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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4관왕' 에미상 화룡점정까지?...다시 '깐부'로 교감한 K-콘텐츠의 힘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9.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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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우리는 깐부잖아?”

백인 중심의 시선에 성차별, 편견 등이 덧입혀져 미국 대중문화계에서조차 비판을 받아온 골든글로브 무대에서 고희를 바라보는 ‘깐부(짝궁) 할아버지’ 오일남(오영수)이 비영어권의 장벽을 넘어 한국 최초의 남우조연상 영예를 안은 지 아홉 달.

“너는 여기서 나갈 이유가 있지만 난 없어.”

둘 중 하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기로에서 강새벽(정호연)에 이어 던져야 하는 구슬을 일부러 떨궈버린 지영(이유미)의 선택은 '깐부'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앞서 줄다리기 멤버를 고를 때 혼자 있던 자신을 선택해준 새벽에 대한 고마움을 염세적인 케미로 가슴 시리게 녹여낸 이 장면은 비영어권에 닫아건 에미상의 빗장을 처음으로 열게 만들었다.

배우 이유미가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게스트상을 수상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배우 이유미가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게스트상을 수상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인생낙오’ 위기의 456명이 최후의 승자로 남기 위해 목숨을 건 극한의 게임을 펼치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서 이유미(28)라는 또 하나의 ‘K-드라마’ 스타가 이렇게 탄생했다.

오영수의 깐부 이정재(성기훈 역)가 지난 2월 미국배우조합(SAG)상에서 정호연과 함께 비영어권 배우 최초로 TV드라마 남녀주연상을 동반 수상하더니, 이젠 정호연의 깐부 이유미가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이 비영어 드라마 최초의 수상을 4관왕으로 빛내면서 이유미가 한국인 최초의 연기상을 차지한 것이다.

에미상을 주최한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ATAS) SNS 발표에 따르면 이유미는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호프 데이비스·사나 라단·해리엇 월터(HBO 석세션), 마샤 게이 하든(애플TV+ 더 모닝쇼), 마사 켈리( HBO 유포리아) 등을 제치고 최고 단역에게 주어지는 여우 게스트상을 수상했다.

그간 에미상에서 영미권의 아시아계 배우들이 수상 커리어를 이어간 적은 있지만 아시아인으로서나 한국 국적의 배우로서나 트로피를 치켜든 것은 이유미가 첫 케이스다. 한국계 캐나다인 샌드라 오의 경우 2005년부터 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상복은 없었다.

게스트상은 드라마에서 비중이 러닝타임 5% 이상, 50% 이내를 차지하는 ‘에피소드별 주인공급’ 배우에게 돌아가는 연기상이다. 이유미는 9부작 중 6화 ‘깐부(Ganbu)’를 대표하는 단역으로 미국 4대 예술문화 시상식의 하나인 에미상 후보에 오를 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국식 골목놀이에서 짝을 먹었지만 일부러 게임에서 져주는 것으로 스스로 마지막 희망의 구슬을 내려놓은 240번 참가자 지영에게 지구촌 시청자들의 비감은 컸다. 자신에게 성적 학대와 폭행을 일삼은 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복역한 뒤 출소하자마자 게임에 나선 것은 글로벌 드라마를 지향하는 보편적인 설정이었지만 생의 의미가 더 절실한 짝궁에게 기회를 양보한 것은 ‘K-콘텐츠’의 교감을 높이는 특수한 정서였을 터.

지영은 새벽에게 말한다. “너는 꼭 살아서 나가. 그래서 엄마도 만나고 동생도 찾고 제주도에도 꼭 가고.” 새벽은 울음을 참고 죽음의 문을 빠져나간다. 총성이 울리기 전 “고마워. 나랑 같이 해 줘서”라는 지영의 마지막 한마디를 뒤로 한 채.

이 장면으로 오징어게임과 이유미는 ‘기회의 문’을 열었다. 오징어게임의 극본을 쓰고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지난 7월 14개 부문에서 에미상 후보에 오른 뒤 넷플릭스를 통해 "에미상 후보 지명을 계기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전 세계가 서로의 콘텐츠를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더욱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처럼 슬프고도 아름다운 깐부의 의미를 통해 확장된 K-콘텐츠는 에미상 첫 수상으로 되새겨졌다.

ATAS 트위터에 따르면 이유미는 트로피를 품에 안고 "너무 행복하다"며 "너무 믿기지 않고 빨리 주위 사람들에게 받았다고 자랑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현재의 감정을 어떤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겠는냐는 질문에는 "웃으면서 눈 찡긋하고 있는 이모티콘을 쓰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모두 전 세계 시청시간 1위에 오른 덕에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그다.

2009년 CF모델로 데뷔한 이유미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가출 청소년, 괴롭힘 피해자 등 어두운 면의 역할을 많이 맡았던 터라 에미상 수상 후 웃음을 더욱 해맑아 보인다.

오징어게임, 에미상 수상부문과 후보 리스트. [그래픽=연합뉴스]
오징어게임, 에미상 수상부문과 후보 리스트. [그래픽=연합뉴스]

에미상 시상식은 기술진·스태프가 주요 수상대상인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과 배우·연출진에게 상을 수여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오징어게임이 이날 시상식에서 후보에 오른 7개 부문 중 게스트상과 함께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오는 12일 열리는 프라임타임 에미상 도전을 한껏 예열했다. 영화 '기생충(4관왕)', '미나리(여우조연상)'가 아카데미에서 세운 ‘최초’의 계보를 이어가면서 K-콘텐츠 성공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기 때문이다.

작품상, 감독상(황동혁), 각본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오영수·박해수), 여우조연상(정호연)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2라운드 대약진 가능성은 후보 지명 때보다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초록색 트레이닝복의 열연으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지구촌에 문화적인 열풍을 일으킨 K-콘텐츠의 힘이 추석연휴 뒤 에미상 '화룡점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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