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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 새마을금고, 박차훈 회장 서한문에 엎친 데 덮치다?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9.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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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출근길부터 고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빠르게 준비하고 회사로 달려간다.

그런데 만일 출근하자마자 업무와 무관한 일까지 해야 한다면?

밥을 짓고, 설거지하고, 빨래까지 해야 한다면? 설상가상으로 밥이 질면 밥 상태에 대한 평가도 받아야 한다면? 여기에 반발했다간 간부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당하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직장인의 지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다.

지난달 전북 남원 동남원새마을금고에서 직원에 대한 갑질을 지속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새마을금고가 ‘현대판 노비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과장 같은가? 하지만 그 실상을 들어보면 오히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피해 직원은 입사하자마자 직원들 점심을 위한 밥 짓기를 배웠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화장실에 비치된 수건을 수거해 집에서 세탁해 오거나 냉장고를 청소해야 했다고 주장했고, 잦은 회식과 워크숍 참석 등을 강요받았다고 전해졌다. 심지어 해당 지점은 성차별과 일상적 갑질뿐만 아니라 직원에게 업무상 부당행위를 강제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피해 직원은 2년간 업무와 무관한 지시에 시달리다가 결국 올해 4월 직장 내 불공정한 관행을 해결하기 위한 노동 전문가 프로젝트 직장갑질119에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넣었으며,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행정안전부와 금융감독원 금융위, 예금보험고사 등 정부 기관은 비위로 특별근로감독 중이었던 동남원새마을금고에 대한 합동 조사를 추석 연휴 직전 마무리졌다. 정부 합동 조사와 별개로 이곳은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내부 고충처리 전담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물리적인 조사는 각 기관에서 마무리됐다. 그 결과를 도출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사실 관계를 일차적으로 파악했는데, 그걸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규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절차가 남았다”며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갑질 문제가 여전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와중에 다시금 논란이 빚어졌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지난 5일 대응책을 밝히기 위해 서한문을 내는 등 빠르게 주변을 수습하려는 움직임을 취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부의 더 큰 비판과 냉소를 자초한 것이다.

우선 박 회장의 서한문 코멘트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새마을금고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매년 신규 직원 채용 규모가 확대돼 젊은 신세대 직원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새마을금고는 젊어지고 있지만, 직원 간 세대의 폭은 넓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신규 직원이나 후배 직원으로서 자세도 필요하겠지만, 금고의 중심이 되는 실무 책임자를 포함한 지점장 등 선임자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얼핏 들으면 좋은 말처럼 들리나, 그 발언이 문제였다. 박 회장의 발언에 대해 내부에선 ‘세대 차’라는 코멘트를 두고 갑질 논란의 원인을 애먼 데서 찾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박 회장의 언론 제보 자제를 요청한 대목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회장은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금고에서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사건이 반복 발생하고 언론 보도됨에 따라 함께하는 동료들은 물론이거니와, 전체 새마을금고에 대한 유무형의 큰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언론 등 외부로부터 시작해 사건을 처리하게 될 경우, 중앙회 차원의 적시적 대처와 조치에 제한 사항이 많아 피해자 보호에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중앙회에 설치돼 있는 금고감독위원회 소관 지역 검사부의 고충 지원 창구나 금고 고충 처리부로 적극 신고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 새마을금고 직원 A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사실상 바뀐 게 없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놓고 직장 내 괴롭힘 건의 사항을 수렴하면 의미도 없고, 도움도 안 된다”면서 “익명 제보나 고충 처리 제도도 결국 실무 책임자나 이사장에게 먼저 연락이 간다고 한다. 도움이 안 돼 외부로 제보한 것인데 현실적인 대책 없이 이미지만 신경 쓰는 것 같아 화가 나고 답답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처음 갑질 논란이 벌어지고 난 뒤 새마을금고에선 1300개 지역 금고들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나섰으나, 해당 공지를 2시간 만에 취합해서 올리라고 하는 졸속 조사 논란까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서한문 일부 문구가 다소 적절치 못하게 쓰인 것은 표현에 오해가 있었다. 앞으로 신중하게 생각하겠다”면서 “금고 취지는 피해 직원에게 문제를 돌리려는 건 아니었다. 서한문 전체 맥락을 보면 상급자들이 더 노력하고, 중앙회도 미숙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아울러 박 회장은 “중앙회는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향후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새마을금고에 대한 조직 진단 컨설팅을 실시하고, 중앙회 내부에 금고 조직 문화 개선 전담 조직을 신설해 새마을금고 조직 문화를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며 문제 해결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어차피 지역 금고가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중앙회 차원의 강도 높은 관리나 감독이 과연 효과가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금고가 독립 법인이긴 하지만 경영 형태가 그런 것이다. 중앙회는 새마을금고법상 금고 감독 기관으로 명시돼있다”면서 “포괄적인 감독 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책임도 지는 것이다. 기존에도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던 만큼 확실히 보완하고, 금고를 잘 관리·감독하겠다”며 중앙회 역할을 설명하고 그 소임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다만 내부 진통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소개 앱 블라인드에 갑질 논란 관련 게시물만 지난달부터 60여개가 올라오고, 댓글에선 “놀랍다”, “눈 가리고 아웅”, “바뀐 것 진짜 하나도 없다”, “절대 권력이 문제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내부 반발과 부정적인 이슈가 더 터지고 있는 새마을금고. 오랜 시간 큰 자정 작용이 없었던 만큼, 갑질 관련 악폐습이 모조리 뿌리 뽑히기까진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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