같은 컨테이너에 맞춰, 또한 플랫폼에 맞춰 콘텐츠 모습은 변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미디어와 콘텐츠가 가진 본질적인 성질이 있다. 그건 바로 ‘메시지’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2시간짜리 영화를 추천해주며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다면, 지금은 10분, 더 나아가 30초짜리 동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도 미디어와 콘텐츠가 메시지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콘텐츠에 담긴 이야기가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이는 패션과도 비슷하다. 결혼식장에는 예복을 입고, 운동을 할 때는 운동복을 입듯, 콘텐츠는 나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사장은 자신의 저서 ‘그냥 하지 말라’에서 “나의 기록물은 곧 내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며, 내가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가 된다. 이 생각을 확장하면 ‘자기표현주의’가 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가 내가 되는 시대가 됐다. 그렇기에 우리는 앞으로 콘텐츠를 ‘분별’하는 능력을, 더 나아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 빠진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인간이 가진 인지능력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는 생각보다 편협한 생각을 가졌기에, 슬기로운 미디어 생활을 하지 못해 미디어 편식형, 하여 불통형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 글쓴이는 – 뉴미디어 시대에 콘텐츠 업계에 발을 들인 직장인이다. 100명에게 읽히기보단, 단 한명에게라도 남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콘텐츠 업계에서 변치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 취재후기 – 100명에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1명에게 남는 콘텐츠보다 더 긍정적인 영향력을 많이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콘텐츠에 담긴 정보의 정확도와 양도 중요하지만, 전달이 얼마나 재미있게 되는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또한 과거에는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강한 힘을 발휘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단, 미디어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탈중앙화되는 모습 또한 체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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