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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경고, IMF-닷컴버블-서브프라임 그리고 현재

  • Editor. 조근우 기자
  • 입력 2022.09.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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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근우 기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을 돌파한 지 한 달이 넘어, 어느덧 1400원에 근접했다. 달러당 1300원이 넘는 환율이 한 달 넘게 지속된 것은 이번을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총 3번 있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1년 닷컴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다. 모두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힘겨웠던 시절로 기억되는 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지표시스템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때는 환율이 달러당 최고 1964.8원까지 올라갔다. 닷컴버블 당시에는 1365원,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때는 1597원까지 상승했다.

그런데 기시감이 드는 건 왜일까. 이달 14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95원을 넘어서며 연고점 경신은 물론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39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1일(달러당 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달러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 여전한 인플레이션 압박과 금리인상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8.1%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및 서비스의 판매가 변동을 측정한 근원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인 6.1%보다 높은 6.3%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성향)적 스탠스를 강조해 온 연준에게 이번 CPI 결과는 더 강력한 통화긴축 정책을 감행하게끔 할 명분을 준 셈이다. 이에 연준이 이달 금리인상 폭을 최소 0.75%포인트부터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던 가운데, 이제는 한 번에 1%포인트 인상할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도 현재 109.42까지 치솟았다. 이에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1400원 돌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며, 연내 145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의장 [사진=연합뉴스]

■ 유럽의 위기

달러 강세의 주요 대외적 요인으로 유럽의 에너지 위기도 손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재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3일 독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 ‘노드스트림-1’에서 점검 중 기름이 유출됐다는 이유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가 자국을 압박하는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에 맞서 자원을 활용한 보복 차원의 움직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올여름 이상기후 현상으로 유럽에 폭염이 찾아왔고,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다. 또 다가오는 겨울 난방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며 에너지 가격은 또다시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유로존의 CPI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달 CPI는 전년 동기 대비 9.1% 상승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CPI 상승에는 에너지 가격이 미친 영향이 가장 컸다. 급기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에너지 가격을 잡지 못해 공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유럽의 물가 급등으로 영국과 독일 경제가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 유럽이 미국처럼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유로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부채가 많은 회원국들의 상환부담이 커져 이에 대한 원성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에는 '1달러=1유로' 패리티(등가)가 닷컴 버블 이후 처음으로 붕괴됐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유로의 가치 [사진=연합뉴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유로의 가치 [사진=연합뉴스]

■ 중국의 경제침체

중국의 경기침체도 달러 강세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경기침체 원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제로(0)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경기침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의학적 요인과 정치적 요인이 있다. 우선 의학적 요인으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 인구의 백신 접종률이 낮다는데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의 80세 이상 노인들의 백신 접종률은 50.7%로, 부스터샷(추가 접종) 비율은 19.7%에 불과하다.

정치적인 요인으로는 중국의 C-방역 신화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발원지를 서방국가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C-방역을 통해 미국에서 무수한 확진자가 나오던 시기에도 자국은 코로나19를 무난히 넘겼다는 정치적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가 코로나19 위협으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지는 가운데 중국에서만 코로나19가 크게 발생하며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성공스토리가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그 정치적 위상을 다시 세우고자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정책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둔화를 가져왔다. 노무라증권의 루팅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초 중국의 GDP 성장률이 4~5%로 예측된 것을 감안하면 거의 반토막 난 셈이다.

더불어 최근 중국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대출이 어려워지며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자금 유입이 줄어들자 시행사에서는 시공을 중단해버리고, 분양자들은 은행에 대출상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중국의 GDP 성장률 둔화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중국에도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위화감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설에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위기설에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원자재 리스크와 대중국 무역적자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566.7억달러(78조9979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8월 최고실적을 경신했지만, 에너지원과 반도체, 정밀화학원료 등 원부자재 수입이 증가하면서 수입액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무역수지는 지난달 94.7억달러(13조2011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입증가세가 수출증가세를 웃돈 것이다.

수입증가세에 주된 역할을 한 것은 원자재가격이다. 원자재가격의 상승으로 에너지수입액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에너지수입액은 전년 동월 96.6억달러(13조4660억원) 대비 91.8% 증가한 182.5억달러(25조4405억원)를 기록했다. 원유 외에도 가스, 석탄 등 원자재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한 탓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킹달러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화 약세(달러 강세)에 대해 △국내 경제의 에너지 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고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좋든 싫든 해외투자를 더 늘려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대중국 교역에 있어 경쟁력이 저하될 조짐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간 누계로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0일까지 무역수지는 275억5100만달러(38조4060억원) 적자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191억8600만달러(26조7452억원) 흑자였다. 만약 올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현재 수준에서 확정된다면, 이는 무역 통계 사상 가장 큰 적자 폭이 된다. 기존 최대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직전인 1996년의 206억달러(28조7164억원) 적자 당시였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적자 행진 중인 대중국 무역수지는 우리나라 무역수지 악화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 5월 10억9900만달러(1조5320억원), 6월 12억1400만달러(1조6923억원), 7월 5억7500만달러(8015억원), 8월 3억8000만달러(529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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