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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은행·정유사 '고통분담' 촉구하지만...억지춘향격이라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6.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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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의 위기 상황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22일에도 각종 지표에서 경고음이 추가로 울렸다.

원·달러 환율이 이날 외환시장에서 12년 11개월 만에 1300원을 돌파했다. 고환율이 가뜩이나 앙등하는 물가를 부채질하고, 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위기를 심화시킨다. 원화값 하락으로 수입이 증가하면서 고물가 기조가 좀처럼 꺾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5월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0.5% 상승,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1년 전보다 9.2%나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되돌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5월 5.4%)이 6월 6%대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국제 유가 고공행진 속에 오른 수입물가를 반영한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3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당국의 정책수단만으로는 총체적인 복합 위기를 정면돌파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업계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다. 은행권의 대출이자 낮추기 동참과 정유업계의 기름값인 내리기 노력을 공개 촉구한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면서 ‘관치’ 논란이 불거졌지만 국민의힘은 위기극복을 위한 민·관의 공조를 강조하면서 은행권의 협조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국민이 체감하는 기름값 인하를 위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면서도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선제적인 입장을 보이자 여당도 인센티브를 걸고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 동참 촉구로 호응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최대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경제활력을 불어넣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부 혼자 뛰어서는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면서 “민·관이 위기극복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가계 부채는 가정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며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돼왔다.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통분담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이미 몇몇 은행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낮추고 예금 금리를 높인 상품들이 나왔다고 소개하면서 ”이는 금융업계 차원에서 예대금리 격차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금융업계는 예대금리차 줄이기에 적극 동참해 금융의 가치를 살리고 어려운 경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권 원내대표는 정부가 세수 부족 우려에도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 늘렸다는 점을 들어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며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상생 노력을 촉구했다.

국내 기름값은 리터당 평균 2100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두 달째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민생 경제를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법상 최대 한도인 37%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기름값 상승폭이 워낙 커서 야당에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란 비판이 나온다.

그래서 민주당은 폭등한 유가잡기에 정유사들도 끌어들이겠다는 선제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휘발유와 경유값을 200원 이상 떨어뜨려 국민이 체감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즉시 추진하겠다"며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석유·가스 기업에 이른바 '횡재세(초과이윤세)'까지 논의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 역시 "정부 탄력세율을 키워줄 수 있도록 추가 입법해서 50% 정도까지 해야 기름값을 1800원대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유류세 탄력 인하 등 정유사의 초과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합하면 무려 4조7668억원에 달한다. 정유사들이 기금으로 내든지 아니면 마진을 줄이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배준영 의원이 이날 현행 30%인 유류세 탄력세율을 50%까지 확대하는 개별소비세법과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해 제도적인 기름값 대응에는 여야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1일 유가 폭등 대책 마련을 위해 서울 양천구 셀프주유소를 방문, 한 시민이 주유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1일 유가 폭등 대책 마련을 위해 서울 양천구 셀프주유소를 방문, 한 시민이 주유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정치권의 동참 ‘압박’ 속에 은행권의 대출이자 인하 움직임이 속속 확인되고 있지만 정제마진이 통상적인 손익분기점 4~5달러보다 두 배 수준으로 올라 올 2분기에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정유업계에서는 구체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고통 분담 사례가 있는 은행권과 정유업계가 화답할 경우 그 동참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은행권 금리인하의 경우 압축성장 시대와 산업 고도화 시기를 거치면서 창구지도란 ‘채찍’으로 끊임없이 ‘관치금융’ 논란을 불렀다. 시대 변화와 함께 많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민생경제 위기 극복 명분에 주저할 수만은 없는 은행들의 동참은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 이어져오기도 했다.

2010년 정부가 서민가정의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권에 직접적인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이 최근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로 수요가 줄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렸지만 신용대출금리는 내리지 않는 등 미스 매치가 발생해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정유업계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기름값 폭등 사태를 맞으면서 정부의 ”묘한 기름값" 압박 속에 4개 정유사별로 3개월 간 100원 할인 조치를 취했지만 시민단체에서는 두 달 넘도록 50원 정도만 낮아졌다고 비판하는 등 '억지춘향' 호응의 한계를 드러냈다.

정치권에서 민간에 대한 압박 키워드를 민생 경제와 고통 분담을 앞세웠지만 정작 4주째 21대 후반기 원 구성도 못하는 국회 공전 사태에서 민생경제 살리기 대응 명분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야가 양보를 통해 여의도의 정책논의 기능부터 살려내야 기업 설득도 힘을 얻을 수 있고, 시급한 법제 보완을 통해 ’3고‘ 악재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감시·입법 효과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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