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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커리큘럼] 뒷담화를 현명하게 하는 법을 알려주마! (下)

  • Editor. 조근우 기자
  • 입력 2022.06.30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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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근우 기자] ■ 뒷담화의 순기능

앞의 이야기만 놓고 보면 뒷담화가 사회악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뒷담화는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뒷담화는 소속감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사회적 결속에 무익할 것만 같은 뒷담화가 오히려 반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 월간지 디 애틀랜틱에서는 뒷담화가 다른 사람을 분발하게 만드는 자극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뒷담화는 집단생활을 하는 인간의 특성상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뒷담화는 ▲정보 습득 ▲사회적 결속 강화 ▲스트레스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친구·직장동료·이웃 사이에서 오가는 뒷담화는 사회적 결속력을 제공하고, 행복한 감정을 높인다. 심리학자 콜린 질은 “남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것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감소시키는 세로토닌 같은 긍정적인 호르몬의 수치를 높여준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함께 수다를 떠는 것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을 발견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은 2014년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의 연구 결과에서도 밝혀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뒷담화는 ‘교훈적’인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의 나쁜 소문을 교훈 삼아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개선하려는 심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는 뒷담화가 사회 규범을 인지하고 그룹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행동을 고치는데 자극제로서 작용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울러 2006년 텍사스대학과 오클라호마대학 공동 연구진 실험에 따르면 제3자에 대해 긍정적 이야기를 했을 때보다 부정적 이야기를 했을 때 서로를 더 가깝게 느끼는 등 결속력이 강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 교수도 '사회적 피질(Social cortex)' 그래프에서 “뒷담화가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려는 충동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즉, 뒷담화를 많이 하는 사회일수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를 막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바람이 좋은 예다.

[사진=유튜브화면 캡처]
사피엔스스튜디오 ‘틈만 나면 욕하는 사람, 대체 왜 그럴까? 뒷담화 대처, ‘이렇게’만 하세요!’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뒷담화의 역기능

반면 뒷담화의 역기능도 분명 존재한다. 놀라운 점은 순기능과 역기능은 종이 한 장 차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히 양날의 검이 아닐 수 없다.

뒷담화 순기능으로는 스트레스와 불안 감소가 있었다. 하지만 뒷담화를 자칫 잘못된 상대에게 할 경우 위험이 비례함에 따라 오히려 스트레스와 불안을 증가시킨다.

김경일 교수는 “뒷담화는 불안을 해소시키지 못한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뒷담화를 한다면, 그 말이 어디까지 퍼지고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뒷담화를 하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지 불안해지고, 이러한 불안은 에너지를 소모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정말 내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뒷담화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뒷담화가 사회적 결속을 강화시킨다는 것 또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자신이 원치 않는 뒷담화에 동조하다 보면 이것이 강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의 뒷담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큰 스트레스겠는가?

뒷담화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은따’가 될 것 같아 우려된다는 사람도 있다. 또 내가 직접 뒷담화를 하지 않더라도, 뒷담화를 하는 그룹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도 욕먹기 딱 좋다.

이는 정치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치 또한 그 기원은 편 가르기와 뒷담화 아니겠는가? 반대편 정당이라면 무조건 공격하고, 공격하지 않으면 당내 배신자로 낙인 찍히는 것은 현 정치판만 봐도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

뒷담화의 역기능과 순기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뒷담화의 역기능과 순기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현명한 뒷담화와 내 편 만들기

“인간 다 뒤에서 욕해. 친하다고 뭐 욕 안 하는 줄 알아? 인간이 그렇게 한 겹이야? 나도 뒤에서 남 욕해. 욕하면 욕하는 거지 뭐 어쩌라고. 뭐 어쩌라고 일러. 쪽팔리게. 미안하다. 내가 다그쳐 놓고. 고마워 때려줘서.”

2018년 방영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동훈(이선균 분)이 직장생활을 하며 김대리가 자신의 뒷담화를 했다는 이유로 다른 부하직원 지안(이지은 분)이 때리자, 지안에게 한 말이다. 동훈은 자신이 믿었던 부하가 자신을 욕했다는 배신감에 감정이 격해지지만, 이내 지안에게 고맙다고 이야기 한다.

지안은 자신이 좋아하는 동훈의 뒷담화를 하는 사람을 차마 보고 넘기지 못한 것이다. 지안의 방법이 용기 있는 행동이었을지는 몰라도, 현명한 대응은 아니었다. 이 방법으로 문제가 직접 해결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살다보면 뒷담화를 지나치게 하는 이들을 만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뭘까?

‘뒷담화를 하지 마’라는 말은 이들에게 효과가 없다. 그들은 뒷담화를 통해 결속력을 높이고 싶어 하기에 계속해서 설득하려 들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나는 너의 생각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는 암시를 줘야 한다.

김경일 교수는 “그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명시해주면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누군가를 찾아 떠날 것”이라며 “‘너 되게 특이하다’라는 식으로 표현을 하라”고 충고했다. 이어 “뒷담화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 칭찬하는 법을 알려주고, 칭찬 옮기는 법을 알려주며, 앞선 두 가지가 주는 긍정적 효과를 알려준다면 행동이 교정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명한 뒷담화 방법도 있다.

김경일 교수는 좋은 뒷담화 방법으로 ‘타인의 칭찬을 옮기라’고 조언한다. 욕을 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짜릿할지는 몰라도, 더 큰 책임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반면 칭찬을 옮기면 당신이 한 뒷담화가 오히려 뒷담화를 하는 심리적 욕구를 궁극적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다. 뒷담화가 순기능을 할 때, 우리는 내편을 만들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로 우리가 원하는 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들, 억지로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공간이다. 내가 못난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수치스럽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갖고 뒷담화를 하지 않으리라고 믿을 수 있는 신뢰의 공동체가 절실하다.

욕설과 배설의 효용이 원래 그러하듯, 뒤에서 타인을 욕하는 동안은 후련하고 짜릿할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뒤에서 한 욕은 너무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뒤에서 하는 칭찬이야말로, 우리가 뒷담화의 순기능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

 

글쓴이는? – 뒷담화도 잘하지만 앞에서 돌직구도 잘 던지는 MZ세대 직장인이다. 스스로에게 뒷담화를 하는지 물었고, 뒷담화를 많이 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만난 친구에게 술 한 잔 마시지 않고 다른 이의 뒷담화를 3시간 정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취재후기 – “어떤 사람이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나를 책임지려 하거나 나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지 않으면서 내 말을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들어줄 때에는 정말 기분이 좋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나를 이해해 주면, 나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칼 로저스는 공감의 효과를 이렇게 묘사했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도 결국 이것 아닐까. 뒷담화 또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면, 이를 잘 활용해 우리 삶을 얼마든지 윤택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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