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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발 '초긴축 쇼크'에 1400원 벽까지 무너진 환율...통화정책에도 변수로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9.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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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미국의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이라는 ‘초긴축 쇼크’에 국내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재역전된 가운데 특히 수입 물가를 부추겨 인플레이션의 상방 압력을 높이는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까지 뚫으면서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대응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통해 지난 6, 7월에 이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상향한다고 발표한 뒤 달러화 가치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환율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환율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FOMC 위원들이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과 내년 말 금리 전망 수준을 지난 6월 3..4%, 3.8%에서 각각 4.4%, 4.6%로 높여 조정하면서 긴축 완화의 기미를 엿보던 시장의 기대감은 무너졌다. 안전자산 선호심리 확대로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국면만 재확인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111.62을 찍으면서 2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94.2원)보다 3.8원 오른 1398원으로 출발한 뒤 바로 1400원을 뚫었고, 이후 오름폭을 키우 끝에 15.5원 오른 1409.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마감 직전에는 1413.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의 고공 돌파다. 지난 6월 23일 13년 만에 1300원선을 뛰어넘으면서 원화가치 하락국면이 심화된지 석 달 만에 또 하나의 벽이 깨진 것이다.

내년까지도 경기침체라는 희생을 감수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연준의 강력한 의지가 지난 3월 ‘제로금리’를 접으면서 5회 연속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3.0%p나 끌어올린 만큼 달러화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 통화의 동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은행회관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연준의 향후 긴축 경로 등이 당초 시장의 예상 수준을 뛰어넘고 성장 전망이 큰 폭 하향 조정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소 확대됐다“며 ”(동반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미국, 유럽의 고강도 금융 긴축이 가속하며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원 환율 흐름과 관련해 환율 수준 이면에서 가격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요인을 촘촘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단기간 내 변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내년 이후의 흐름까지도 염두에도 두고 최적의 정책조합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올해 들어 18%나 오르며 경제 전체의 위기감을 키운 원·달러 환율은 이제 인플레이션 억제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사상 초유의 빅스텝(0.50%p 인상) 단행을 포함해 지난 4월부터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이번에 한국(2.50%)과 미국(3.00∼3.25%)의 기준금리는 재차 역전된 상황이다. 국내 외국인 자본유출 등이 우려되는 한미 금리차를 좁히고 고물가 기조를 확실히 꺾기 위해서는 남은 10,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속 인상이 불가피해졌고, ‘빅스텝 어게인’도 점쳐질 만큼 인상 폭이 얼마가 될지가 시장의 핫이슈로 떠오른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이 남은 11, 12월 FOMC에서도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환율 변동성이 기준금리 연속 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환율 상승을 우려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환율 수준 자체 때문이 아니라 수입 가격이 오르는 데 따른 물가상승, 수입 기업의 부담 증가 등과 같은 가격 변수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취임 이후 적극적인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 제시로 시장과 소통의 폭을 넓혀온 이 총재는 인상 폭 확대를 시사했다. 그는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 뒤 ”25%p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음 금통위(10월 14일)까지 2∼3주 시간이 있는 만큼 금통위원들과 함께 이런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큰 의무"라고 한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원화 약세가 다른 나라 환율 상황과 마찬가지로 달러화 초강세 따른 공통된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심화되는 시점에서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을 높여 물가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의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현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 주요 변수로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화가치 하락이 가팔라지면서 어렵게 정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국내 인플레이션의 기울기가 다시 반등할 경우 한은의 역대급 긴축정책 효과는 퇴색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국내 경제주체들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역대 한미 기준금리 역전시기 [그래픽=연합뉴스]
역대 한미 기준금리 역전시기 [그래픽=연합뉴스]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 곡선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전날 발표한 환율 전망에 따르면 향후 원·달러 환율 최고가는 1422.7원으로 수렴했다. 1450원 예상은 26.7%를 차지했고 1480원 전망도 6.7% 나왔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지는 수준에 따라 환율 상승 변화가 예상된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한미 기준금리차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그 영향을 실증분석한 결과 전년 동월 대비 미국의 기준금리 변동 폭이 한국의 기준금리 변동 폭보다 1%p만큼 커질 경우, 원·달러 환율의 상승률은 8.4%p 추가 상승해 더욱 가팔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금통위의 10월 금리인상 시나리오별로 추정해보면 원·달러 환율 변화는 차이가 있다. 한은이 예년 인상 폭인 베이비스텝(0.25%p 인상)을 밟을 경우, 다음달 환율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4%로 가팔라져 원·달러 환율은 1434.2원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금통위가 사상 두 번째 빅스텝으로 대응할 경우에는 10월 환율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0.3%, 환율은 1409.6원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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