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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애국청년 BTS, 시험대에 서다? (下)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5.30 09:0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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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특히 연예계에서 군대는 상당히 민감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스티븐 유’ 유승준부터 어떻게든 이를 뽑아 군대를 빼려 해 ‘발치몽’이라는 불명예를 쓴 MC몽까지 몇몇 스타들은 군대 문제로 하루아침에 깊은 수렁에 빠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BTS까지 그 시험대에 선 형국이다.

군대가 어떤 곳인가. 2020년 7월, 일과 마친 뒤 사병 휴대전화 이용이 도입되고, 사병 월급 200만원이 화두에 오르내리는 등 처우 개선에 힘을 쏟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이대남(20대 남성)들에겐 부조리나 병폐가 넘치는 곳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괜히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군대는 뺄 수 있으면 빼야지’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데 하물며 연예인은 더 그렇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 병역 특례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BTS가 글로벌 인기를 구가한다 하더라도 병역 특례를 받을만한 명분이 없으면 함부로 병역 특례를 줘선 안 된다는 반대 측 입장도 거세다.

먼저 BTS는 국위선양을 위한 체육·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에 해당해 병역을 연기해왔다. 2년 전 BTS 때문에 병역법을 바꿨고, 이미 혜택을 충분히 봤다는 것이다.

애매한 병역 특례 범위와 기준도 발목을 잡는다. BTS 병역 특례 논란은 예술·체육 요원의 기본 요건에서 시작됐다. 병역법에 명시된 예술 요원은 병무청에서 선정한 순수 예술 분야로 국악·무용·음악 콩쿠르 등 국내외 42개 대회에서 1~2위를 수상해야 한다. 대중문화예술 분야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는데, 합의된 기준이 없어 BTS 병역 특례가 ‘고무줄 특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BTS 선배 격인 슈퍼주니어는 2017년 11월 3일부터 2021년 9월 2일까지 약 4년 간 대만 최대 온라인 음악 사이트 ‘KKBOX’ 한국 앨범 차트에서 정상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병역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처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내로라할만한 수상 이력을 가진 선배 가수 및 연예인들도 병역을 이행했는데, 미국에서 수상했다는 이유로 BTS에게만 병역 특례를 주기엔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징병제를 시행하는 국가의 가수가 한국 음악 차트 1위에 올랐다고 병역 특례를 받는 꼴이라며 지금 상황을 비꼬고 있다.

병역 특례 찬성 측의 주된 주장은 BTS로 인한 경제 효과다. 2018년 현대경제연구원은 BTS의 경제적 효과가 연간 총 5조56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데뷔 후 2023년까지 창출할 경제적 가치는 56조원에 달한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선 구글 트렌드를 갖고 외국인 관광객 수, 의복, 화장품, 음식류의 국내 소비량 변화를 측정했다.

이 보고서에서 비교 대상 키워드는 ‘Korean Drama’와 ‘Korean Pop’이다. 15~21일 기준 BTS와 Korean Drama를 비교했을 때 60:3, BTS와 Korean Pop을 검색했을 때 60:1 정도다. 또 구글 트렌드 조사 결과 BTS와 Korea라는 키워드에 대한 검색량 차이는 59:39였고, 19일 기준 구글 트렌드 수집 국가 222개국 중 169개국에선 대한민국보다 BTS에 대한 검색량이 더 높다. 따라서 BTS에 대한 관심이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고, 이로 인해 56조원이라는 수치는 지나치게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지적한다.

이미 돈을 많이 벌어 국가에 기여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일각에선 이를 본인들을 위해 돈을 벌고 주주들 주머니 채우기 위함이라 보고 경제적 가치로 인한 병역 특례 여부는 어폐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돈을 많이 벌어줬다고 병역 특례를 주자는 논리라면 재벌가 남성들은 전부 병역 특례를 받아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속사 하이브 연결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1조2559억원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한화그룹 매출액은 52조8360억원, LG전자 매출액은 74조7216억원이다.

물론 병역이 면제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있어 비판받는 재벌 3, 4세들이 있으나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 국가에 기여했다고 병역 특례를 주지 않는다는 반례들도 수두룩하다. 한화가(家)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공군 장교로 가는 전통이 있다. 김승연 회장과 동생 김호연 빙그레 회장, 누나 김영혜씨까지 모두 공군 장교 출신이다. 김호연 회장의 경우에도 장남 김동환씨는 공익근무요원 출신이고, 차남 김동만씨도 공군 장교 출신이다. LG家에선 구광모 회장이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마쳤고, 구본식 LT그룹 회장의 장남 구웅모씨와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장남 구형모씨는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심지어 국위 선양 측면에서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국위 선양 측면에서 가장 많은 비교를 받는 이들은 스포츠 국가대표다. 그러나 이들은 올림픽 같은 국제 대회에서 시작부터 국가를 대표한다는 명분을 갖는다. 즉 개인이 국가를 위해 훈련해 성과를 거둔다는 공공의 목표를 갖는 반면, BTS는 개인의 영달과 회사 이익을 위한 활동이 결과적으로 국위 선양으로 작용한 경향이 강하다는 반론이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다이너마이트’와 지난해 핫 100 10주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버터’에서도 한국어 가사는 찾아볼 수 없다. 병역 특례를 반대하는 이들은 BTS가 진정 국가를 대표하고, 한국을 문화 강대국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의도가 있다면 곡 전체가 영어로 된 곡은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을 내고 있다.

2020년 5월 체육요원 복무를 위한 기초군사훈련 3주 과정을 마친 손흥민 [사진=대한민국 해병대 제공]
2020년 5월 체육요원 복무를 위한 기초군사훈련 3주 과정을 마친 손흥민 [사진=대한민국 해병대 제공]

■ BTS ‘애국 청년’ 이미지, 다시 살릴 수 있을까?

BTS 병역 특례 논란을 잠재울 방법은 없을까.

병역법 개정안에 대한 결과가 조속히 나오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만약 법이 통과되더라도 6개월의 공포 기간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다음 달 안에 개정안이 통과돼야 BTS가 그 혜택을 볼 수 있다.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과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회사 측이 병역 특례 적용을 촉구한 이유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하지만 BTS가 병역 특례를 받는다면 계속해서 뒷말이 나올 공산도 크다. 한편에서는 몇 년 전만 해도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자랑스러운 ‘애국 청년’ 이미지가 그들을 감쌌다면 지금은 소속사 뒤에 숨어 특혜는 바라면서 의무는 다하지 않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점점 쌓이고 있기 때문에 BTS에게 병역 특례가 꼬리표처럼 붙을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심지어 BTS는 젊은 세대의 우상이다. 일부 아미들은 자신들의 우상이 ‘병역 특례 1호 가수’라는 불명예를 평생 쓰고 다니진 않을까 심히 걱정하고, 일부 남성들은 병역 의무에 있어서도 차별의 벽을 느끼며 허탈한 심정을 드러내곤 한다.

이 때문에 BTS가 입대한다면 오히려 본인들과 국가에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020년 최고위원회의에서 “BTS가 군대에 간다면 거기서도 활동을 통해 국가 위상을 높이고 세계인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BTS가 입대해 멋지게 군 생활을 끝내고 오면 군과 군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병역을 성실히 수행해 이미지가 더욱 더 좋아진 연예인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돌 그룹 2PM 멤버 택연(본명 옥택연)이다. 그는 2000년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하며 영주권을 취득해 병역이 면제됐다. 그러나 2010년 과감하게 영주권을 포기했고, 디스크 때문에 병역 판정 검사서 4급(보충역) 판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역 판정을 위해 두 차례 허리 수술을 받고 입대해 21개월 간 복무했다. 그는 신병교육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조교로 발탁됐고, 복무 기간 특급 전사를 비롯한 다수의 표창과 공로패 등을 받으며 믿음직스러운 이미지를 쌓았다.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한 BTS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한 BTS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X끼들 싸그리 다 닥치길”

2020년 5월 BTS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는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What do you think?)’에서 이러한 내용의 가사로 군 복무에 관한 본인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현재 ‘톱클래스’ 위치를 뒤로하고 나라를 위해 18개월을 희생해야 하는 것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론 행여 BTS가 제 이미지를 깎아 먹진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BTS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글쓴이는? - 예비군 6년차 직장인이다. 사실 BTS의 병역 특례에 관한 찬반양론을 듣노라면 양쪽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연예인이라는 특수성 가운데 전성기를 허무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은 그룹과 개인의 손실임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대한민국 남성들은 돈을 모으기는커녕 직업 하나 제대로 갖지 못한 막막한 상황에서 징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평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 취재후기 – BTS 병역 특례에 관해 경제적 가치를 들어 찬성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일정 수준의 소프트 파워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확한 기준 마련과 당장 눈앞에 쌓인 여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 군입대할 성인 남성 수가 줄어들어 원래라면 사회복무요원이나 면제로 빠질 사람들도 전부 현역으로 밀어 넣고 있는 상황에서 BTS의 병역 특례가 힘 있는 자만의 리그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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