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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쌍수 든 청년도약계좌, 허와 실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6.08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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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돈 모아서 내 집 마련하고 싶습니다.”(집수**)

“쓸 돈 안 쓰고 1억원, 손에 꼭 쥐도록 하겠습니다.”(션*)

“작은 내 공간, 내 가게 차리고 싶어요.”(백년****)

갑작스러운 돈타령이 아니다. 이른바 ‘1억 통장’으로 불리는 윤석열 정부 주요 대선 공약인 청년도약계좌(청도계)에 대한 청년층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7일 기준, 포털 사이트 네이버 카페 ‘청도계’엔 벌써 7750명의 회원이 모였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관련 문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중이다.

네이버 카페 '청도계' 화면 캡처 [사진=네이버 청도계 카페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 카페 '청도계' 화면 캡처 [사진=네이버 청도계 카페 홈페이지 캡처]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정부는 기존 청년 지원 상품이 포괄하지 못하고 있던 장기 자산형성 지원 상품인 ‘청년장기자산계좌(가칭 청년도약계좌)’를 내년 신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청도계는 문재인 정부의 2년 만기 청년희망적금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청년층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돕는 것이 목표다. 윤 정부가 구상하는 핵심 골격은 청년내일저축계좌와 청년장기자산계좌를 더한 것이다. 윤 정부 대선 공약에 따르면 청도계는 일하는 청년(만19~34세)을 대상으로 매달 70만원 한도 내에서 일정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비과세·소득공제 혜택 또는 기여금 등으로 월 최대 40만원을 지원해 10년 만기로 1억원을 만들어주는 계좌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에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 자체가 넓다는 것도 특징이다.

가입 대상자들은 “2년 만기 시 최대 연 10% 금리 효과가 난다는 청년희망적금보다 가입 문턱은 낮고 지원금은 많다”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2월 출시된 청도계의 원조 격인 청년희망적금은 파격적인 혜택을 선전하며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총 급여 3600만원(종합소득금액 2600만원) 이하인 19~34세를 대상으로 월 최대 납입 한도 50만원 2년 만기 시 연 10% 금리 효과가 있다는 홍보 전략이 통한 것이다. 이 상품은 최대 가입액 월 50만원을 납부한다는 가정 아래 1인당 정부 지원금이 최대 36만원가량 투입된다. 문 정부는 애초에 38만명 정도가 가입할 것으로 추정하고 예산 456억원을 책정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약 8배에 달하는 280만명 이상이 가입해 혼선과 논란을 키웠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청도계가 기대만큼 성과를 안겨줄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일단 만기가 너무 길다. 출시 목적과 관계없이 10년 만기를 꼬박 채우고 1억원의 목돈을 쥐게 될 청년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입자 대부분은 근로소득을 바탕으로 적금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0년 동안 수입이 끊기지 않는다고 장담키 어렵다. 가입 대상인 만 19~34세 청년은 결혼이나 출산, 육아 등 생애 과업을 해야 하는 시기에 놓여 있는 만큼 목돈이 필요할 일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10년 뒤 1억원의 가치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계청 CPI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1년 물가상승배수는 1.025배 커졌고, 이를 이용하여 기준시점 화폐 금액을 비교 시점의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2020년 1억원의 가치를 2021년에도 똑같이 유지하기 위해선 1억249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즉 10년 뒤 체감하는 1억원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낮을 수도 있다.

2월에 출시된 청년희망적금만 해도 출시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가입자 2만4000여명이 이탈한 것으로 파악된다. 워낙 초기 가입 인원이 많았던 탓에 전체(286만8000명)의 1%에 불과하지만 초기 가입 열풍을 고려하면 이탈자 규모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청도계는 다른 정부 재정 지원 청년 저축 프로그램과 중복 가입이 불가하기 때문에 2024년 3월이 2년 만기인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들은 내년 청도계가 출시되면 원할 경우 중도에 갈아타야 한다.

또 다른 문제로는 한정된 예산이 꼽힌다. 청도계에 많은 수요가 몰릴 경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원 규모의 차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가입이 거절되거나 최소한의 지원만 받게 되는 청년들의 경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 소득 4800만원을 초과한 가입자는 비과세·소득 공제 혜택을 줄 뿐 정부 지원금은 받지 못하는데, 연 소득이 기준에 근접하거나 조금 모자란 일부 가입자들도 “이러다가 정부 지원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며 불안에 떨고 있다.

취업하지 못한 취업 준비생이나 만 34세를 갓 넘긴 중·저소득층 청년들이 가입 대상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서도 벌써 갑론을박이 빚어지는 형국이다. 정부가 요건에 맞는 신청자를 한시적으로 전원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중·장년층은 차별적인 세금 퍼주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청년이 아니라서 이런 혜택을 못 받는 것도 서러운데 내 세금만 퍼주게 돼 억울하다. 청년 표심 잡기에 불과하다”며 비판을 쏟아내는 중이다.

김소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이 지난달 2일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청년도약계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소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이 지난달 2일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청년도약계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정치권의 무분별한 선심성 정책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금융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특정 세대(MZ세대)에게 과도한 혜택을 몰아주는 정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온라인상에서 ‘청도계 꼼수 가입 방법’, ‘합법적으로 1억원을 증여할 방법’ 등이 공유되며 제도 악용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 또한 문제다. 실제 온라인에선 소득이 없으면 청도계 가입이 불가능한 만큼 미리 단기 파트타임 업무 등으로 올해 소득을 만들어 가입한 후 월 납입액은 부모가 내는 방법 등이 공유되고 있다. 이 경우 부모는 자식에게 합법적으로 1억원을 증여할 수 있어 소득이 낮은 청년층 자산 형성을 위해 마련된 정책이 고소득층 재산 증여 용도로 악용될 수 있는 셈이다.

청년희망적금 가입 때도 비슷한 유형의 꼼수가 퍼졌다. 2년 만기인 청년희망적금은 가입 기준만 통과하면 이후 소득 변화 등은 정부 지원 등에 반영되지 않았다.

은행권 역시 울상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라 발을 빼긴 힘든 상황에서 연 3.5%(복리 적용) 금리를 적용해야 하는데 이자 지급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손실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당국이나 정부의 정책 시행 추이를 보고 있다. 다른 재원 마련이 필요한데 그것이 금융사로 전가된다고 하면 당국 지침이나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문 정부가 시행했던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정작 20·30대가 주요 고객인 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등이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에서는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좋은 것만 하고, 금융당국의 정책과 관련된 부담을 나누지 않으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이번에도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시중 은행들은 형평성에서 상당한 불만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향후 예산 상황 및 금융권 등과 협의를 거쳐 청도계 세부 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에서 “청년들의 장기 목돈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청도계 공약의 추진 방향을 적극 검토하겠다”면서 “상품별 지원 목적과 행정 비용을 균형 있게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지원 대상과 심사 기준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년이라는 만기와 꼼수 논란을 제외하고도 사각지대에 놓인 은행권 사정과 중·장년층을 보듬어주지 못한다는 한계를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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