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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부스타니카', 농업 불모지 UAE에 희망 안기나

  • Editor. 강지용 기자
  • 입력 2022.09.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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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지용 기자] 올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전 세계적 식량 위기로 식료품 물가가 폭등하면서 식량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특히 △감자 △옥수수 △보리 △귀리(호밀) △해바라기씨 생산량이 세계 10위권인 소위 ‘세계의 곡창지대’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아랍 및 아프리카 등 곡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늘고 있다.

UAE 최대 도시 두바이의 마천루 전경 [사진출처=픽사베이]
UAE 최대 도시 두바이의 마천루 전경 [사진출처=픽사베이]

기후 특성상 농업 발달이 어려운 아랍 지역의 경우, 20세기 발견된 석유를 통해 신흥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으나 최근 유가 폭락과 대체에너지 발달, 이로 인한 전 세계적 자원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이제는 석유를 대체할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분주한 모양새다. 이에 주요 산유국들도 상황을 극복하고 산업구조 다각화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 조성된 세계 최대 모듈형 수직농장 '부스타니카(بستانك)'가 주목을 받고 있다. 수직농장이란 도심에 위치한 고층건물 각 층에 농장을 만들어 수경재배가 가능한 농작물을 재배하는 일종의 아파트형 농장을 일컫는다. 수직농장의 발달은 이른바 ‘스마트 농업’의 발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삼정회계법인 산하 경제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스마트 농업, 다시 그리는 농업의 가치사슬 보고서’에 따르면 먼저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와 가파른 속도의 인구 성장세에 의한 식량 생산 부족이 스마트 농업의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시점에서 미래 먹거리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농산물 △바이오 소재 △생산성 증대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또, 글로벌 리서치 회사 마켓츠앤마켓츠의 2020년 스마트농업 국내·외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2020년 138억달러(18조780억원)에서 2025년 220억달러(28조8200억원)로 연평균 9.8%의 성장 전망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UAE 두바이에 조성된 세계 최대 모듈형 수직농장 부스타니카 전경 [사진=코트라 제공]
UAE 두바이에 조성된 세계 최대 모듈형 수직농장 부스타니카 전경 [사진=코트라 제공]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UAE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 항공과 미국 농기업 크롭원은 4000만달러(577억2000만원)를 합작투자해 부스타니카를 구축했다. 아랍어로 과수원·정원을 뜻하는 부스타니카는 총 면적이 3헥타르(0.03㎢)에 달하며 2018년 조성 계획이 잡힌 이래 올해 7월부터 공식 운영에 나섰다.

부스타니카를 향한 관심은 두바이 당국의 적극적인 행보로도 파악할 수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에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두바이 국왕 겸 UAE 부통령이 직접 농장을 찾기도 했다. UAE 정부가 미래 핵심산업 중 하나로 첨단농업을 점찍으면서, 4년 만에 계획하고 완공된 부스타니카의 수확 성공 소식은 단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셰이크 무함마드 두바이 국왕은 “지속가능한 식량생산시스템 육성과 영농사업 수행을 통해 식량 안보를 강화하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며 부스타니카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부스타니카는 농업 전문가, 식물 과학자, 원예가, 엔지니어가 한 팀으로 이뤄져 발아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체크한다. 이 과정에서 머신러닝,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식물이 자라기 좋은 습도와 온도, 조명을 설정하고 물의 영양상태도 관리한다.

부스타니카 재배 환경 [사진=코트라 제공]
부스타니카 재배 환경 [사진=코트라 제공]

또, 성장 과정에서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고 수질 및 습도 조절을 통해 살충제, 제초제와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병충해 및 곰팡이를 예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더하여 수경재배식 수직농장으로 토양이 필요하지 않으며, 사용되는 물을 순환 재활용해 전통적 노지 농업과 같은 양의 식물을 재배하는데 소비되는 물을 95%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

에미레이트 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 노지 농업은 1kg 재배에 317L 상당의 물이 필요하지만 수경재배식 수직농장은 1kg 재배에 15L 정도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부스타니카의 생산 과정에서 연 2억5000만L의 물이 절약되는 셈이다.

부스타니카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로켓샐러드, 상추, 시금치, 케일 등 잎채소 수확이 시작됐으며, 향후 연 1000톤, 일 3톤 상당의 채소를 생산할 것이라 기대된다. 생산된 채소는 합작투자한 에미레이트 항공의 기내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스타니카는 현재 잎채소만 생산하고 있으나 다른 채소와 과일 등 재배종을 확대할 방침이다.

UAE는 고온건조한 기후와 척박한 토양, 저조한 강수량으로 인해 실외 농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식자재는 대부분 수입 농산물로 충당하는 실정이다 보니 유통과정에서 신선도가 떨어지고, 가격도 저렴하지 못한 편이다. 이런 와중에 부스타니카와 같은 스마트팜을 활용해 현지 농산물 생산이 확대되면 신선하고 건강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셰이크 무함마드 두바이 국왕 겸 UAE 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부스타니카 농장을 찾아 수확된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코트라 제공]
셰이크 무함마드 두바이 국왕 겸 UAE 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부스타니카 농장을 찾아 수확된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코트라 제공]

UAE 정부는 더불어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현지 생산 역량을 높여 2051년까지 세계식량안보지수 1위 달성을 목표하는 ‘국가식량안보전략 2051’을 발표하고 장단기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기준 세계식량안보지수가 113개국 중 23위로 안정적인 농수산물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식량 자급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유수 기업의 기술·투자유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UAE 환경부 관계자는 “UAE 정부는 가단21(غداً 21) 등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첨단농업 분야 스타트업 육성·유치에 힘쓰고 있다”며 “관련 기업 금융지원을 위해 현지 은행과도 협력 중이다. 아울러 한국을 비롯한 해외의 우수한 첨단 농업기술을 유치해 함께 연구 개발할 수 있는 기회도 모색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UAE 정부는 국제 농수산 식품 가격 상승 및 공급난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두바이 리츠칼튼 호텔, 하이퍼마켓 까르푸 등 대형 시설에 수직농장, 실내 농장을 설치해 수확한 채소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UAE 스마트팜 기업 퓨어하비스트가 스마트팜을 통해 다양한 품종의 토마토를 생산·유통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세계 최대 수직농장 부스타니카의 설립 및 수확 성공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향후 UAE가 농업 불모지를 벗어나 식량 자급화에 힘쓰면서 식량 안보 면에서도 몸집을 더 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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