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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BTS 병역 특례 논란, 그 겉과 속 (上)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5.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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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물밑에서 그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의미와 맥락을 짚고자 합니다. 그것은 이 시대의 풍속도요, 미래 변화상의 단초일 수 있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동향 분석이기도 합니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세상, 그 흐름을 놓치지 마세요.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유승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서 가수로 활동해 한 때는 한국의 마이클 잭슨 등으로 불리면서 세기말을 풍미했던 대스타였다. 당시에 멀티 엔터테이너로서 잘생긴 외모, 재미교포 스타일, 뛰어난 가창력, 화려한 춤, 입담과 예능감까지 갖춰 청소년에겐 우상이자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톱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의 이름 석 자는 ‘스티븐 유’라는 넉 자로 바뀌며 뉴스나 신문 사회면이 아닌 이상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바로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 취득을 통해 병역을 기피, 한국 입국이 영구적으로 금지된 사건이 그의 모든 것을 뺏었다. 이 사건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대한민국 병역법과 국적법 개정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국민의 핫한 주목을 받았다.

3월 서울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BTS PERMISSION TO DANCE - SEOUL’ 공연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3월 서울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BTS PERMISSION TO DANCE - SEOUL’ 공연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 BTS와 병역 특례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군대 문제와 마주한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방탄소년단(BTS)이다. 지금 그들은 대한민국 케이팝(K-POP) 선두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가요계에선 과연 BTS같은 아이돌 그룹이 또 탄생할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려울 정도다. 따라서 BTS가 세계적인 톱클래스에 올라간 뒤부터 병역 특례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병역 특례는 예술 및 체육인이 경력 단절 없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제도다. 나이가 중요한 영역에서 최전성기에 오른 문화인을 특별히 배려하는 제도로 요약 가능하다. 예술·체육 요원으로 편입되면 3주 간 기초 군사훈련만 받는다. 사회로 복귀해 34개월 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일하면서 사회공헌활동 544시간을 이수하면 된다.

BTS 병역 특례 논란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규 3집 ‘LOVE YOURSELF 轉 TEAR’을 낸 BTS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빌보드 200) 1위에 오르자 병역 특례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이어 그들이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등 여러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 때마다 병역 특례 이슈가 터져 나왔고 찬반 논란이 불거졌다.

매년 병역 특례가 언급되다 보니 멤버들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BTS는 7명 모두 군대에 가겠다고 항상 공언해왔다.

그러나 최근 BTS 멤버들과 소속사 하이브를 둘러싸고 미묘한 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BTS 멤버 진(본명 김석진)은 지난달 9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콘서트 관련 기자회견에서 병역 질문에 “회사랑 많이 이야기했고, 회사에 최대한 일임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진형 하이브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는 “국회에 계류된 병역법 개정안이 조속히 결론 나길 바란다. BTS가 공백 없이 활동을 이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역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지만 당사자인 BTS 입장은 조심스럽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자칫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어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공감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병역 앞에서 솔직한 이야기가 나와야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데 멤버들과 소속사 하이브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오히려 논쟁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보기도 한다.

BTS의 콘서트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 앞에서 굿즈 구매를 위해 기다리는 팬들 [사진=연합뉴스]
BTS의 콘서트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 앞에서 굿즈 구매를 위해 기다리는 팬들 [사진=연합뉴스]

■ ‘어나더 클래스’ BTS, 병역 특례는 당연?

일각에선 BTS가 가진 잠재력과 영향력이 병역 특례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도 도시 전체를 ‘BTS 시티’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도로 영향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록곡이 미국 음악 차트인 ‘빌보드 핫(HOT) 100’ 1위에 오른 한국 가수는 BTS가 유일하다. 2012년 신드롬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2위였는데, BTS는 1위곡만 6개를 올렸다. 그동안 대중문화 업적은 상업적 성격이 짙어 병역 특례서 제외됐으나, BTS가 세계적인 명성을 쌓으며 사상 유례없는 성과를 거두자 병역 특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도 BTS 병역 특례를 두고 “BTS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제에 공감토록 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개인을 떠나 음악 산업계 전반에 절대적 영향을 주고 있다. 가온차트 지수를 봤을 때 BTS는 해외 트래픽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군 복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음악 산업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병역 특례법이 무산될 경우 BTS 멤버들은 내년부터 차례로 병역을 이행할 수밖에 없고, 당분간 멤버 전원 활동이 힘들어지게 돼 전 세계 아미(BTS 팬 애칭)들은 팬심도 서서히 식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 BTS 팬카페에선 아이돌, 대중 문화인들에 대한 병역 특례 기준이 없는데 기준은 절대 불변의 가치가 아닐뿐더러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한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대중 예술도 특례 대상에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이들은 2019년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K-POP 문화가 한국 관광에 영향을 끼쳤다는 응답이 86.8%나 되고, 전체 응답자 중 36.1%가 가장 선호하는 K-POP 스타로 BTS를 꼽았다며 그 영향력을 방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차라리 병역을 이행할 것이었으면 뜨기 전에 이행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아쉽다”, “아이돌이고 수명이 길지 않다는 점에서 18개월이 길다면 길다”는 등 다양한 시각에서 병역 특례를 찬성하고 있다.

10일 방영된 PD수첩 1330회 ‘BTS와 병역’ 편에서 임진모 음악 평론가는 “BTS는 선풍의 규모, 시장 장악 속도 등에서 역사상 신기록적인 양상을 보여줬다”면서 현재 BTS 위상을 설명했고, 채지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BTS가 국내에서 20회 정도 공연한다고 했을 때 12조원에 가까운 경제적인 유발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BTS 병역을 면제함으로써 경제적인 효과가 높다고 판단했다.

한국 갤럽이 지난달 5~7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대중 예술인 병역 특례’를 찬성한다는 의견이 59%로, 반대한다(33%)는 의견을 앞섰다. 특히 징집 대상 집단인 18~29세 남성 사이에서도 찬성한다(57%)는 의견이 반대한다(39%)는 의견을 앞지른 것은 상징성이 깊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 정치권, 외신도 주목하는 BTS 병역

BTS 병역 특례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격렬해지자 정치권도 이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미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BTS 병역과 관련해 연기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BTS를 비롯해 큰 업적을 세운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 요원으로 편입해 대체 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 일명 ‘BTS 병역 특례법’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으나 찬반이 엇갈려 통과가 잠정 보류됐다.

하지만 2020년 정부는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에 대한 군 징집 및 소집을 만 30세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한 개정된 병역법을 통과시키며 대중의 여론을 달래기도 했다. 이에 따라 BTS 멤버들은 만 30세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대중 음악에만 현 특례 제도가 박하다면서 적극적으로 BTS 특례법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달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이 문제를 빨리 검토하자는 양당(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간 합의가 있었다”며 사실상 해당 법안이 처리를 앞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12일 국회에선 BTS 등 대중문화 예술인들의 병역 특례 문제를 다룬 토론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선 “국위 선양을 위해 대중문화 예술인을 대체 복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비군사적인 성격의 대체 복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등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심지어 황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BTS를 콕 집어 언급하며 대중문화 예술인의 예술 요원 편입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희 전 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우리나라 대중문화 예술인 활약이 눈부시다. 이들이 전 세계에 한류를 전파해 오늘날 우리나라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로 우뚝 서는데 이바지했다. 병역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주요 일간지인 가디언은 지난달 23일 ‘BTS 병역 논란으로 분열된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가디언은 “국회의 병역 특례법 논의와 관련해 BTS 20대 멤버들을 2년 간 군대에 보낼지, 눈부신 기여를 인정해 특례를 인정할 지를 두고 한국인들이 분열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BTS가 기여한 경제 효과가 35억달러(4조3000억원)라고 추정하며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한국을 문화 강대국으로 만들고 있는 BTS 기여에 대해 한국인들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병역 특례와 관련해선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병역 논란에 관한 찬반 여론을 함께 싣기도 했다.

이처럼 BTS 병역 특례 문제는 국내에서의 논란거리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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