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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불통과 책임의식 결여, ‘공익 기업 규제’가 해결책일까?

  • Editor. 조근우 기자
  • 입력 2022.10.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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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근우 기자] 지난 15일 한국 사람의 일상이 한 순간에 멈추는 일이 발생한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내 수많은 업종의 플랫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카카오 그룹 전체가 멈추는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한 까닭이다.

카카오톡을 비롯해 택시호출, 웹툰 그리고 이메일 등 카카오 그룹이 운영하는 수많은 서비스들이 일괄적으로 멈췄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사태에 대해 방송통신재난상황실을 장관직속 방송통신재난대책본부로 격상하며 대응한다. 대통령실도 “네트워크망 교란은 유사시 국가안보에도 치명적”이라고 평하며 “재발 방지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 19일 카카오 남궁훈 각자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가 빅테크 기업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톡은 전 국민의 90%가 이용하고 있고, 자회사가 운영하는 다른 플랫폼도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만큼 다른 기업보다 더 큰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 수많은 논란에 대해 계속 책임감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카카오가 빅테크 기업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가 빅테크 기업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의 황당 발언과 책임의식 부재

“화재라는 것은 워낙 예상할 수 없는 그런 사고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는 조금 대비가 부족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6일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이 SK C&C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 한 말이다. 화재는 전 세계 공통으로 전담 국가기구를 설치, 운영하고 있을 만큼 중차대한 재난이다. 4500만 국민 정보를 손에 쥔 국내 최대 IT기업 경영진으로선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지난 17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의 사고 중 가장 많은 것이 화재”라며 “화재를 예상 못했다는 발언은 카카오가 얼마나 전문성이 없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일부 카카오 직원이 자신이 무급으로 근무하고 있다면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파장을 낳기도 했다. 자신을 카카오 직원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내가 장애 대응 안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나라 구하는 보람으로 하는 일도 아니고 책임감 같은 거 가질 필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자본주의’라는 글의 제목을 올리며 “회사 추울 때는 ‘허리띠 같이 졸라매자’면서 인센티브 100으로 대신하고, 회사 따뜻할 때는 과실 나눠달라니까 오너가 자본주의 운운하며 선을 그었다”며 “내가 다니는 회사부터 살려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은데 네이버, 라인, 쿠팡 같은 회사에 다닌다면 그 말이 옳다. 고생한 만큼 근무수당+@로 챙겨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줄 생각 없는데 오버해서 일하면 100% 실망하는 게 카카오다. 카카오는 지금 준다는 확답이 없으면 '선의로 나중에 챙겨주겠지'라는 게 안 통하는 회사다. 선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카카오의 모럴 해저드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카카오 측은 “이번 장애 대응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직장 재량으로 특별 휴가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 인터뷰 [사진=YTN 화면 캡처]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 인터뷰 [사진=YTN 화면 캡처]

■ 카카오, 계속되는 논란에 공약(空約)이 된 ESG경영 선언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감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은 지난 1년간 계속돼 왔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 상권 침해 및 자회사 중복상장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질타를 받았고, 이를 개선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카카오는 다른 플랫폼 진출 사업자의 모범이 되는 선도기업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김범수 창업주의 이 발언은 두 달도 지나지 못해 무색해졌다. 그해 12월 카카오페이의 류영준 당시 대표를 포함해 임원 8명이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주식 44만여주 블록딜로 900억원을 챙겨 경영진 ‘먹튀’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상장 후 한 달여 만에 경영진이 뜻을 모아 주식을 대량 매각한 일은 전례 없던 일이었고, 카카오페이 주가는 급락했다. 이와 더불어 같은 업종으로 분류되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모두 상장시킨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지배구조상 이해상충이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는 지난 3월 남궁 대표를 선임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전념할 것을 밝혔다. 남궁 대표는 취임 당시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ESG 경영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을 것을 선언했다. 지난 5월에는 ESG 보고서 ‘2021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을 발간했다. 카카오는 여기서 ▲네 가지 중점 영역(사회문제 해결·함께 성장·디지털 책임·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해 약속했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ESG 각 영역의 활동을 선언했다.

하지만 남궁 대표의 다짐과 이 보고서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해 2대 주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는 카카오 전체 계열사 노조 크루유니언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등 수많은 단체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카카오가 올해 초 이야기한 ‘사회적 책임 이행’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라는 주장이다. 거센 반발에 부딪힌 카카오는 결국 물러서야 했다.

지난달에는 모든 계열사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카카오게임즈의 알짜배기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상장에 본격 나섰다. 앞서 알짜배기 자회사를 계속 상장하는 바람에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 같은 행보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측은 업다운뉴스와의 통화에서 “카카오 공동컨센서스센터는 자회사의 주요 상장에 대해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경우 카카오게임즈에서 인수 전부터 글로벌 진출 확장 및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한 가치 증진의 목적으로 기업공개를 고려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측도 “중복상장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회사의 상장이 모두에게 더 큰 이익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상장하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현재 5조~6조원으로 모회사인 카카오게임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자회사와 모회사 가치가 비슷하고, 대부분 수익은 오딘에서 발생하는 만큼 카카오처럼 핵심 자회사 상장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지난 13일 공동대표주관회사와 공동주관회사 등의 동의 하에 계획된 공모 일정을 철회하면서도 공시된 공모 일정을 취소할 뿐, 기업공개 자체를 철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측은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추후 상장 추진 일정 등이 재 확정되면 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세부 사항을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이미 중복 상장시켰고, 두 회사 모두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는 형국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말 최고점 대비 7분의 1토막, 카카오뱅크는 6분의 1토막이 난 상황이고, 최근 증시상황과 우마무스메 사태로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하락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알짜배기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를 상장시켜 중복상장의 위험을 떠안는 행보는 ‘소액주주와 주가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시각이다.

카카오 남궁훈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서비스 장애와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남궁훈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서비스 장애와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독점 플랫폼 기업엔 더 큰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며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경제가 형성됐고, 이에 카카오와 같은 독점 빅테크 기업은 기존 기업보다 더 큰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리나 칸은 독점적인 지위의 플랫폼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지난해 6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FTC의 위원장에 32세 여성 법학자 리나 칸이 취임했다. 리나 칸은 FTC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의 남아시아계 수장으로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빅테크 기업 독점 문제를 비판해온 학자다. 리나 칸은 FTC 위원장 임명 상원의 표결 결과가 69대 28로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다.

리나 칸의 파격 임명은 예일대 로스쿨 박사과정 중인 2017년 발표한 졸업논문 한 편 때문이었다. 당시 29세였던 리나 칸은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란 논문을 작성했다. 이 논문은 온라인 발표 즉시 재계와 법조계에서 15만여명이 열람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리나 칸은 플랫폼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으면 독점기업이라고 지정한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력은 플랫폼의 사용을 강제하게 되고, 그렇기에 독점 플랫폼 기업은 기존의 다른 기업보다 더 큰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독점에 대한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나는 기업을 사업 분야별로 분할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전력이나 철도와 같이 공익 기업 규제를 하는 것이다.

최근 카카오의 씁쓸한 행보를 보노라면 리나 칸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열심히 책임지겠다고 말은 무성하지만, 책임의식은 크게 없어 보이는 카카오의 행보에 그의 말처럼 분할과 규제, 이 두 가지가 진정한 해결책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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