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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도 재미있게!"…MZ세대들의 기부방식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2.07.0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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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천옥현 기자] 최근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용사님들’과 함께 청각장애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후원금 3억원을 장애인 대상 자선단체 ‘사랑의 달팽이’에 전달했다. 이번 후원은 앞서 5월 19일 메이플스토리에서 진행한 ‘돌의 정령의 나눔 프로젝트’로부터 이뤄졌다. 모자 아이템 ‘행복이 쌓였담’을 게임재화로 구매하면 나눔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모자 아이템이 1만개 판매될 때마다 청각장애 어린이 및 청소년 한 명에게 외부 장치를 교체해준다는 소식이 퍼졌고, 프로젝트는 2시간 만에 준비된 아이템 20만개가 모두 소진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5일부터 이틀간 ‘기브앤 레이스 버추얼 런’을 진행했다. 해당 행사는 참가비 전액을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의료비 및 교육비로 기부하는 행사였다. 기부금은 참가자 명의로 기부를 진행하기 때문에 기부금 영수증도 발행이 됐으며,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의료비 등 사용내역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티셔츠, 메달 등 기념품도 다양하게 증정했다. 행사는 지난달 접수 시작 후 단 10분만에 모두 마감됐다.

위 사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참여형 기부 방식이라는 점이다.

연령대별 기부 방식의 차이 [사진=2022 기부 트렌드 캡처]
연령대별 기부 방식의 차이 [사진=2022 기부 트렌드 캡처]

세대별로 기부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20, 30대 청년들에게 기부란 ‘가치있는 소비’의 방식 중 하나다. 특히 기부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사회복지모금회가 발간한 ‘2022 기부 트렌드’에 따르면 연령별 참여해 본 기부 방식에 있어 20대 이하 연령대에서는 포인트기부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기부가 가장 많았으며, 거리모금, 기관정기후원, 크라우드펀딩이 뒤를 이었다. 30대의 경우는 포인트기부, 기관정기후원, 거리모금, 크라우드펀딩 순으로 많이 참여한 걸로 조사됐다.

40, 50대의 경우 참여해 본 기부방식 중 기관정기후원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포인트 기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정기후원이나 포인트 기부야 모든 세대에 익숙하다 쳐도 SNS기부와 크라우드 펀딩 기부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SNS기부는 말 그대로 모금을 받는 단체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도움을 요청하면 사람들이 단체를 후원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한 유기동물 보호소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호소의 일상을 공유한다. 강아지나 고양이 임시보호자를 찾기도 하고, 후원 캠페인을 열기도 한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프로필에 적힌 계좌번호로 후원하면 된다.

20대 초반 미진씨는 “학생 때 몇천 원 단위부터 기부를 시작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기 기부 금액이 커졌다”며 “정기기부 외에도 SNS를 통해 강아지나 고양이 등 동물환경 개선이 필요한 모습을 보면 일시 후원을 한다. 적은 돈으로 사회에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유기견을 쳤을 때 나오는 이미지. 요즘 청년들은 이런 이미지를 보고 후원을 결정한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유기견을 쳤을 때 나오는 이미지. 요즘 청년들은 이런 이미지를 보고 후원을 결정한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크라우드펀딩은 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모금자들이 모금 취지, 목표금액, 모금 기간 등을 게시하고 이를 홍보하면 개인들이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를 골라 기부할 수 있다.

카카오 '같이가치'나 네이버 '해피빈'도 크라운드펀딩 방식을 차용한 기부 플랫폼이다. 보통 정기후원방식은 세세한 사용처를 미리 알 수 없지만, 이 경우 프로젝트 목적이 정확해 원하는 곳에 직접 기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카오 같이가치에서는 마음으로 기부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기부 프로젝트를 지인들과 공유하거나 응원의 댓글을 쓸 때마다 카카오에서 100원씩 기부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행동을 통한 기부도 가능하다. 일례로 스마트폰 밝기를 낮추거나, 카카오톡 다크모드나 전기코드 뽑은 사진 등 디지털 라이프를 인증하면 카카오에서 1000원을 기부한다.

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 모금된 기부금은 올해 들어 약 525억원이다. 프로젝트당 모금액은 약 6백만원 선이다. 기부 연령대는 다양한 편이다. 카카오 같이가치에 따르면 20·30대 기부 비율은 대략 40%다. 카카오는 접근성이 좋아 타 플랫폼에 비해 참여 연령대가 고른 편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부의 주축이 40·5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40%도 꽤 높은 비율이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 기부 참여율은 40대가 31.1%로 가장 높고, 그다음은 29.5%인 50대가 차지했다. 이어서 30대 22.8%, 60대 이상 16.9%, 20대 12.9%로 나타났다.

네이버 해피빈은 기부뿐만이 아니라 ‘펀딩’ 서비스와 ‘공감가게’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나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등이 입점해 있는데, 이런 참여형 서비스들은 20·30대의 가치소비문화와 맞물려 그 수요가 증가했다.

네이버 해피빈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20·30대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분들 위주로 많이 찾아주신다. 해피빈도 그에 맞게 유기견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나 동물복지, 로컬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도울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치 있는 일이 선순환되려면 일회성 기부도 좋지만, 자립성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해피빈은 상품판매를 지속하실 수 있도록 택배비나 플랫폼 수수료는 받지 않고 마케팅도 지원해드리고 있다”며 취지를 밝혔다.

네이버 해피빈 홈페이지 [사진=해피빈 홈페이지 캡처]
다양한 사회적 행동을 도모하는 창구, 네이버 해피빈 홈페이지 [사진=해피빈 홈페이지 캡처]

이런 기부플랫폼은 누구나 개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더한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비영리기관이나 사회적 기업에게는 꿀과 같은 모금처다.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내부 심사를 통해 개설할 수 있다.

비영리 기관 국경없는의사회 관계자는 “후원자분들이 유입되는 경로가 다양해졌다. 거리 캠페인을 통해 진행하시는 분들도 있고, 유튜브나 디지털 광고를 보시고 후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처음에 모금플랫폼에서 일회성으로 시작하셨다가 정기후원으로 넘어가시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기부와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콘텐츠들도 많다. 퍼네이션은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합성한 말로, 재미있고 쉬운 기부방식을 지칭한다. 원조 격으로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있다.

월드비전이 기획한 ‘오지랖 유형 테스트’는 친구나 가족들에게 SNS를 통해 공유하면 건당 1000원이 기부되는 행사였다. 월드비전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만든 테스트는 론칭 일주일 만에 1만4000여명이 참여하여 매칭 기부금 1400만원이 조성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소백(SOVAC)이 주최한 ‘세바퀴(세상을 바꿀 사회적 퀴즈쇼)’가 개최됐다. 퀴즈를 풀면서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지식을 쌓고 기부도 하는 이날 행사는 당일에만 유튜브 방송 조회수 16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SOVAC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제안으로 2019년 시작한 사회적 플랫폼이다.

해당 퀴즈쇼를 방영한 유튜브 영상에는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풀면서 답을 안 이상, 개인적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조**)”, “퀴즈 형식으로 진행해서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회적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유쾌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강**)”는 등 재밌고, 의미 있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꾸준히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는 30대 초반 기적(가명)씨는 “예전에는 불쌍한 사람들을 보고 기부했는데 최근에는 동정심만 자극하는 이미지보다는 유쾌하면서도 관심이 가는 기부 콘텐츠가 많다. 보기에도 부담 없고 재미있는데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 참여 의지가 샘솟는다”라고 말했다.

기부액 수준으로 보면 아직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에게 기부가 더 편하고 의미 있는 일이 됐을 때, 그 영향력들이 선순환되면서 미래 사회 문제를 하나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세계를 조금 더 살만한 공간으로, 삶을 조금 더 평등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작은 행동으로 생명을 살리고 지구를 구하는 나눔의 미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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