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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부럽지 않다?" BBQ 윤홍근 회장의 사임을 둘러싼 이중시선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2.09.07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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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감추기다!" VS "아니다, 글로벌 집중 전략의 일환이다."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의 지주사 대표이사직 사임을 놓고 말들이 많다. BBQ는 지난 1일 자로 정승욱 전 휠라코리아 최고 운영 책임자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지주사인 제너시스는 윤경주 부회장이 맡았다. BBQ가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뭘까?

윤 회장 사임을 비롯해 세간에 흘러나오고 있는 BBQ 관련 의혹들을 짚어봤다.

사실 윤홍근 회장은 무려 27년 동안 BBQ를 세우고 키운 인물이다. 1984년 미원그룹(현 대상)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윤홍근 회장은 미원이 닭고기 회사 ‘천호 마니커’를 인수하면서 신규 사업을 주도했다. 이렇게 닭고기와 인연을 맺은 윤 회장은 회사에서 나와 BBQ를 설립하고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의 전성기를 구가해 왔다.

윤 회장의 노하우 아래 BBQ 성장세는 그야말로 굉장했다. BBQ는 창업 4년 만에 가맹점 1000개를 만들며 치킨업계 1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2005년에는 올리브유 튀김 공정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3000억원대 매출 기업으로 도약했다. 지난해 제너시스BBQ(이하 BBQ)의 매출액은 3624억원이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1. 잊을 만하면 나오는 ‘3만원 치킨’의 늪

홈플러스 ‘당당치킨’을 필두로 치킨 원가에 대한 논란이 불붙은 가운데 다시 주목받는 발언이 있다. 바로 올해 3월 윤홍근 회장의 ‘치킨 값 3만원’ 발언이다.

윤 회장은 당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치킨 가격이) 3만원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치킨 원가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가격으로 따지자면 본사가 수익을 남기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는 게 없다는 윤 회장 말과는 다르게 BBQ 치킨 영업이익률이 16.8%로 요식업계 평균 영업이익률(8.5%) 대비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BBQ는 가맹점주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 치킨 가격 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개월 후인 지난 5월 BBQ는 제품 가격을 2000원 인상한다. 당시 BBQ는 그 배경에 대해 원부자재 공급가 인상으로 인한 가맹점 요구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지만, 가맹점주들에게 납품하는 올리브오일, 쿠킹호일 등의 가격도 인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사 이익 극대화를 위한 명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윤홍근 회장 발언도 치킨 가격 인상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 논란은 다시 불거지는 양상이다. 최근 BBQ가 윤 회장 가족회사에 매년 100억원 이상 매출을 밀어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와 함께 ‘치킨값 3만원’ 발언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본사가 남기는 게 없다더니 그럼 윤 회장이 남기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BQ 최대주주는 지분 98.85%를 소유한 제너시스다. 제너시스는 윤홍근 회장이 지분 5.46%, 윤 회장 장남 윤혜웅 씨가 62.62%, 장녀 윤경원 씨가 31.92%를 보유하고 있다. 즉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가족회사다. 지난해 제너시스 영업수익은 37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용역매출 127억9000만원, 상품매출 3400만원, 지분법 이익이 247억원으로 나타났다.

제너시스 주주현황 [사진=2021년 제너시스 감사보고서 캡처]
제너시스 주주현황 [사진=2021년 제너시스 감사보고서 캡처]

이 중 주목받은 계정과목은 용역매출이다. 제너시스 용역매출 127억원 중 103억원이 BBQ로부터 발생했는데, 이는 지분법 이익을 제외한 사업 매출의 80% 수준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보통 지주사들은 배당수익이나 상표권 수익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데 반해 제너시스는 경영컨설팅 명목의 내부거래로 수익을 낸다며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BBQ 관계자는 “제너시스BBQ는 사업부나 마케팅 외에 인사, 총무, 재무 등의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스태프 부서가 없고, 제너시스 소속 직원들이 해당 업무를 한다”며 “따라서 관련 비용이 용역매출로 잡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요컨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 준비는 일찌감치 끝났다. 남은 건 승계뿐?

BBQ는 아주 일찌감치 승계를 준비한 회사 중 하나다.

2002년 지엔에스푸드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제너시스는 당시 7세였던 윤혜웅 씨가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었다. 현재 제너시스의 주된 사업 목적은 자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 경영사항을 지도 및 정리·육성하는 것이다. 반면 지엔에스푸드는 설립 당시 조미료 및 식품첨가물 제조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고, BBQ치킨에 소스와 파우더를 제공하며 성장했다.

BBQ는 2000년, 이미 가맹점만 1200개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확대된 상태였다. 따라서 제너시스는 내부거래를 통해 매년 수십억원의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었고, 그 돈으로 BBQ 지분을 매입했다. 그 결과 2014년 제너시스는 결국 BBQ 지분 84.4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그 사이 제너시스는 지분을 가족끼리 나누면서 현재의 지분구조를 만들어냈다. 사실상 아들을 그룹 최대주주로 만들면서 경영권을 넘길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편법으로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쨌든 이미 승계 작업이 끝났기 때문에 윤 회장 퇴진을 승계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윤 회장은 1955년생으로 일흔이 코앞이다. 경영권 승계를 고민할 만한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아들 윤혜웅 씨는 아직 20대이기 때문에 경영에 참여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윤홍근 회장이 본인을 대체할 지주사 대표로 여동생 윤경주 부회장을 선임했다는 분석이다.

BBQ는 윤혜웅 씨 거취에 대해 “개인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윤홍근 BBQ 회장 [사진=BBQ 제공]
윤홍근 BBQ 회장 [사진=BBQ 제공]

3. "도마뱀 부럽지 않다!" 꼬리 자르기의 달인, 이번에도?

일각에선 윤 회장 사임이 국정감사를 앞둔 꼬리 자르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정감사 출석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이런 주장이 피어나오는 건 그동안의 전력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대표로 취임한 정승인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BBQ 본사 갑질 의혹과 관련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감 대타’라는 의혹을 산 바 있다. 그 후 정 대표는 수년째 이어온 BHC 소송에서 패소까지 겪었고, 건강상 이유로 사직을 요청했다. 취임한 지 불과 3개월 만의 일이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7년 BBQ가 푸드트럭 사업을 추진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을 당시 이성락 전 BBQ 사장이 취임 3주 만에 사임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

사실 BBQ는 ‘전문경영인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전문경영인들이 버티지 못하는 기업으로 오명이 자자하다. 2009년 이후 BBQ에 취임한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는 현재 정승욱 대표까지 총 9명이다. 이 중 7명은 1년 미만으로 일하다가 중도 하차했다.

이는 국내 주요기업 전문경영인의 평균 재임 기간인 3년에 비해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13년 동안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1년 이상 일하지 못했다는 점은 씁쓸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윤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그룹 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게다가 BBQ는 bhc치킨과의 3000억원대 상품·물류대금소송 2심 선고를 오는 11월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BBQ 관계자는 “윤 회장 사임을 둘러싼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다”며 “윤 회장은 2003년 BBQ가 글로벌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사업을 주도한 전문가이고, 최근 글로벌 시장 성장세에 따라 글로벌에 집중하기로 전략을 세운 것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 대한 BBQ의 포부는 크다. 2025년까지 전 세계 5만개 가맹점 개설을 목표로 할 정도다. 윤 회장도 최근 잇따라 미국을 찾으며 가맹점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BBQ와 윤 회장의 결정이 정말 글로벌 시장 확장만을 위한 것인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또 BBQ가 이번에야말로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반을 확립, '전문 경영인의 무덤‘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관심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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