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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감축법, 공급망 역내화로의 재편

  • Editor. 류정운 기자
  • 입력 2022.09.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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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류정운 기자] 지난달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최종 서명하며, 해당 법안이 공식 발효됐다. IRA는 북미지역 국가에 적용되는 법안으로, 핵심 내용으로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처방약 가격결정 방식 개혁과 의료보험 지출 확대를 통한 보건의료 강화 △조세 허점 해소를 통한 세수 확대 등이 있다.

IRA는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해온 더 나은 미국 재건 법안(BBBA)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해당 법안을 놓고 수 개월간 공방을 이어왔는데,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험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사업 범위를 좁히고, 지출 규모도 축소하는 방식으로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BBBA는 약 2조달러(2780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던 데 반해, IRA는 7400억달러(1028조6000억원)로 그 규모가 크게 줄었다. 또 IRA는 캐나다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BBBA와 달리, 그 적용에서도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를 모두 아우른다.

IRA의 발효는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 향후 큰 변화를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IRA의 발효는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 향후 큰 변화를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IRA에 투자되는 예산 중 절반에 달하는 3690억달러(512조9000억원)는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와 기후변화 대응에 쓰일 예정이다. 이는 미국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40%가량 감축하기 위해 추진하는 방안으로, 단일 계획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후대응 투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해당 법안에는 메탄과 수소불화탄소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고, 전기자동차와 에너지 저장시스템(ESS)에 대한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며, 탄소를 포집하는 농업기술 개발 장려를 위한 자금 지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또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전기 전송 및 관련 산업에 대한 수십 개의 세금 공제 제도도 담겼다.

이중 전기차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전기차 구매 시 신차에 최대 7500달러(1042만원),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556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이 제공된다. 다만 신차의 경우 최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내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이어야만 하며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한 배터리 광물 조달비율을 충족해야만 하고(충족 시 3750달러 지원) △북미지역 국가에서 생산한 배터리 부품 조달비율을 충족해야만 한다(충족 시 나머지 3750달러 지원).

광물과 부품 조달비율의 적용은 내년부터 시행하며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광물 조달비율의 경우 내년에는 40%, 2026년 이후부터는 80%를 적용하고, 부품 조달비율의 경우 내년에는 50%, 2028년 이후부터는 100%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앞서 첫 번째 조건인 북미 내 최종 조립 여부는 시행을 미루지 않고 즉시 시행한다. 따라서 다른 국가에서 광물과 부품을 조달하더라도 현재 북미 내 전기차 생산공장이 없는 기업은 세액 공제 혜택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IRA의 발효는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 향후 큰 변화를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국경을 넘는 절차가 줄어들면서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따른 국제적 분업화가 축소되고, 한 지역 또는 국가가 중심이 되는 역내 가치사슬(RVC)이 구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찍이 미·중 패권 갈등 과정에서 추진됐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복귀)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불안이 RVC로의 전환을 가속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IRA에 대해 “핵심우선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통과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법안”이라고 평가했으며,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대표도 IRA 통과와 관련해 “21세기 들어 가장 중요한 입법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메리 응 캐나다 중소기업경제개발부 국제통상 수출진흥부 장관은 “IRA는 북미산 전기 자동차 구매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캐나다와 미국의 통합 공급망을 재차 확인하는 과정”이라면서 “캐나다와 미국은 지난 100년간 해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함께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고, 함께 일자리를 창출하며, 함께 자동차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미는 20세기 자동차 산업을 주도했고, 21세기에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주도할 것”이라며 “캐나다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제조함에 따라 우리는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삶을 더 여유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IRA는 국내 전기차 관련 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현대자동차그룹은 IRA 대응을 위해 기존 국내 공장에서만 생산하던 기아의 전기차 EV6을 미국에서 현지 생산키로 하는 등 부랴부랴 대응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등 그동안 북미지역 내 생산시설을 적극 확장해온 국내 전기차 부품 관련 기업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북미 현지에 진출 가능한 LG화학, 포스코케미칼 등 기존 LG에너지솔루션 양극재 벤더들의 수주 기대감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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