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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피플] 코로나19 최전선, 이낙원 전문의에게 감염병의 오늘과 내일을 묻다

  • Editor. 조근우 기자
  • 입력 2022.08.05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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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백색(百人百色). 백 명의 사람이 제각기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는 말입니다. 세상은 너무나 다른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개성 넘치는 사람, 독특한 일을 하는 사람, 이타적인 사람, 유명한 사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람 등등…. ‘UP피플’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다양하기에 도리어 평범해질 수밖에 없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요. 바쁜 일상에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그 면면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럼 잠깐 시간을 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편집자 주>

[업다운 뉴스 조근우 기자] 2020년 1월 20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날이다. 이후 2년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국내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4일 기준 국내 감염자는 2000만명을 넘어섰고, 일일 확진자수가 10만명을 넘어서며 오미크론의 변이 바이러스 BA5로 인한 재유행 조짐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와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병동과 중환자실을 맡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감염병과 싸운 이가 있다. 바로 인천 나은병원 이낙원 호흡기내과 과장 겸 중환자실 실장이다.

나은병원에 온 지 9년 됐다던 그는 의사인 동시에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 위드 코로나 의사의 현실극복 에세이 ‘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와 코로나19가 지나간 의료 현장기록 ‘바이러스와 인간’ 등을 내놓아 세인의 뜨거운 관심을 잡아끌기도 했다.

4차 접종부터 재유행, 엔데믹까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현장 전문의의 시선은 어떨지 인천 송도 한 카페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여온 그를 만났다.

이낙원 전문의 [사진=본인제공]
이낙원 전문의 [사진=본인 제공]

- 먼저 한국에 재유행 조짐이 보이는데, 현 상황에 대한 전문가 소견은?

■ BA5라는 오미크론 변이종이 유행을 이끌고 있는데, 치명률이 오미크론보다 심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또 감염병은 질환 자체와 함께 불안감이 같이 전염되는 것이 큰 혼란을 야기한다. 근데 사람들이 이미 코로나19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면서 어느 정도 감정적인 면역도 생긴 것 같다. 일부에선 경각심이 떨어진 것에 대해 우려도 하지만 불안감이 감소된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심리적으로도 충격은 오미크론 때보다 덜 할 거라고 생각한다. 또 바이러스 특성에 맞는 방역 정책이 계속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감염자들을 무조건 격리하는 게 아니라 외래 진료를 받게 하고,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진료실도 많이 만들어졌다. 진료실에서 약물을 처방하고 재택 격리함으로써 중환자가 따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운영하는 것처럼 말이다. 데이터로는 오미크론 면역력이 BA5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느끼기에 지금 감염돼 오는 사람들 중 이미 감염됐던 이들은 별로 없다. 어제 대면 선별 진료소에서 진료했는데, 방문한 환자 중 얼추 열 몇 명 물어본 것 같은데 한 명 빼고는 다 처음 감염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아직은 오미크론이 대유행할 때 생긴 집단 면역력이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의 목소리와 표정은 과거 이야기를 할 때보다 훨씬 가벼웠고, 현장 상황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 치명률이 낮다고 했는데 4차 예방접종은 맞아야 할까?

지금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 백신이 안 걸리게 하는 영향은 덜하다고 한다. 젊은 층에게 4차 예방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 건 그 이유일 것이다. 백신 맞는 것이나 직접 바이러스를 앓고 지나가나 큰 차이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백신이 중증 진행률은 확실히 줄여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50대 이상에게 권고하고 있다. 백신 관련해서는 질병관리본부 당국을 믿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갖고 과학적인 판단을 내리리라고 믿는 까닭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보호구를 착용한 이낙원 전문의 [사진=본인제공]
보호구를 착용한 이낙원 전문의 [사진=본인 제공]

-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 반이 넘었다. 언제 종식될 거라 생각하나?

■ 어떤 감염병이 대규모 유행하고 지나가면 살아남은 이들이 집단 면역력을 갖게 된다. 한 사람이 걸려 갖게 되는 개인의 면역적 적응도 있지만, 사회 전체가 걸리고 지나가면서 생기는 역학적 적응도 있다. 지금 이미 몇 번의 유행 곡선을 그리고 지나갔고, 전 세계가 역학적 적응을 밟아 나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도, 영향이 크지 않는 진짜 독감이나 감기처럼 변이에 대응할 수 있게 되는 날이 머잖아 올 것이다. 그것이 작년 가을에 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올 봄에도 아니었다. 적어도 여름은 지나서 뭔가 설마 또 올까 했는데 여름이 채 지나기 전에 왔다. 그러면서 ‘아, 이게 몇 번은 더 겪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엔데믹(풍토화)은 올 것이다. 이에 걸맞은 의료 체계가 확립되면서 엔데믹 되어가는 과정이 결국 바이러스가 종식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완전히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 현장 경험 많은 전문의로서 코로나19는 어떤 전염병인가?

■ 코로나19는 전염병으로서는 아주 탁월한 전략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본다면 지구상에 가장 많은 숙주 중 하나는 인간이고, 호흡기 질환은 바이러스를 퍼트리기 가장 좋다. 호흡기질환은 비말을 통해 감염되고, 비말은 기침하고 말할 때 생긴다. 인간을 숙주로 하는 감염 바이러스에게는 대도시를 이뤄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는 현대인 삶은 좋은 환경이다. 또 젊은 세대에는 경미한 증상, 노년층에는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는 것도 특징이다. 전염병은 증상이 경미해야 많이 퍼진다. 감기가 인간 사회에서 없어지지 않은 이유는 증상이 경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바이러스로서는 숙주를 죽이지 않고 자신을 퍼뜨릴 수 있는 탁월한 생존 전략이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노년층에게는 사망률이 확 올라가기 때문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준다. 한때 사망률이 높았던 에볼라 바이러스나 메르스 등 과거에 발발했던 전염병들도 치명률이나 증상이 코로나19보다 훨씬 강하다. 광범위하게 자기 유전자를 퍼뜨리는 생존 전략으로서는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다. RNA 바이러스라는 점도 독특하다. RNA 바이러스는 유전자 가닥이 한 가닥이기 때문에 복제할 때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이 더 높다. DNA는 유전자가 두 가닥이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다. 유전자가 잘못 복제가 됐을 때 그걸 수정할 기회도 있기도 하다. RNA는 한 가닥이니까 돌연변이가 될 확률도 훨씬 높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영·유아층에게 치명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전염병은 일반적으로 영·유아층과 노년층 사망률이 더 높은 특징이 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영·유아층 사망률이 굉장히 낮다. 만약 영·유아층 사망률이 지금보다 높았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큰 혼란과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영·유아층에까지 코로나19가 치명적이었다면 자식 잃은 부모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을 텐데,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은가.

코로나 병동에서 입는 레벨D의 방호복을 이낙원 전문의(오른쪽) [사진=본인 제공]
코로나 병동에서 입는 레벨D 방호복을 이낙원 전문의(오른쪽) [사진=본인 제공]

- 2년간 코로나19와 싸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좋았던 순간은?

■ 델타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됐을 때 가장 힘들었다. 중환자가 점점 늘고, 우리 병원이 코로나19 거점 병원이 됐다. 델타변이의 독성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현장에서는 이게 같은 병인가 싶을 정도로 폐렴을 일으키는 확률도 높고, 평소 건강했던 사람들을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비율도 높다. 병상을 열자마자 환자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모두 중환자였다. 엄마와 딸이 같이 밥을 먹고 엄마가 이상 증상을 보여 병상에 입원했는데, 다음 날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며칠 안 돼 세상을 떴다. 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

한 사람의 죽음이란 단순히 인구 한 명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낯설고 시린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짐이 누군가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그 일을 하루아침에 감당해야 한다. 작년 12월부터 한 달간은 내 인생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특히 전염병으로 가족이 중환자가 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른 가족들의 반응은 일반 호흡기 질환 때보다 훨씬 심각했다. 면회도 안 되고 애도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불과 며칠 전까지 같이 밥을 먹고 있던 가족이 세상을 뜰 위기에 처했는데, 옆에 가보지도 못하고 손도 못 잡는다. 환자가 사망할 경우 방수포 두 겹에 둘러싸 12시간 이내로 화장해야 한다. 이 과정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큰 슬픔을 주기 마련이다.

또 가족 중 누군가는 감염병을 외부에서 갖고 들어온다. 노인들은 활동이 적은 만큼, 감염병을 갖고 들어온 대부분은 젊은 자녀들이 많다. 젊은 자녀들은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아마 평생 동안 죄책감을 느끼고 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죄책감을 토로하는 사람도 많이 봤다. 남편이 고혈압이 있어 예방접종을 받지 말자고 했던 아내는 매일 울면서 전화해 자기의 참담한 심정을 얘기한다. 그 시기에 환자와 중환자 가족들의 슬픔을 상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또 이런 과정에서 많은 동료가 떠나갔다. 현장에선 언제나 인력이 부족했고, 차마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떠나가는 걸 보는 것도 몹시 안타까웠다. 힘든 시기를 함께해 줘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그럼에도 좋았던 부분은 환자들이 잘 치료 받고 건강하게 돌아갈 때다. 이건 모든 의료진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다. 그런데 보람도 하루 이틀이지, 그 기간이 너무 길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는 그가 느낀 수많은 슬픔과 이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면서 특별히 느낀 점은?

■ 감염병이 가져온 의학적 성찰이 있다. 17~18세기 지나면서 의학이 발달했다. 해부학이 발전하고 생리학이 발달하고, 의학도 굉장히 분과돼 환원주의적인 의학이 굉장히 발달했다. 인간을 단위로 쪼개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과만 해도 여덟 개의 과가 있다. 분자 생물학이 발달하면서 20세기에는 환원주의적인 의학은 더욱 발달했다. 인간의 몸과 건강 또는 질병을 세부 단위로 쪼개 이해하고 치료하게 된 것인데, 감염병 유행은 인간 생명을 그렇게만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인간 몸 안에 발생하는 병이기는 하지만, 관계를 타고 넘어가는 질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 몸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 공동체와 공동체의 연결을 조율하는 것이었다. 또 때로는 차단하고 때로는 취약계층을 도와주는 것은 국가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도 새삼 깨닫게 해줬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질병과 백신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시 갖게 했고,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재고하는 기회가 됐다.

또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바이러스 유행을 막기 위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연대였다. 이웃을 잠재적 위협으로 만드는 감염병에 맞서, 배제가 아니라 협력과 헌신으로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이웃을 있는 그대로의 이웃으로 지켜준다는 것 말이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사망자 수가 단순히 숫자가 아닌 것은, 망자가 관계 맺고 있던 수많은 사람이 겪는 슬픔의 크기를 가늠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슬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우리가 연대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는 인간이 바이러스가 살고 있던 곳을 침범했기에 발생한 것이다. 박쥐 몸 안에 있었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 안으로 넘어 온 것이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문명이 아니라면, 이번과 같은 일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연과 공생을 위한 문명적 성찰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에 대한 담론이나 거시적인 공감대 같은 것이 좀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취재 후기 -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싸운 의사가 도출한 감염병에 대한 결론은, 더 나은 백신이나 의료시스템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상생’과 ‘연대’가 기반이 된 사회가 돼야 백신이나 의료시스템의 효과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방법은 인류가 과거부터 지속해온, 가장 인간적인 가치, 바로 연대에 있다는 말이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이 더욱 와 닿는 건,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이 코로나19 앞에서 얼마나 속수무책으로 당했는지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잘 사는 나라로 손꼽히는 미국은 코로나19로 103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반면 국내 코로나 사망자 수는 2만5000명 정도다. 이 비결에는 연대의 힘이 있었다. 다른 동물과 비교해 육체적으론 나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인 상생과 연대. 이제는 이 범위를 인간을 넘어 자연까지 넓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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